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소녀시대를 걸고넘어지면서 성접대라든가, 성형 같은 혐오내용을 방송한 것 때문에 우리 매체들이 혐한류를 경계하는 보도를 많이 하고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식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대응도 많이 보인다.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혐한류는 한류의 반작용으로 생긴 것이다. 한류가 존재하는 한 혐한류도 숙명처럼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혐한류가 사라지는 날은 바로 한류가 사라진 날이 될 것이다.

외국 문화가 들어올 때 경계심이 일어나는 건 세계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도 헐리웃 영화가 범람하거나 일본식 문화가 치고 들어올 땐 그에 대한 반작용이 일어난다.

게다가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한국을 대단치 않게 여겼었다. 그런 한국의 문화가 물밀듯이 들어오며 자국 여성들을 사로잡고 있으니 화가 안 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와중에 한국은 한류, 한류 노래를 부르며 우리 대중문화의 부흥을 자랑해댔다. ‘부자 몸조심’이라고 했는데 정반대로 행동한 것이다. 우리가 한류라고 자랑할수록 상대는 더욱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문화는 부지불식간에 스며들어야 한다. 현재의 우리처럼 남의 나라에 징을 치고 꽹과리를 쳐대며 들어가는 것은 최악의 경우다.

특히 중국권에서 혐한의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 더욱 당연한 것은, 우리 방송 연예계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중국을 경시하는 태도 때문이다. 내가 만약 중국의 청년이라면 정말 분노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결론은 이미 말했듯이 혐한류가 발생하는 건 한류가 발생한 이상 당연하다는 것이다. 숙명이다. 이건 거의 인지상정의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어차피 발생할 혐한류라도 그것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태도가 혐한류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요즘 한국 언론은 무책임한 기사 장사로 악명이 높다. 어떤 예민한 사안에 대한 루머가 있을 때 사실확인 없이 덮어놓고 보도해서 일을 키우고 본다. 심지어는 네티즌을 자극할 만한 이슈라면 별것도 아닌 걸 침소봉대해서 보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병헌의 헐리웃 영화가 개봉됐을 때 어떤 한국 매체는 마치 일본인들이 이병헌을 폄하하는 듯이 보도해서 우리 네티즌의 분노를 조장하기도 했다. 우리가 WBC에서 일본을 이겼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마치 이승엽이 일본에서 보복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보도해서 분노를 조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어떤 사건이 있을 때마다 ‘싸움 키우기 중계방송’식 보도를 한다면, 우리 네티즌은 분노하고, 그걸 보면서 상대국도 분노하고, 그걸 본 우리 네티즌이 더욱 분노하는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혐한류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별 의미도 없는 자극적인 댓글들을 짜깁기해서 마치 그것이 국민적인 여론이라도 되는 양 중계방송하는 기사들이 문제다. 혐한류도 그렇다. 혐한류가 중요한 사안인 건 맞지만, 혐한류가 아직은 주류가 아니며 혐한류보다 한류가 훨씬 크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혐한류만을 크게 부각시키는 건 현실왜곡이며 대중선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 일어나는 혐한류 사례들을 언론이 하나하나 중계방송하고, 그때마다 대중이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무의미하다. 혐한류를 한류의 필연적인 부산물로 인정하고, 그것을 우리 내부문제를 고칠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한 대응이다.

성접대 같은 혐한류의 비방은 분명히 우리 스스로가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비방의 여지가 없도록 우리 대중문화산업을 투명화, 선진화할 채찍질로 혐한류를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악의적인 립싱크 논란도 우리 실력을 더 가다듬을 계기로 삼으면 된다.

실력과 컨텐츠에 투자하고, 상대국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는다면 혐한류가 있건 없건 한류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다. 질적 경쟁력이 하락하고 지금처럼 타국을 비하 · 경시하는 한국방송 내용이 툭툭 나오며 네티즌 역시 타국을 증오한다면 한류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어쨌든 한류라는 건 한국의 문화가 수출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문화를 받는 쪽에선 경계하는 것이 당연한 동시에, 보내는 쪽에선 보다 상대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 혐한류를 자극적으로 부각시키며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공격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최악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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