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대결은 경기 전부터 많은 흥미를 낳습니다. 치열한 신경전부터 시작해 경기에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꽃 튀는 명승부로 팬들을 흥분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스포츠가 더욱 아름답게 보이고, 눈길을 끌게 만듭니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올림픽에 버금가는 라이벌 대결이 많이 벌어집니다. 금메달을 향하는 관문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일 라이벌 매치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수영 박태환VS 장린

▲ 수영국가대표 박태환 ⓒ연합뉴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마린보이' 박태환은 명예 회복에 나섭니다. 지난해 '로마 쇼크'의 아픔을 딛고 절치부심 노력 끝에 다시 세계 정상을 향한 힘찬 물살을 가르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라이벌'로 불려왔던 중국의 장린을 넘어서야 합니다.

박태환과 장린은 2005년 동아시안게임 때부터 치열한 대결을 펼쳐 왔습니다. 물론 2006년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실력은 박태환이 훨씬 우세했습니다. 박태환은 아시안게임 3관왕을 비롯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 200m 은메달을 따내며 일약 아시아 최고 수영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박태환이 부진의 늪에 빠졌던 반면 장린은 자유형 800m에서 세계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하는 등 순위가 역전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절치부심 노력을 거듭했던 박태환은 지난 8월 팬퍼시픽 대회에서 장린을 400m에서 따돌리면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판세를 역전시켰습니다. 이번에 박태환은 판세를 뒤엎은 200, 400m뿐 아니라 팬퍼시픽 때 패했던 1500m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장린의 코를 완전히 납작하게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펼쳤던 박태환과 장린의 대결에서 과연 어떤 선수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여자 역도 장미란 VS 멍수핑

박태환과 함께 또 다른 베이징올림픽 영웅으로 떠올랐던 장미란도 '새로운 라이벌' 멍수핑과의 대결 완승을 통해 아시안게임 악연을 떨쳐내려 하고 있습니다. 원래 장미란은 여자 역도에서 가장 무거운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반면 탕공홍, 무솽솽에 이어 중국 역도계에서 밀고 있는 신예 멍수핑이 장미란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장미란은 멍수핑에게 아쉽게 패했습니다. 교통사고 후유증, 부상 등을 무릅쓰고 세계선수권 5연패에 도전했지만 이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합계 309kg을 들어올려, 1kg을 더 들어올리고 310kg를 성공시킨 멍수핑에 이어 3위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평소 실력이었으면 상대가 안 됐을 수 있었지만 너무나도 아쉽게 패한 장미란 입장에서는 조금 자존심이 상했을 것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적지'에서 열리는 만큼 지난 세계선수권에서의 패배를 만회하고 아시안게임에서 그동안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던 아픔도 극복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할 것입니다.

배드민턴 복식 이용대-정재성 VS 차이윈-후하이펑

▲ 2010 빅터코리아오픈 배드민턴슈퍼시리즈 남자복식결승에서 한국의 이용대-정재성이 중국 차이윈-푸하이펑을 2-1로 꺾고 우승했다. 이용대가 상대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연합뉴스
올해 배드민턴 남자 복식 간판 이용대-정재성 조는 이렇다 할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첫 국제 대회였던 코리아오픈에서 기분 좋은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이용대의 팔꿈치 부상으로 몇 달 공백이 생기면서 1위였던 세계랭킹도 4위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9월에 열린 일본 오픈에서는 1회전 탈락이라는 아픔도 겪어야 했습니다. 그랬던 이들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상당히 자신감에 넘쳐있다고 합니다. 지난 도하 대회에서 동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털겠다며 이번 대회에서 선전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용대-정재성 조가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오랜 중국 라이벌 차이윈-후하이펑 조를 넘어야 합니다. 차이윈-후하이펑 조는 이용대-정재성 조가 우승으로 가는 길목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아왔던 '천적 중의 천적'이었습니다. 강한 스매싱과 빠른 공격을 앞세워 이용대-정재성 조와 팽팽한 대결을 펼쳐왔는데 가장 최근 대결을 펼친 9월 중국 오픈에서도 이-정 조가 준결승에서 만나 1-2로 진 뼈아픈 기억도 갖고 있습니다. 적지에서 갖는 경기인 만큼 약간의 '판정 불이익'도 감수하면서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라이벌을 뛰어넘어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이루지 못한 금메달 한(恨)을 풀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사격 남자 권총 진종오 VS 마쓰다 토모유키

