어제는 그야말로 한국 스포츠의 날이었습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첫날부터 많은 메달이 쏟아진 가운데, 축구에서도 쾌거가 나와 또 한 번 많은 축구팬들을 흐뭇하게 했습니다. K-리그 전통의 강호 성남 일화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이란의 조바한을 3-1로 따돌리고 이 대회 첫 우승, 아시아 챔피언십까지 포함해서는 14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밟았습니다. K-리그 팀으로는 지난 2006년 전북 현대, 그리고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에 이어 3번째,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의 위상을 또 한 번 알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실 성남은 마지막까지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하며 우승에 도전했습니다.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네 팀 가운데 가장 전력이 처진다는 이유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을 시작으로 결승전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G20 등 다른 이슈들 때문에 많이 밀려있던 상황이었습니다. TV 중계 역시 그 때문에 케이블 스포츠 채널에서 중계가 이뤄져 축구팬들조차 하는 줄 몰랐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성남은 지난해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달라진 신선한 팀 컬러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이기고 또 이겼고, 마침내 중동의 모래바람마저 잠재우며 기분 좋은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6년 전 1,2차전으로 치러진 결승전에서 1차전 원정을 이기고도 2차전 홈에서 0-5로 대패해 무릎을 꿇었던 한을 제대로 푼 한 판이었습니다.

▲ ⓒ연합뉴스
성남의 우승 원동력은 바로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과 자신감이었습니다. 정성룡, 조병국, 그리고 외국인 선수인 샤샤, 몰리나 등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제 경기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었지만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매 경기마다 자신들의 패기 넘치는 축구를 선보이며 승승장구를 거듭했습니다. 똘똘 뭉친 팀워크와 매 경기를 할수록 더욱 위협적인 조직력은 상대 팀이 결코 넘기 힘든 팀으로 탄탄하게 이어진 원동력이 됐고, 여기에 부족한 팀 전력을 몇 배 이상 끌어올린 외국인 선수 샤샤, 몰리나, 라돈치치의 활약도 큰 힘이 됐습니다. 실제로 성남은 8강 수원전을 제외하고는 매 경기마다 화끈한 공격력과 유기적인 조직력을 자랑하며 이번에 출전한 팀 가운데서 가장 돋보이는 경기력을 펼쳤는데요. 전문가들의 초반 예상을 뒤엎고 대단히 화끈한 축구를 보여주며 과거의 명성을 재현하는 듯 한 모습을 뽐냈습니다.

신태용 감독의 빛나는 리더십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해 감독에 처음 부임해 '초보 감독'으로서 과연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그는 '프랜차이즈 스타'답게 자신이 먼저 희생하고, 또 선수들과 더 호흡하려는 자세를 보여주며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지난해 리그, FA컵 준우승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던 신태용 감독은 이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자신의 경력에도 큰 족적을 남기며 명장으로 완전히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선수와 감독으로 동시에 우승을 차지했던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처럼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선수, 감독으로 아시아 정상을 밟은 첫 감독이 됐다는 점에서 역시 의미가 있었던 우승이었습니다.

사실 성남은 우승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특히 8강, 4강전을 앞두고는 홈구장인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의 깊게 패인 잔디 문제 때문에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경고를 받아 하마터면 몰수패 실격을 당할 뻔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평소 성남에 대한 지역민들의 무관심, 그리고 언론이나 팬들 역시 전체적으로도 성남의 우승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분위기를 보여서 과연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펼칠 지에 대한 걱정도 많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자신들에 대한 관심을 오로지 실력으로 보여줘서 갖게 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달리고 또 달렸고, 감독 역시 자신만의 색깔 있는 리더십으로 지난해 포항만큼의 신선한 축구를 구사하며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그랬고, K-리그에서도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선수빨로 우승했다'는 2000년대 중반보다 더욱 탄탄해진 전력으로 마침내 아시아 정상을 밟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성남 일화는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던집니다. 다음 달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에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하는 것입니다. 비록 일반 축구팬이나 축구에 문외한인 팬들이 아는 선수들이 많지 않은 성남이라 할지라도 당당한 패기로 아시아 정상을 넘어 세계 정상권도 꿈꾸는 이 팀에 우리는 많이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가 넘어가더라도 무럭무럭 성장하는 선수들, 그리고 점차 정착되고 있는 감독의 리더십으로 탄탄해진 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성남 축구의 미래가 오히려 더 기대되는 면이 많습니다. 어쨌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력 좋은 선수만 내세운 게 아닌 탄탄한 전력, 실력으로 무장한 K-리그 팀이 아시아 정상에 올라 참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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