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KBS 최경영 기자에 이어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CBS 변상욱 대기자를 초대해 한국 언론의 문제점들을 파헤쳤다. 이번 주에 집중적으로 해부한 것은 한국 언론의 무책임한 따옴표 저널리즘이었다. 제목도 내용도 기자나 언론사의 판단이 아닌, 정치인 등의 말로 대신해 사실상 아무 말도 않는 한국 언론의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진행자 유시민 이사장은 이날 방송의 오프닝으로 이제는 옛말, 아니 사어가 된 관용구 하나를 인용했다. “신문에 나온 거야”라는 말은 과거에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사실 더 나아가 진실의 근거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민심이 달라져 “어느 신문?”이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어떤 언론이냐에 따라 믿거나 믿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 이사장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 요즘은 어떤 신문이냐를 따지기보다는 “요즘 누가 신문을 믿냐?”라는 말이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가짜뉴스가 사회의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크다. 그러나 한국 기성언론의 신뢰도 또한 가짜뉴스에 버금갈 정도로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나쁜 언론 전성시대’ 편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이토록 떨어진 것은 오보나 왜곡기사는 물론이고,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 화자의 말을 그대로 따와 제목과 기사 내용을 채워버리면서 그에 대한 팩트체크나 반론을 하지 않는 앵무새 뉴스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이 일부의 현상이 아니라 전 언론이 견지하고 있는 참담한 상황이다.

예컨대, 최근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5·18 망언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 언론의 받아쓰기 습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사건이 일어나자 적지 않은 언론들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직접 비판하기를 꺼려하는 모습을 취했다. 굳이 유족의 입을 빌어 비판 내지는 반박하는 정도였다. 망언이라고 규정하고 본격적으로 비판을 가한 것은 여론이 들끓은 이후였다. 한국 언론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망언조차 망언이라고 비판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다.

언론의 핵심 기능은 사회현상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말을 그저 따옴표 안에 옮겨 싣는 수준으로는 절대로 감시나 비판이 가능할 리 없다. 근래 들어서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기계적 균형마저도 무너져 그저 인용만이 가득 찬 기사들이 넘쳐날 뿐이다. 따옴표 저널리즘은 사실상 언론 스스로 언론의 자격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나쁜 언론 전성시대’ 편

따옴표 저널리즘의 원조는 기관 출입기자단에서 찾아야 한다. 세계에서 기자단은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한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출입기자단의 관행이 거의 10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통탄스러운 사실이었다. 일제의 잔재가 참 오래토록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일제의 잔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자단은 없애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러나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를 없애려 하자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대통령을 공격했다. 이번에도 알릴레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상을 소환했다. 유신시절, 5공 시절이 기자실의 전성시대였다는 노 전 대통령의 가시 돋친 말에 당시 언론들이 찔리고, 부끄러웠을지 모를 일이다. 권력을 가진 자는 치부를 지적받을 때 분노하는 법이다. 언론을 망치는 기자단은 오랜 세월 동안 기성언론의 기득권으로 굳어졌고, 기득권 앞에는 진보나 보수가 따로 없는 것이었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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