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린보이의 얼굴에서 자신감 없는 표정은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7월, 팬퍼시픽 대회에서 지난해 '로마 쇼크'를 털고 일어선 박태환이 한 달 간 호주 전지 훈련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선보인 표정은 상당한 자신감과 기대가 넘쳐흘렀습니다. 오래전부터 박태환을 조련한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도 베이징올림픽 때와 같은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훈련이 상당히 잘 됐다"고 말한 것을 보면 왠지 모르게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과 환한 웃음을 보일 박태환의 모습이 그려지기까지 합니다.

▲ 박태환 선수,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이번 대회에 박태환은 원래 나섰던 자유형 200, 400, 1500m 외에 100m, 단체 3종목 등 총 7개 종목에 출전합니다. 지난 도하 아시안게임 때도 박태환은 7개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내며 당시 대회 전체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유형에서 그야말로 거의 모든 종목에 출전하는 박태환이 과연 이 출전하는 모든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낼지는 오래 전부터 의심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가 골고루 섞여있는 가운데 레이스 운영을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이를 위해 박태환은 호주에서 레이스 향상에 주력하는 훈련을 펼쳤고, 상당한 성과를 갖고 온 것으로 보입니다. 노민상 감독이 베이징올림픽 때 수준과 비슷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그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던 1500m에서 포기란 없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이번 대회에서 기대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잇달아 우려를 표했던 것과 다르게 제자의 훈련 상황을 직접 체크하며 확인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노 감독의 발언을 비춰보면 개인 종목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기대해 볼 만 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박태환이 '즐기는 선수'로서의 면모를 보인 것도 고무적입니다. 노민상 감독도 이 부분을 언급한 바 있었는데요.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 부진으로 온갖 비판, 비난을 받으며 마음 고생을 했던 박태환이 오로지 수영에만 빠져 즐기고 노력하면서 상당히 안정적인 기량, 심리를 갖춘 것은 이번 대회에서의 선전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갖춰도 너무 긴장하거나 부담을 느낀다면 부진하게 마련인데 일단 큰 도전을 앞두고 다시 편한 자세를 갖고, 목표 의식을 가졌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귀국한 바로 다음날 수영대표팀 공개 훈련에서 박태환은 머리를 갈색에서 금색으로 바꿨습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때도 박태환은 머리를 금빛으로 물들였고, 목표한 대로 한국인 최초 올림픽 수영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번에도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금빛으로 머리를 염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미 그는 많은 것을 이뤘습니다. 세계선수권(2007), 올림픽(2008), 아시안게임(2006)을 모두 제패한 그에게 더 이상 바랄 것은 없습니다.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다시 이를 악문 '마린 보이'의 힘찬 역영을 우리는 주목하고 응원해야 할 것입니다. 기분 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박태환을 보며 참 많은 것이 기대됩니다. 아픔,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며 힘차게 포효하는 '마린 보이'의 모습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또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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