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비서실장에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유력하다는 기사가 오늘자(16일) 신문에 실렸다. 정확히 말해 동아 조선 중앙일보 이른바 ‘조중동’에만 실렸다.

‘대통령 비서실장 윤진식 유력’이라는 기사의 공통점은 두 개다. ‘조중동’에만 실렸다는 것이 첫 번째 공통점이고, 다른 하나는 세 신문 모두 한나라당 핵심관계자 말을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공통점 때문에 세 신문의 기사는 정말 ‘많이’ 닮아 있다.

▲ 조선일보 1월16일자 1면.
조중동에만 실린 대통령 비서실장 윤진식 유력기사, 어떻게 볼 것인가

세 신문 모두 한나라당 핵심관계자 말을 인용하고 있다는 게 의미하는 바가 뭘까. 별로 어렵지 않다. 간단히 뒤집어서 해석하면 된다. 관련 내용이 조중동에만 실렸다는 얘기는 한나라당 핵심관계자가 ‘조중동’에게만 정보를 줬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이런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국무총리 인선을 비롯해 부처 통폐합 관련 기사들이 주로 ‘조중동’ 위주로 실린 것이 서막에 불과했다면, 대통령 비서실장 유력기사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공동전선’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 같은 해석이 우려를 동반하면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 이 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중앙일보 1월16일자 1면.
사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14일 이명박 당선인 신년기자회견 직후 제기되기도 했다. 경향신문이 지난 15일자에서 보도하기도 했지만 이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서 ‘일부 언론’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 가운데 일부를 추리면 이렇다.

“일부 언론은 아예 (대운하를) 안한다는 것을 전제로 반대를 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대학 자율화를 하면) 과외비가 더 든다거나 사교육비가 더 늘어날 것이다. 본고사가 부활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좀더 깊이 내용을 보면 대학 들어가는 문이 확실히 쉬워질 것이다.”

▲ 경향신문 1월15일자 2면.
이명박 당선인이 언급한 ‘일부 언론’은 어디?

얼마든지 외교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을 굳이(?) ‘일부 언론’이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흥미롭다. 대운하에 반대하는 것은 일부 언론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적지 않은 구성원들이 반대와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 굳이 일부 언론을 언급한 의도가 뭘까.

▲ 동아일보 1월16일자 1면.
대운하나 ‘대학자율화’에 반대하고 있는 ‘일부 언론’을 그만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거 아닐까. 경향신문이 지적했듯이 “일부 언론이 대운하의 효용성이나 특장 등을 제대로 알려주기보다는 무조건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말이다.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조중동에만 실린 윤진식 비서실장 유력 기사는 단일사안으로 읽어야 할 ‘기사’가 아니다. 이 당선인 신년회견에서 언급한 ‘일부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 표출, 인수위의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 지시 논란, 대선 과정에서 한겨레 등 일부 언론에 제기한 거액소송 등 몇 가지 사안들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신들이 보기에 ‘우호적인 언론’과 ‘비우호적인 언론’을 명확히 구분해서 대처하고 있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말이다.

한나라당과 인수위 쪽은 신문 방송 겸영 허용과 KBS2와 MBC 민영화 등의 미디어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신문 방송 겸영허용은 조중동이 지금까지 줄기차게 주장해 온 ‘공약’이다. 일련의 흐름과 ‘조중동’에만 실린 윤진식 대통령 비서실장 유력기사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디어구조 개편이 임박해 있는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실린 윤 비서실장 유력기사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공동전선’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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