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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드러나는 범인의 윤곽?[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0.11.04 09:17

여자는 한 가지 이유로 울지 않는다. 홧김에 뱉은 거짓말은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괴롭혔다. 남편 이상현에게 암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억장이 무너질 듯 오열한 김진서가 흘린 눈물의 이유는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아주 복합적인 이유를 담고 있다. 그러나 버터플라이 효과까지는 아니지만 꿈보다 해몽이라고 그런 진서의 통곡으로 상현은 자신의 암을 더욱 믿게 아니 실감하게 된다.

어떤 영화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영화에 등장하는 정신과 의사의 대사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세상에서 정신과 의사의 정신, 심리상태가 가장 위험할 것이라는 고백 아닌 고백.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김진서의 거짓말은 정말 터무니없는 짓이었다. 물론 며칠만 괴롭히고 고백하려고 했지만 현재 그들 부부를 둘러싼 폭풍 같은 사건의 전개들이 그 며칠을 가만 내버려둘 리가 만무하다는 것을 알 수 없었던 까닭이다.

부부사이가 좋다면 벌어질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은 걷잡을 수없는 크기로 커져만 간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내의 거짓말로 인해 실의에 빠진 이상현은 암도 모자라 사이버대 교수 임용과 관련해서 사기를 당한 것까지 겹쳐서 그나마 남은 6개월도 길게만 느껴질 상황이 돼버렸다. 진서의 후배 의사가 말했듯이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막지 못할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은 상현의 어머니가 우연히 그 이야기를 듣고 그만 실신하게 되고, 그 일로 병원에 달려온 윤희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마지막에 진서와 후배가 다급하게 사태를 수습하려고 할 때 충분히 윤희가 그 대화를 엿들을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그것을 연출하는 형식이 섬뜩했다. 알고도 당한다는 말이 역시 실감나는 장면이었다. 이 드라마가 대물, 도망자 등과 겨루고 있어 그렇지 대본과 연출의 호흡이 그럴싸하게 잘 맞는다. 물론 과도한 애정신과 이상현이 과한 욕설이 논란이 될 만한 옥에 티라고 할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는 의도된 것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일종의 고육책이라고 할까.

한편, 드라마에 등장해서 5분 만에 죽어 화제(?)가 된 김갑수의 사망이 적어도 사고가 아니라 사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시누이는 그 사건의 배후에 윤희가 있을 거라 생각하거나 믿고 싶어 한다. 시누이라 그럴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재산의 의미가 더욱 클 것이다. 시누이가 데려온 교통사고 감정전문가는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내 이사장의 죽음이 적어도 주행 중 사고가 아니라는 단정짓는다. 자살이거나 혹은 타살에의 개연성이 생긴 것이다.

윤여정이 연기하는 시누이가 유독 나빠서가 아니라 혈육이라면 자살이 아니라 타살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연 별장에 초대됐다는 제 3의 인물에 혐의를 두게 되는데, 일차적으로는 이상현이 용의현상에 오르지만 정황상 이상현은 아니다. 물론 윤희도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 미지의 사람 X는 즐거운 나의 집의 추리 방정식을 푸는 데 핵심고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버젓이 살아있는데도 죽은 걸로 돼있는 전처의 존재가 어떤 변수가 될지도 기다려진다.

   
   
그런데 또 다른 미지의 사람이 또 등장했다. 죽은 이사장 유작전의 메인 작가로 큐레이터가 윤희에게 소개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두절된 상현 때문에 히스테리에 빠진 윤희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그의 파일을 바닥에 내동이치고 만다. 이름은 이준희, 해외에 크게 알려진 작가라는데 카메라 앵글은 그의 파일을 뭔가 의미심장하게 주시하게 했다. 그가 앞서 별장에 초대된 미지수 X인지 아니면 또 다른 미지수 Y인지는 알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이 미지수들은 모두 낚시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런 미지수들이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이사장의 죽음이 사건이라는 전개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전개에 흥미를 더해주는 것은 악녀의 무게가 모윤희에게서 자꾸만 김진서로 옮겨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이사장의 죽음이 드라마를 무겁게 억누르고 있지만 정작 결말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 흐를 가능성도 희미하게 감지되고 있다.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 된 이상 많은 사람이 이사장의 죽음의 과정을 추적하게 됐다. 시누이도 그리고 남편이 연루됐을까 두려운 나머지 진서 역시 교통사고로 알게 된 형사에게 부탁을 한다. 그리고 그 사건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윤희 역시 가만있을 리 없다.

그런 추적을 통해서 일차적으로 진서는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다. 진서가 범인이라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을 분간하지 못하는 정신과 박사가 지난 6년간 시달려왔던 극도의 피해의식이 확인되고 있다. 겉으로 진서가 치장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의 모습과는 달리 자신도 모르는 하이드의 이면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당분간 즐거운 나의 집에서 진서는 힘든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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