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다음달 27일 열리는 한국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다.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황 전 총리의 등장에 보수진영은 한껏 들떠 보인다. 그러나 황 전 총리의 출마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29일 오전 한국당 당사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 전 총리의 출마선언 일성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이었다. 황 전 총리는 "지금 이 나라가 도대체 어떻게 됐느냐. 도전은 멈췄고, 꿈은 사라졌다. 민생은 무너지고 각박한 현실 속에 공동체 정신은 실종됐다"며 "이 모든 고통과 불안의 뿌리에 문재인 정권의 폭정이 있다"고 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황교안 전 총리는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 철지난 좌파 경제실험 소득주도성장이 이 정권의 도그마가 됐다"며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황교안 전 총리가 한국당 당 대표가 될 경우 여권에는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먼저 황 전 총리가 박근혜 정부의 실세였다는 점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2인자'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을 당시에는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았다.

29일자 한겨레는 황교안 전 총리가 박근혜 정부 출범 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전날인 지난 2012년 8월 19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대화를 나눈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가 황 전 총리를 직접 언급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권력형 비리 사건 재판은 모두 국민배심원단에 의해 판단을 받도록 한다'는 공약을 논의하던 중 최순실 씨가 "근데 왜 황교안 씨는 그런 것 안 받아?"라고 물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이 없어요"라고 답했다. 한겨레는 당시 박 전 대통령 측이 황교안 전 총리에게 관련 공약 자문을 구한 것으로 해석했다. 황 전 총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최순실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처럼 황교안 전 총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시민들 사이에는 황 전 총리를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박근혜 정부 적폐청산 대상으로 지목돼온 황 전 총리가 야당의 대표가 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바람을 타고 여당이 된 민주당 입장에서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탄핵된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국무총리이자 국정농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당사자인 황교안 전 총리가 한국당 당권을 잡게 된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친박 프레임을 씌울 수 있는 알맞은 인물이 야당 대표가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정국을 완벽하게 친박의 국정농단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교안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되면 향후 있을 각종 선거에서도 민주당에 유리한 지형이 형성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2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교안 전 총리는 17.1%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황 전 총리 지지율의 세부 내역을 뜯어보면 분석이 달라진다. 황 전 총리의 지지율은 전통적 보수층에 갇혀있다.

황교안 전 총리의 지지층은 60대 이상, 영남에 집중돼 있다. 황 전 총리는 대구·경북에서 31.5%, 부산·울산·경남에서 21.2%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에서 27.5%, 50대에서 20.5%를 기록했다. 반면 20대에서 7.8%, 30대에서는 12.8%에 그쳤다. 수도권에서도 상승세이긴 하지만 영남권에서 받는 지지에는 못 미치는 모양새다. 황 전 총리는 서울에서 16.2%, 경기·인천에서 16.9%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황교안 전 총리의 확장성 한계를 보여주는 결과란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황교안 전 총리의 지지율은 너무 60대 이상, 영남권에 갇혀있는 경향이 있어 확장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보수층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실정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민주당도 헤매고 있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촛불민심이 유효한 상황에서 아직은 그런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9일 발표된 여론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전국 유권자 2515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7.3%,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2.0%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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