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가 최근 '깜짝 매치'를 성사시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바로 내년 2월 9일, 터키 트라브존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터키대표팀과 평가전을 갖기로 한 것입니다.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히딩크 감독과의 12년 만의 '맞대결'도 흥미로운데다 유럽에서 나름 강팀 취급을 받고 있는 터키와의 맞대결은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 축구에 많은 득(得)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축구협회가 터키와 경기를 갖기로 한 것은 2011년 A매치 일정을 짜면서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주성 축구협회 국제부장은 터키 팀 자체가 짜임새 있는 면이 있었고, 무엇보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과의 평가전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성사에 지장이 없었다고 하면서 터키와의 평가전 성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감독직에서 내려온 뒤 그렇게 '한국과 경기를 한 번 갖고 싶다'며 입버릇처럼 늘어놓은 지 무려 9년 만에 대결이 성사된 것입니다.

▲ 내년 2월, 터키 트라브존에서 만남이 기대되는 이영표, 히딩크 감독, 박지성 ⓒ연합뉴스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 감독 시절, 한국과의 대결을 '구두'로 계약하면서 실제 성사에 큰 기대를 걸기도 했습니다. 박지성, 이영표 등 자신의 제자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 아니라 한국팬들에게 자신의 건재를 직접적으로 과시하고픈 욕구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에 아깝게 실패한 후 거취가 불분명해지면서 흐지부지해졌고, 결국 성사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 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이 터키로 넘어간 지 6개월 정도 지난 가운데, 마침내 성사되면서 축구팬들이 기대했던 매치를 드디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솔직히 약간 우려되는 것은 아시안컵 이후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던 박지성과 '은퇴 가능성'이 있는 이영표가 '스승' 앞에서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를 치르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 어쨌든 국가대표, PSV 에인트호벤을 통해 몇년간 깊은 인연을 유지했던 히딩크 감독, 박지성, 이영표가 만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고 재미있는 만남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실 히딩크와의 대결도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겠지만 또 흥미로운 것은 아시안컵 직후 경기가 열리고, 그것도 원정 경기로 치러진다는 점입니다. 아시안컵이 내년 1월 7일에 개막해 29일까지 치러지기에 어떻게 보면 거의 열흘 만에 경기가 열린다는 것인데 조광래호가 '포스트 아시안컵'에서 상당히 의욕적인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모 언론 보도에 따르면 터키와의 대결 뿐 아니라 내년 6월에 스페인대표팀의 아시아투어 평가전을 통해 한국과의 대결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는데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무려 3년이나 앞둔 가운데서 강팀과의 대결을 통해 서서히 팀 리빌딩 작업을 벌이고,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엿볼 수 있는 행보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추운 날씨 탓에 국내에서 A매치를 갖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고도 하지만 그것도 축구 열기가 '광적'인 곳으로 유명한 터키에서 경기를 갖는 것은 성장을 추구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이 같은 행보가 독일월드컵 다음해인 지난 2007년과 비슷해 보이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당시 한국은 아시안컵을 대비하기 위해 2월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그리스 1진과 평가전을 가졌고, 3월에 우루과이, 6월에 네덜란드를 서울로 불러들여 꽤 흥미로운 매치를 가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한국은 2008년 1월, 칠레와의 경기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비(非)아시아팀과 경기를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오르기는 했지만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대패했을 때는 '강팀과 평소에 몇 차례 경기를 가져 경험을 쌓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번 터키전 이후 한동안 이렇다 할 큰 일정이 없기 때문에 행보를 지켜보기는 해야겠지만 이 경기를 계기로 강팀과의 경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선수들의 점진적인 전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새로운 전술, 새로운 선수 발굴에도 한층 더 가속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터키가 최근 유로2012 예선에서 다소 주춤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이후 히딩크 감독 체제 아래 유로2008 4강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의지를 갖고 '새로운 팀'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괜찮은 상대인 것은 분명합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과 터키 모두 팀을 리빌딩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셈인데 양 팀의 미래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만났다는 점에서 참 재미있는 매치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한국, 터키 축구의 발전을 위한 대결,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의 옛 추억을 잠시나마 더듬을 수 있는 만남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내년 2월에 열릴 터키전이 정말 기대되고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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