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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키운 8할은 TV
황지희 기자 | 승인 2008.01.17 06:43

   
 
1월 15일 MBC <MBC 프라임> '즐거운 실험, TV의 주인 되기'의 한장면이다.

궁금해진다. 우리가 TV를 보는걸까? TV가 우리를 보는걸까? 그만큼 TV는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한다. 가끔 무리한 TV시청에 스스로 각성할 때도 있다. 하지만 멀리가지 못하고 기껏해야 인터넷에 접속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TV에서 벗어난 게 아니다. 인테넷의 상당수의 콘텐츠는 TV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TV에 관한 정보가 넘쳐 나는 바람에 금단현상만 심해진다.

이런 TV중독 현상도 TV가 대신 걱정해준다. MBC <MBC 프라임> '즐거운 실험, TV의 주인 되기'가 나섰다. '2008 신년 기획, 청소년이 희망이다'의 두번째 작품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TV가 미치는 영향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그 대안들을 제시했다.

흥미로운 장면 하나가 나왔다. 한 고등학교 논술수업 시간이다. 교사가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쓰고 휠체어를 탄 사람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 사진만 보고 학생들이 그 사람의 성별, 직업, 성격 등을 유추해서 칠판에 적도록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남성이라고 했고, 직업이나 성격에 대한 예측은 모두 달랐다.

사진의 주인공은 대통합민주신당 장향숙 의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장애인 국회의원으로 TV에 꽤 자주 나왔던 인물이다. 도대체 장향숙 의원도 모를 수 있냐고 흥분할 필요는 없다. 벌써 교사가 잔소리 했다.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라 인상 깊었다. 짧은 머리, 안경, 후즐근한 옷차림, 휠체어 등이 주는 고정관념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들이 개인의 경험으로만 그런 답을 내놓은게 아니었다. 교사는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알려준 뒤 다시 토론을 이어나갔다. 일종의 '미디어교육'이다.

방송의 구성은 대체로 평이했다. 한 축에서는 두 가족을 선정해 TV를 끄고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이 TV를 끊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장면이 흥미롭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가족과 함께 다른 놀이를 하며 가까워지는 시간이 많아져 좋아졌다는 소감이 나왔다.

다른 쪽에서는 TV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들을 보여줬다. 관련 전문가들의 인터뷰도 충실히 담았다. 줄거리는 대체로 비슷하다. 잘 활용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게 TV지만, 자칫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을 해칠수 있다는 말이다. TV를 끄는게 정답이 아니라, TV를 주체적으로 볼 줄 아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좁게 말하면 TV지만 넓게 보면 이것은 미디어 전체를 말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애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지키지 못하는 과제이기에 의미있는 방송이었다. 프로그램 후반부에는 미디어를 즐겁게 활용하는 어린이들이 나와 즐거움을 준다. 초등학생들이 만든 작품이 대단하다.

돌이켜보자. 요즘 세대를 키운 8할은 TV다. TV의 영향을 어릴적부터 받은 현재의 30대가 1세대라 볼 수 있다. <뽀뽀뽀>, <꾸러기>, <호랑이 선생님>, <사랑이 꽃피는 나무>, <사춘기>를 보며 어린이와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를 보며 역사공부를 했고,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보면서 피로를 풀었다.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다.

물론 좋은 것만 배운 것은 아니다. 흡연이 멋지다는 착각을 은연중에 알려준 것도 TV였고, 폭력을 미화시키거나 성에 관한 나쁜 고정관념을 심어준 데도 TV가 한몫했다. 대학생은 모두 노는 줄 알았으며, 누구나 재벌과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부부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데도 일조했다. 이는 드라마 만의 죄가 아니다. 오락프로그램이나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도 나쁜 고정관념을 많이 배웠다. 

요즘 10대와 20대도 프로그램 제목만 바뀌었을 뿐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없었던 케이블, 인터넷으로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는 게 문제다. 마땅한 미디어교육을 받지 않고 자란 현재의 30대 이상의 세대들은 그래서 막막한 심정이다. 요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어떤 미디어교육을 시켜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TV가 좀더 나설때다.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상당수의 어른들을 위해 노력해달라. 방송에 나왔던 아이들처럼 미디어를 즐겁게 보는 활용하는 이들에게 주목해달라. TV를 무작정 끌 수는 없다. TV는 비교적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문화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다. 우아하게 독서를 권하지 말라. 어떤 책이 <무한도전>보다 재미있으며, 어떤 책을 읽어야 <인간극장>같은 감동을 주겠는가. 그 무엇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대신하겠는가.

방송은 홈페이지(http://www.imbc.com/broad/tv/culture/prime/admin/admin1/)에서 다시 볼수 있다. 요금은 500원이다. 

황지희 기자  nabt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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