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중국 광저우에 한국 선수단이 입성했습니다. 지난 8일, 태릉선수촌에서 결단식을 가진 아시안게임 대표 본진이 바로 다음날인 9일, 광저우에 무사히 안착해 종합 2위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선수, 임원을 포함해 모두 1천13명의 선수단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은 지난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4회 연속 종합 2위에 오르겠다는 당찬 목표로 선전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종합 2위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유력 종목이라 할지라도 라이벌로 꼽혔던 다른 나라 선수들과의 경쟁을 넘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중국에서 열리는 만큼 이로 인한 홈 텃세를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경기에 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아시안게임> 선수단 결단식 ⓒ연합뉴스
이미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의 홈 텃세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한국 선수단은 확인한 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 출전한 박성현이 중국의 장 주앙주앙에게 패했던 아픈 기억이 그것인데요.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은 1984년 LA 올림픽 이후 7회 연속 여자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었고, 실력 또한 최강과 다름없었기에 금메달은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함께 나섰던 주현정, 윤옥희 등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고, 박성현 역시 중국 선수에 져서 은메달을 따내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는 실력에서 패했다기보다 중국 관중들의 '비매너' 응원이 한몫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활시위를 당기면 소음을 유발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응원들이 펼쳐지면서 자극했고, 결국 여기에 방해를 받으며 다 잡은 금메달을 내주는 아픔을 맛봐야 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심판 판정에서도 한국은 중국과 경기를 가질 때 불리한 판정들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배드민턴 여자복식 준결승에 나섰던 이경원-이효정 조는 서브를 넣을 때 자꾸 규정을 위반한다는 심판의 이해할 수 없는 '폴트 판정'에 힘든 경기를 펼쳐야만 했습니다. 당시 전체 심판의 90%를 중국인으로 배치한 가운데서 중국의 배드민턴 싹쓸이를 위해 한국보다는 상대 선수였던 일본 선수들이 중국이 금메달을 딸 때 유리해 보였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이경원이 훗날 '심판 판정을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다'고 했을 만큼 당시 상황들은 여러 가지로 황당했던 일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각 종목마다 중국의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작용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이미 종합 1위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중국의 당면 과제 자체가 최대한 많은 종목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강세 종목에서는 '싹쓸이'를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만큼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자신들의 홈 이점을 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핸드볼과 같은 '황당한 판정'같은 일은 있어서도 안 되고,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한국이 금메달을 노리면서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몇몇 종목에서는 불리한 텃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 각 종목 코칭스태프나 협회 관계자가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방안도 적절하게 염두에 두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스포츠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 틀이 무너지면 심지어 걷잡을 수 없는 관계로 틀어질 수 있습니다. 스포츠 세계 1위까지 올랐던 중국이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어쨌든 홈 텃세라는 변수가 아시안게임 전체 물을 흐리는 일은 이번 대회에서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울러 그런 홈 텃세 속에서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아시안게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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