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따냈다는 것에서 많은 의미를 얻었던 경기였습니다. '특등 명사수' 진종오(KT)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권총 50m 개인전 결선에서 실수를 범해 중국의 푸치펑에 1위를 내주며 아쉽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예선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단체전에서 이대명(한국체대), 이상도(창원시청)와 모두 1천679점을 합작해 중국을 8점 차로 따돌리고 한국선수단 첫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첫 금메달로 진종오는 개인적인 아시안게임 한풀이도 하고, 한국 스포츠 메달레이스 순항에 큰 역할을 해내며 사격스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사실 개인전 결선만 놓고 보면 진종오의 결과는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이미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1-2발 실수를 범해서 메달 색깔이 엇갈린 적이 있었기에 또다시 실수가 되풀이돼서 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뒤 결선에서도 2번째 발에서 8점대를 쐈을 뿐 9-10점대를 계속 유지했기에 금메달 가능성이 높았지만 9번째 발에서 그만 7.7점을 쏘며 9.5점을 쏜 푸치펑에 완전히 선두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결국 10번째 발에서 나란히 9.5점을 기록하며 2점차로 금메달을 푸치펑에 내줘야 했습니다.

▲ 진종오 선수ⓒ연합뉴스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아쉬울 것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최근 진종오의 기록이나 실력이 다소 처졌던 것을 감안하면 개인전 결선에 1위로 올라 마지막까지 메달권 성적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선전했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 달 진종오는 전국체전 50m 권총에서 의외의 은메달을 목에 건데 이어 월드컵 파이널에서도 입상조차 하지 못해 부진을 이어갔습니다. 컨디션 난조로 좀처럼 답답한 흐름을 보였던 가운데서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다시 선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경기력을 회복한 것은 앞으로 10년 넘게 선수생활을 하기를 꿈꾸는 진종오에게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을 것입니다.

특히 단체전을 통해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본인을 주축으로 모든 선수들이 고른 실력을 보여주며 좋은 성적을 내 이번 아시안게임 스타트를 잘 끊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금메달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는 것에만 만족했는데 첫 금메달을 따내면서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다음 종목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사격 선수라 해도 영원히 잘 쏠 수는 없는 노릇일 겁니다. 이날 결선에 함께 맞붙었던 중국 권총의 대표적인 간판 팡웨이나 얼마전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마쓰다 도모유키 역시 평소보다 잘 쏘지 못해 진종오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파이널 등 웬만한 국제 대회를 휩쓸고 지난해 올해의 사격 선수상까지 수상한 진종오에게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아시안게임 무관이 '옥의 티'로 남았던 만큼 이번 대회에서 그 한을 풀기를 바랐고, 어쨌든 단체전 금메달로 한풀이를 어느 정도 한 것은 상당히 잘 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4일 열리는 10m 공기권총에서 또다시 메달에 도전하는 진종오가 단체전 금메달 기세를 이어 개인전 첫 금메달도 따내서 '사격의 전설'로 완전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