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드디어 오늘 저녁 개막됩니다. 45개국 1만4천여명의 선수단이 42개 종목 476개 금메달을 놓고 열띤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아시아 스포츠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도 65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 종합 2위를 과연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이 보여줄 장면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베이징올림픽 7위, 밴쿠버 동계올림픽 5위에 이어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종합 대회 연속 선전을 기대하고 있는데요. 많은 스포츠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장면들, 그리고 유독 눈여겨봐야 할 장면이 있다면 과연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박태환 선수(왼쪽)와 장미란 선수ⓒ연합뉴스

박태환 1천500m 금메달

뭐니뭐니해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눈여겨 볼 선수는 '마린보이' 박태환입니다. 이번 대회에 개인 4개, 단체 3개 종목에 출전하는 박태환은 지난 도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3관왕 이상의 성적을 노리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 있었던 팬퍼시픽 대회를 통해 다시 부활하는데 성공한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200, 400m 뿐 아니라 한동안 부진했던 1500m, 그리고 지난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던 자유형 100m에서 금메달을 추가로 노리고 있습니다.

현재 컨디션이 최상인 것으로 알려진 박태환이 모든 종목에 걸쳐 메달을 따내는 것을 목표로 하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자유형 1500m에서 어떤 성적을 낼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박태환은 지난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자유형 1500m에서 내리막길을 걸었고, 팬퍼시픽 대회에서도 최악의 부진한 성적을 내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습니다. 그러나 괌, 호주 전지훈련을 통해 다시 자신감을 찾았고, 노민상 감독 역시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해 과연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자유형 1500m 경기는 오는 18일에 펼쳐집니다.

장미란 아시안게임 징크스 타파

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연달아 세계신기록을 들어올리고도 아시안게임에서 유독 약한 면모를 보여줬던 장미란의 '2전 3기'가 마침내 성과를 거둘 지도 주목됩니다. 장미란은 지난 2002년 부산 대회와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잇달아 중국의 탕공홍, 무솽솽에게 패해 2위에 머물며 '여자 헤라클레스'답지 못한 결과를 내 고개를 떨궜는데요. 모든 것을 이루고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던 장미란 입장에서는 이번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게임 도전인 만큼 최선을 다 해 경기에 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통사고 후유증, 부상 등 악재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장미란의 선전하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응원하고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적지에서 따내는 배드민턴, 탁구 금메달

배드민턴과 탁구는 한국이 강한 면모를 과시할 수 있는 종목으로 꼽힙니다. 지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탁구가 남녀 단체전, 남자 단식 유남규가 금메달을 따내며 일약 '붐'이 조성됐고, 배드민턴 역시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면서 '효자 종목'에 포함돼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배드민턴, 탁구는 모두 중국의 초강세가 형성된 상황입니다. 국제 대회마다 모든 종목을 싹쓸이해왔고, 한국은 정상에 도전하고도 번번이 만리장성의 벽에 막혀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만약 적지에서 보기 좋게 금메달을 1-2개씩 따낸다면 2년 뒤 열릴 런던올림픽 전망도 밝히고, 초강세국인 중국의 코를 납작하게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배드민턴에서는 이용대가 출전하는 남자 복식, 남자 단체전 등에서, 탁구에서는 여자 복식 김경아-박미영 조 등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
나란히 웃어라! 축구, 야구 금메달

대표적인 구기 스포츠라 할 수 있는 축구, 야구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것도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상당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축구는 지난 1986년 이후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으며, 지난 도하 대회에서는 이라크, 이란 등 중동의 모래 바람에 휩쓸려 메달권에도 들지 못하는 아픔을 맛봤습니다. 또 야구 역시 1998년과 2002년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지만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일본 사회인 야구팀에 패하는 등 3위에 머물며 자존심을 구긴 바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축구, 야구가 나란히 사이좋게 금메달을 가져가면 관심이 높아질 뿐 아니라 앞으로 맹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들의 장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제 대회에서 한쪽은 웃고, 한쪽은 고개를 떨궜던 적이 많았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축구, 야구가 나란히 웃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여자핸드볼 6연패, 남자핸드볼 '명예회복'

'우생순' 핸드볼의 선전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감동의 동메달을 따냈던 여자핸드볼은 세대교체 속에 아시안게임에 출전, 1990년 대회 이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정상 자리를 유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 남자핸드볼은 지난 대회에서 중동 심판의 어이없는 편파 판정으로 땅을 친 아픔을 이번 광저우 대회에서 제대로 만회하며 명예회복을 꿈꿉니다. 여자핸드볼이 우승하면 6회 연속 우승으로, 남자팀의 5회 연속 우승 기록을 넘어선다는 것, 또 남자핸드볼 역시 아시안게임 6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는다는 것에서 많은 의미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육상 트랙 종목 선전

기초종목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육상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금메달권 진입은 조금 힘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 대회에 신예 선수들이 대거 나선다는 점에서 한국 육상의 미래를 밝힐 만 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육상 남자 100m 한국기록 보유자인 김국영을 비롯해 여자 100m 허들 아시아 랭킹 1위인 이연경 등이 유력한 메달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필드, 도로 경기에서 비교적 무난한 성적을 냈던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트랙에서 과연 얼마나 좋은 성적을 우리 선수들이 낼 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내년 8월에 열리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을 위해서라도 육상 선수들의 선전은 꼭 필요한 과제나 다름없습니다.

▲ 차유람 선수ⓒ연합뉴스
'얼짱' 선수들의 선전

매 국제 대회마다 화제를 몰고 왔던 선수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새롭게 떠오를 선수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가운데서도 소위 '얼짱'이라 불리는 선수들이 과연 실력에서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참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당구 차유람, 바둑 이슬아, 리듬체조 손연재, 배구 한송이, 수영 정다래 등 소위 '광저우 아시안게임 5대 얼짱'이 화제가 됐는데요. 이 가운데 차유람, 정다래는 메달권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어 과연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배출하는 '진짜 스포츠 스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남자 선수 가운데서는 박태환, 이용대 등 베이징올림픽 스타뿐 아니라 문성민, 한선수 등 배구 선수, 남자 태권도 63kg급 막내 이대훈 등이 '미남' 선수로 거론되고 있고, 대부분이 메달권 후보들이어서 역시 어떤 선수들이 여성 스포츠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눈길을 모읍니다.

▲ ⓒ연합뉴스
주목받지 못한 아마추어 스포츠의 반란

뭐 다양한 관전포인트, 그리고 보고 싶은 장면들을 꼽아봤지만 그래도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보다 많은 종목들이 선전해서 더욱 주목받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 이번 아시안게임의 최대 목표이자 바라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난 1998년 방콕 대회에서 남자 럭비가 기적 같은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IMF 시대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 힘을 불어넣어줬던 적도 있었고, 1986년 탁구 남자팀의 단체전 기적 같은 금메달 등은 평소 주목받지 못했던 종목의 기적 같은 반란으로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바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번 대회에서도 평소 전혀 거들떠보지 않았던 종목들이 보란 듯이 좋은 성적을 내서 감동과 투혼의 금메달을 따낸다면 더없이 기분 좋은, 또 의미 있는 값진 메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가 역대 최다인 42개 종목이 선보이고, 그 가운데 크리켓을 제외한 41개 종목에 한국 선수들이 참가하는 만큼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올림픽과는 다른 또 하나의 감동을 선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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