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현실성, 웃음 모두 잡은 <구해줘! 홈즈> (2월 5일 방송)

MBC 예능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

집을 만들어주거나 집을 다시 꾸며주는 예능은 있었다. 그러나 직접 발품을 팔아 집을 구해주는 예능은 없었다. 설 특집 파일럿으로 방송된 MBC <구해줘! 홈즈>는 연예인이 의뢰인의 조건에 맞춰 직접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집을 보러 다니는 형식의 예능이다. 단순히 연예인들이 집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의 구체적인 상황에 맞춰 구해준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높았다는 평가다.

특히 <구해줘! 홈즈> 2회는 현실성이 더욱 높았다. 의뢰인은 두 팀. 부산에서 상경한 서울대 새내기의 첫 자취방 구하기와 반려견을 키우는 결혼 3년 차 부부의 전셋집 구하기였다. 서울대 새내기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50만 원짜리 자취방을, 결혼 3년 차 부부는 대출 포함 3~4억 대 전셋집을 원했다.

일단 구체적인 가격대가 정해지다 보니, 첫 독립의 판타지라든지 여대생이 꿈꾸는 공간 같은 것을 찾기는 어려웠다. 보증금 500만 원에 25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혹했지만 막상 가보니 “변기에 앉아 샤워해야 될 것 같고 계단 내려가는 길이 방 탈출하는 것 같은” 초저렴 복층 원룸부터, “서울대 걸어서 5분 거리”라는 문구에 혹했지만 막상 현실은 건물을 타넘는 직선거리가 5분일 뿐 사람 다리로는 전력 질주해야 5분 안에 도착하는 거리였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인 집 구하기였다. 첫 자취방을 구할 때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시행착오였기 때문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

신봉선 팀이 전형적인 원룸 형태를 구하는 동안, 광희 팀은 트렌드를 반영한 셰어하우스를 찾아다녔다. 서울시에서 보증금을 보조받아 운영하는 사회 주택, 아파트 방을 공유하면서 낮은 보증금과 낮은 월세를 받는 셰어하우스 등이 대표적이었다.

반려견 4마리를 함께 키워야 하는 의뢰인 부부를 위해서는 협소주택, 반려견 전용 퍼즐주택, 땅콩하우스를 소개했다. 특히, 퍼즐 주택의 경우, 공동현관 출입구에 반려견을 위한 세족시설부터 강아지 전용 출입구, 소음 방지 문, 반려견의 백내장을 방지하는 전등, 천장에 설치된 캣타워, 옥상의 반려견 수영장까지 의뢰인 맞춤형 시설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두 팀으로 나눠 의뢰인의 집을 구하는 방식은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예능적으로도 재밌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두 팀이 전혀 다른 형태의 주거 공간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구해줘! 홈즈>가 현실적인 공감대로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의뢰인 선정부터 굉장히 꼼꼼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새내기 의뢰인을 통해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살펴보고, 반려견 동반 의뢰인을 통해 ‘반려견을 키우는 사회’ 트렌드를 반영했다. 연예인 코디들도 개인적인 취향을 모두 접어놓고 철저히 의뢰인의 조건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집을 꼼꼼하게 둘러봄으로써 의뢰인들과 비슷한 조건의 집을 구하는 시청자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주의 Worst: 갑질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갑갑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2월 5일 방송)

KBS2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조직판 <전지적 작가 시점>인 것 같았다. 매니저가 연예인의 일상을 제보하는 대신, 부하 직원이 보스의 갑질을 폭로하는 포맷의 예능. 박원순 시장, 김준호, 이연복 셰프가 주인공. 얼핏 보면 예능적 재미와 사회적 공감대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파일럿 예능처럼 보인다. 여기에 김숙, 양세형, 김수미라는, 할 말 다하는 속 시원한 패널들이 참견인으로 출연함으로써 세 보스의 갑질에 대해 속 시원한 지적을 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물론 갑질의 갑갑함을 지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주 2회 새벽 6시에 1시간 동안 마라톤을 해야 하는 박원순 시장 비서관의 고충에 공감하기도 하고, 예고 없이 부산 지점 식당에 방문해 직원들의 주방을 감시하는 이연복 셰프의 갑질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겉핥기였다는 점이다. 정작 갑질의 핵심에 대해서는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원순 시장의 직원 소통 시간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시청 직원들과 소통한다는 명분하에 여직원에게 “사귀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고, 없다는 대답에 대뜸 휴대폰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공개구혼’ 동영상을 찍었다.

일단 직원의 사생활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본다는 것부터 문제였다. 두 번째 문제는 공개구혼 동영상 촬영에 대해 여직원의 동의를 미리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촬영 카메라가 여러 대 있고 ‘서울시장’이라는 막강한 힘을 가진 상사가 느닷없이 휴대폰 동영상을 촬영한다고 하면, 어떤 부하직원이라도 대놓고 거절 의사를 표하지 못할 것이다. 상사가 ‘이런 것을 촬영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보지 않았다면 더더욱.

KBS2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연예인 게스트들이 이 순간 갑 버튼을 눌렀다. 당연히 동의 없는 질문이나 촬영을 지적할 줄 알았는데, 김수미는 “시장님 때문에 부담돼서 안 올 수도 있다”고 했고 양세형은 “카메라 각도가 너무 시장님 쪽이었다”면서 너무 부수적인 부분들만 지적했다. 심지어 김준호는 “여직원이 빵을 한 입 먹은 직후에 찍었다. 입가에 묻은 빵을 털 시간은 줬어야 했다”는 이상한 억지 주장을 했다.

아무도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누구도 ‘여직원의 동의 없이 그런 질문을 던지거나 촬영을 하는 게 이상하다’는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입가에 묻은 빵가루를 털 시간을 안 준 게 아니라 동의를 구하지 않은 건데. 제작진은 김준호에게 ‘여잘알(여자를 잘 아는)’이라는 별명까지 붙이며 자화자찬했다.

오히려 소통하려는 박원순 시장의 노력만을 봤다. 박 시장의 소통 방식을 불편해하는 직원들의 마음은 헤아려주지 않았다. “‘시장님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이렇게 반겨주는 젊은 친구들이 왜 없어. 난 짜증난다”라고 말하는 김수미의 참견도 갑질이라면 갑질이었다. 보스의 갑질을 파헤치는 것이 프로그램 의도인데, 보스의 갑질을 받아주지 않는 직원들을 탓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남자 비서관의 내키지 않는 마라톤 참가에 대해서는 사이다 지적을 하더니, 여직원의 사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다들 근본적인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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