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중에서 개최된 한국-대만 챔피언십 1차전에서 SK가 오심에 의해 위기를 맞아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했습니다.

SK가 2:1로 앞선 9회초 1사 후 조우스치 타석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는 방망이 끝이 완전히 돌아간 엄연한 헛스윙 삼진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3루심에게 물을 필요도 없이 주심이 아웃을 선언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인 심판들은 스윙이 아닌 볼로 판정했습니다.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홈팀을 위한 의도적인 오심으로 보입니다. 삼진을 면한 조우스치가 볼넷으로 출루한 것이 빌미가 되어, 1사 1, 2루에서 송은범이 왕셩웨이에 역전 끝내기 2루타를 허용하며 패했습니다.

▲ 9회말 대만 공격 1사1,2루에서 6번 왕셩웨이(가운데)의 2타점 적시타로 1점차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대만 슝디 엘리펀츠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에서 개최되는 경기인 만큼, 사실 이 정도의 오심은 충분히 각오했던 바입니다. 오늘 경기가 열린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경기장의 개장 기념으로 2007년 12월에 개최된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 개막전 한국 대 대만 전에서, 선발 류현진이 1회말 천진펑에게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준 후, 대만 선발 린언위에게 고전했습니다. 린언위의 구위가 좋기도 했지만,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이 한국 공격일 때만 터무니없이 넓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현지에서 경기를 직접 관전했는데, 1루 관중석의 한국 응원단뿐만 아니라 덕아웃의 한국 대표 선수들조차 어처구니없는 스트라이크 존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습니다.

의도적인 오심을 이기는 것은 실력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5회초 이종욱의 우월 3점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한 후, 박진만의 좌중월 솔로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고, 박찬호와 정대현을 투입하여 대만에 5:2로 승리한 바 있습니다.

오늘 SK와 슝디의 경기에서 일본인 심판들이 2007년 12월 당시처럼 의도적인 오심을 일삼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은 양 팀에 공정했고, 세이프 및 아웃 판정도 비교적 문제가 없었습니다. 단지 9회말 스윙 판정이 오심이 빌미가 되었지만, 그 정도는 대만 원정인 만큼 ‘애교’로 봐주고, SK가 진작 점수차를 벌렸거나, 투수진이 9회말 더 이상의 출루와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어야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SK는 지난 한국 시리즈까지 보였던 특유의 철두철미한 야구를 선보이지 못했습니다. 1회초 2사 3루, 2회초 2사 1, 3루, 4회초 1사 1, 3루, 5회초 2사 만루에서 단 1점이라도 뽑았다면, 9회말 오심이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을 것입니다. SK가 10월 19일 삼성과의 한국 시리즈 4차전 이후 공백이 길어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지만, 슝디 역시 10월 23일 싱농에게 대만 시리즈를 스윕하며 우승을 확정지었기에 양 팀의 실전 공백은 비슷한 조건이었습니다.

특히 4명의 아시안 게임 대표 선수들이 부진했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정근우가 5타수 무안타, 최정이 3타수 무안타, 박경완이 4타수 무안타로 아시안 게임 대표로 선발된 3명의 타자들은 단 1안타도 얻지 못했고, 4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몸에 맞는 공 1개를 얻은 것이 유일한 출루였습니다. 특히 박경완은 4회초 무사 1루에서 희생 번트에 실패하며 스리 번트 아웃 삼진으로 물러났는데, 전혀 평소의 박경완답지 못했습니다. 만일 박경완이 희생 번트에 성공해 1사 2루가 되었다면, 뒤이은 나주환의 안타는 적시타가 되어 3:1로 SK가 달아났을 것입니다.

▲ 4회초 1사1,3루에서 9번 조동화의 타석때 1루주자 나주환이 2루 도루에 실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 투수 송은범도 마무리에 실패하며 패전을 안았습니다. 9회말 1사 1루에 등판해 1루 대주자 지엔푸주에게 도루를 허용한 뒤 왕진용에게 볼넷을 내줬는데, 풀카운트에서 몸쪽 직구가 빠져 볼넷이 된 것을 감안하면, 왕진용을 걸러 1루를 채우겠다는 의도보다는 몸쪽 직구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였는데 제구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송은범은 볼넷을 내준 직후 왕셩웨이에 밋밋한 높은 변화구를 초구에 통타당했고, 잘 맞은 타구가 좌익선상으로 빠지며 경기는 그대로 끝났습니다.

9회말 역전 위기였지만 좌익선상에 상당한 공간을 남겨준 3루수 최정의 수비도 아쉽습니다. 적은 점수차의 종반이면 1루수와 3루수는 각각 선상으로 붙도록 수비 위치를 잡아 단타를 허용하더라도 장타를 막는 것이 기본인데, 최정의 수비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면 동점이 되어 무제한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부담으로 인해 3유간을 좁히기 위해 좌익선상을 비워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역전 주자가 1루에 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설령 동점은 주더라도 역전을 주지 않는 선상 수비를 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리 동영상을 통해 분석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맞대결을 통해 체감한 상대가 아닌 이상 낯설 수밖에 없으며, 오늘 경기처럼 승부가 예상을 빗나가며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튈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하 참사’로 기억되는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도 1차전 대만전에서 초반 몇 번의 기회를 날린 끝에 속된 말로 ‘어어~’ 하다가 오늘처럼 패했고, 승리를 낙관했던 대만전에서의 패배 후 정신적으로 무너진 한국 대표팀은 2차전 일본전에서도 오승환이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패한 바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최강을 자부하는 SK의 패배와 아시안 게임 대표 선수 4명의 부진은 단기전으로 마무리되는 광저우 아시안 게임의 우승을 장담하는 것이 얼마나 성급한 것인지 깨닫게 하는, 입에 쓴 약이 될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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