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 주말 가을밤을 훈훈하게 달군 멋진 활약들이었습니다. '캡틴박'은 그야말로 날아다녔고, '블루드래곤'은 환상적인 마르세유턴과 승리를 결정짓는 패널티킥 유도로 맹활약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나란히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을 늘 바랐던 축구팬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는 그런 활약들이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서 펼쳐졌습니다.

두 코리안 프리미어리거, 박지성과 이청용이 2010/1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에서 정말 좋은 활약을 펼치며 소속팀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박지성은 맨유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울버햄튼과의 경기에서 혼자 2골을 만들어내며 2-1 승리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해냈습니다. 특히 1-1로 맞선 후반 종료 직전, 오른쪽 측면에서 드리블하다 수비수를 앞에 두고 과감하게 왼발로 깔아 차 극적으로 결승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경기장에는 박지성 응원가가 울려 퍼졌고, 박지성의 맹활약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잠시 보이며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 박지성의 극적인 결승골 장면을 메인에 소개한 영국 스카이 스포츠 (캡쳐 화면)
또 이청용은 최근 무섭게 떠오르는 토트넘 홋스퍼를 맞아 모처럼 풀타임을 뛰며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특히 후반 28분, 패널티킥을 유도하며 시즌 3번째 도움을 기록했고 후반 45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2명을 앞에 두고 마르세유턴을 선보이며 제친 뒤에 날카로운 크로스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줘 큰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측면에서 활발한 공격을 이끈 이청용의 활약 속에 볼턴은 토트넘에 4-2 승리를 거두며 리그 5위로 뛰어오르는 기세를 보여줬습니다.

두 선수의 11월 첫 주말밤 활약상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팀 승리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활약 의미가 컸습니다. 불과 2-3주 전까지만 해도 '이적설'이다 '부상'이다 해서 논란이 일었던 박지성은 UEFA 챔피언스리그 부르사스포르전 도움에 이어 팀 승리를 결정짓는 2골을 뽑아내면서 이를 완전히 불식시키고 잠재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이전까지만 해도 '슬로 스타터'였던 박지성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연달아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활발한 몸놀림과 창조적인 움직임, 기가 막힌 패싱플레이로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며 당당히 '이름 없는 영웅'이 아닌 '주연 배우'로서의 활약을 연달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최근 주전 선수들의 잇달은 부상으로 어느 정도 활약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100% 이상 소화해내고 있는 박지성은 앞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팀 공격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시즌 중후반 같은 상당히 중요한 시기에 좋은 활약을 펼쳤던 박지성이 이제는 시즌 내내 팀을 책임지는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셈입니다. 당연히 자신의 색깔을 더 드러내고, 그 과정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습니다. 이번과 같은 활약상이 더 많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청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이청용은 박지성에 비해 꾸준하게 경기에 출장하면서 별다른 흐트러짐 없이 좋은 활약을 펼쳐왔지만 최근에 체력적인 문제로 후반에 다소 떨어지는 경기력을 보이며 약점이 다시 드러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토트넘이라는 강팀을 맞아 패스, 침투, 스피드, 수비 가담 등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렸을 뿐 아니라 체력적인 면에서도 많이 회복해 경기 내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의 활발한 공격에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올 시즌 이청용과 마르틴 페트로프의 빠른 양 날개를 앞세워 지난 시즌과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볼턴이 시즌 중후반에 상위권을 어느 정도 노리는 수준에 이른다면 그만큼 이청용을 더 많이 활용하고 기회를 줄 것으로 점쳐지는데요. 그에 따라 역시 이청용의 활약도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최근의 흐름과 연결시켜 이번 11라운드의 두 선수 활약상을 보면 앞으로 정말 많은 것을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물론 연말 박싱데이, 아시안컵 출전 등 변수가 작용하기는 하겠지만 자기 관리가 철저한 두 선수인 만큼 이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상당히 기분 좋은 시즌을 맞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집니다. 다소 쌀쌀한 가을밤을 후끈하게 하고 흥분하게 만든 박지성, 이청용의 활약이 참 대단하고 눈부셨습니다.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고, 그래서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는 두 선수의 활약상이 앞으로도 더욱 기대되고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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