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자유한국당이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전당대회 날짜가 2차 북미정상회담과 겹쳤다고 음모론을 주장해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가 하면 8일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을 쏟아낸, 말만 진상규명인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열어 또다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진태·이종명 의원 주최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말이 진상규명일 뿐 이 행사에서 쏟아진 발언은 거짓과 망언들에 불과했다. “광주는 우리의 적”이라는 지만원 씨가 주축이 된 이 행사는 비록 일부지만 자유한국당 극우화를 증명한다.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지만원씨가 참석하고 있다. 지 씨는 공청회에서 5.18 북한군 개입 여부와 관련해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에서 쏟아진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발언들은 차마 지면으로 옮길 수 없는 참담한 내용과 표현들이었다. 광주 5·18에 대한 왜곡을 넘어 “광주는 우리의 적”이라는 단어 속에는 구태의 지역감정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의심받게 한다. 이 행사는 다가올 2월 말 전당대회와 더 나아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지지층 끌어들이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행사에서는 지만원 씨만이 아니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문제성 발언도 쏟아졌다. 직접 참석하지 않았지만 영상을 보내온 김진태 의원과 공동주최한 이종명 의원 그리고 원내대변인 김순례 의원 등의 발언은 하나같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비하하는 망언들이었다. 지만원 씨가 주장했던 광주 북한군 개입은 대법원 판결로 사실이 아님이 입증됐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런 행사를 개최하고, 5·18을 왜곡·모독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해댈 수 있는 것은 최근 오른 지지율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행사까지도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거라고 볼 수는 없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난일색이다.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지만원씨가 5.18 북한군 개입 여부와 관련해 발표를 하려 하자 5.18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5·18을 비롯한 민주화운동의 혜택이다. 그 과정에서 숭고한 희생은 또 얼마나 많았는가. 그들의 희생을 거름 삼아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단 한 방울의 땀과 눈물을 흘려본 적 없는 이들이 표현의 자유는 최대치로 누린다는 비판도 들린다. 민주주의는 때로 불편하다.

지지율 상승과 전당대회라는 두 가지 이슈 속에서 최근 자유한국당의 극우화 행보는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어떤 후보는 남북평화모드에 역행하는 핵무기 개발을 주장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아무리 자유한국당 지지가 오르고 민주당이 인기를 잃는다고 해도 시대정신에서 이탈한 망동까지 용납되지 않는다.

정국 주도권을 잃은 민주당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자유한국당의 기세는 한껏 올라있다. 극우로 폭주하는 자유한국당은 빨간불을 못 보고 지나치고 있다. 극우 지지자들의 목청 큰 소리에 쏠려 국민 대다수의 끓는 분노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벼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 결과로 누가 또 무릎을 꿇게 될지 기다려진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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