사격 남자 권총 부문에서 진종오는 세계 최강자와 다름없었습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권총 50m 금메달을 명중시켰던 진종오는 지난해 출전한 국제 대회에서 대부분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사격연맹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진종오는 올해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강력한 적수를 만났습니다. 바로 일본의 늦깎이 권총 간판 마쓰다 도모유키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 사격계에 전혀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던 마쓰다는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진종오의 주종목인 50m 권총, 10m 공기 권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관왕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진종오와 더불어 세계 정상급인 이대명까지 있어 '집안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에 다소 당황스러운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평소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진종오인 만큼 올림픽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토모유키를 꺾을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입니다. 과연 진종오의 설욕전이 될 것인지, 아니면 토모유키의 상승세가 이어져 '진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될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유도 왕기춘 VS 아키모토 히로유키

유도 남자 73kg급 최강자인 왕기춘은 지난 9월에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일본 선수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아쉽게 3연패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상대 선수는 바로 아키모토 히로유키였습니다. 이미 지난 2월, 파리 그랜드슬램 오픈에서 아키모토를 만나 업어치기 되치기 기술로 절반 우세승을 거두며 자신감을 갖고 있던 왕기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한판이었습니다. 지난해 개인적인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뒤 '실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며 다시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가운데 당한 패배는 자존심 강한 왕기춘에게 뼈아팠을 것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아키모토를 만났을 때 당시 패배의 아픔을 씻고 멋진 설욕전을 펼치며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의 한도 풀고,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는 세레모니를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남자 하키 한국 VS 인도 or 파키스탄

▲ 남자하키대표팀 ⓒ연합뉴스
아시안게임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남자 하키는 이번 대회에서도 역시 금메달을 노립니다. 그러나 우승을 차지하려면 4강전에서 인도 또는 파키스탄이라는 '전통의 강호' 벽을 넘어야 합니다. 세계랭킹이나 전체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인도, 파키스탄이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은 하키를 아는 팬들이라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인도는 지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2연패를 노렸던 한국에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는데요. 대회 3연패를 노리고 있는 한국 하키가 이 벽을 가뿐하게 넘으며 아시아 최강팀다운 위용을 과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한국 VS 일본

지금까지 다양한 라이벌전을 살펴봤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흥미를 모을 라이벌전은 아무래도 일본과의 맞대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중국의 초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종합 2위를 놓고 일본과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 하는 한국은 전략 종목에서 일본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이번 대회에 나서게 됩니다. 구기 종목에서는 남녀 축구, 야구, 배구, 럭비 등에서 라이벌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타 종목에서도 수영, 유도, 레슬링 등에서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 잇달아 펼쳐질 것으로 점쳐집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종합 5위를 차지한 것을 계기로 일본 스포츠가 한국을 다시 넘어설 수 있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과연 각 종목에서 펼쳐질 '숙명의 맞대결' 한일전이 어떻게 펼쳐져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피가 마르겠지만 보는 이들 입장에서는 아시안게임을 즐기는 새로운 요소가 될 '라이벌전'입니다. 4회 연속 종합 2위, 그리고 아마추어 스포츠의 경쟁력이 아직까지 살아있음을 보여주려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흥미진진한 라이벌전에서 멋진 승부를 펼치며 국민들에게 짜릿한 승리와 감동을 선사하는 모습을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달아 보여줄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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