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1박 2일 동안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큰 틀의 합의가 실질적 이행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북미 정상회담 소식에 위기를 맞은 정당이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다.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공교롭게도 오는 27일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 일정과 겹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2월 27, 28일 베트남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만약 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만, 김정은과의 관계는 좋다"며 "김 위원장과 나는 오는 27일, 28일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큰 틀의 합의만 이뤘던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과 달리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과 북한 측이 1박 2일 일정으로 정상회담과 실무협상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정상끼리 만나서 담판을 짓는 것을 선호하고, 미국은 실무협상을 하고 정상들은 사인만 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지금까지 협상이 잘 진행이 안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엄 소장은 "일정을 이틀 잡았다는 건 정상회담 중간중간에 실무협상까지 진행해서 성과를 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1차 북미 정상회담보다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기를 맞은 정당이 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다. 한국당은 북미 정상회담 날짜인 오는 27일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전당대회는 정당의 축제로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정당의 정체성과 변화 모습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북미 정상회담과 일정이 겹칠 경우 한국당 전당대회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어느 정도 실질적 이행 내용이 합의된다면, 대북 압박을 기조로 삼고 있는 한국당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소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한국당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상황인데,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국당이 컨벤션 효과는 커녕 지지율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왼쪽)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한국당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당의 중요한 행사가 외부적 요인으로 영향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두고 음모론을 거론하며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하는 당권주자도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에서 미북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지난 지방선거 하루 전에 싱가포르에서 미북 회담이 개최되는 것과 똑같은 모습"이라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살하려는 북측이 문 정권을 생각해서 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번에는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미북회담 후 저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열거나 김정은의 방한을 추진할 것"이라며 "그래서 한 달 이상 전대를 연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은 "하필 한국당 전당대회일이다. 작년 지방선거 전날 1차 회담이 열리더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며 "김정은-문재인 정권이 그렇게 요청했을 것이고, 미국에선 한국에 야당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는 1주일 연기하는 게 좋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로 손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부 요인과 무관하게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면 된다"며 "선수가 경기 규칙을 이렇게 정해 달라, 저렇게 정해 달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룰이 정해지면 충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차는 당권주자들의 전당대회 유불리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엄경영 소장은 "황교안 전 총리는 대세론을 통해서 빠른 시간 내에 승부를 매듭짓고 싶을 것"이라며 "반면 오세훈 전 시장과 홍준표 전 대표 등 추격하는 주자들은 반대 입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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