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어쨌든 출전 허락은 받았고, 이제 좋은 활약을 보여줄 일만 남은 듯합니다. 박주영이 소속팀 AS 모나코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불허를 통보받은 지 하루 만에 다시 허락을 받아내면서 어렵게 아시안게임에 출전합니다. 박주영은 당초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모나코가 내보내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은 뒤 끈질기게 구단 수뇌부와 감독을 설득한 끝에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한국 축구 아시안게임 24년 만의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태게 됐습니다. 과정은 어려웠지만 기회는 살렸고, 홍명보호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단비'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박주영은 아시안게임 참가 전 마지막 경기인 리그 12라운드 낭시와의 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팀의 4-0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박주영의 활약으로 모나코는 순위 변동(18위)은 없었지만 최근 부진했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출전 기회를 잡은 뒤에 감독과 구단이 가질 수 있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털 수 있게 하는 시원한 골이었습니다.

▲ 프리킥 연습하는 박주영 ⓒ연합뉴스
사실 박주영의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은 '양날의 검'이나 다름없습니다. 금메달을 따느냐 못 따느냐에 따라 박주영의 향후 입지에도 큰 변화가 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주영은 낭시전 상승세를 아시안게임에서도 보여주며 24년 만의 금메달 획득을 위해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한국이 금메달 획득에 성공하고 박주영도 그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가치 상승은 말할 것도 없고, 더욱 편한 마음으로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아무래도 '병역 혜택'이 걸려있다 보니 이 혜택을 받고 더 좋은 팀으로의 이적 등을 비롯해서 보다 좋은 대우를 받고 유럽 무대에서 롱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당장 AS 모나코에서도 더 입지를 다지면서 보다 더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기량 면에서도 업그레이드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한국 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로서 아시안게임의 한을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면 역시 그로 인한 팬들의 시선도 더욱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 2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고 본인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물론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이 있다 해도 이 대회 출전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고, 메달 가능성도 아시안게임보다는 다소 떨어지기에 사실상 이번 기회를 놓치면 박주영이 놓치는 것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먼저 병역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 유럽 무대에서의 활약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어쨌든 병역법상 2013년까지 미룰 수 있는 만큼 당장 영향을 입는 일은 없겠지만 국내에 들어와 2년 가까이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2013년 이후 박주영이 유럽 무대에서 활약할 가능성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이와 동반해서 박주영의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소속팀 AS 모나코 내에서의 입지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어렵게 따낸 참가 허락인 만큼 만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더 나아가 '괴씸죄'를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 20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골든골을 넣은 안정환이 당시 소속팀 페루지아로부터 '괴씸죄'에 걸렸던 얘기와는 다른 얘기겠지만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들을 아무 것도 잡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박주영과 구단, 감독의 관계는 껄끄러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2달 뒤에 있을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에도 영향이 갈 가능성이 있고, 박주영 본인뿐 아니라 한국 축구 대표팀 전체적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어쨌든 대회에는 출전하고, 박주영은 목표를 이뤄야 하는 과제를 안고 당찬 마음가짐으로 광저우에 입성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경우의 수라는 것이 있겠지만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지지 않고 정말 제대로 맹활약을 펼쳐서 박주영, 그리고 한국 축구의 미래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시안게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위기이지만 곧 기회일 수 있는 박주영의 아시안게임이 밝게 빛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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