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견지명이다. 2013년 EBS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통해 미세먼지의 위험성, 그중에서도 특히 자라나는 성장기 아이들에 끼치는 해악에 대해 다루었다. 그로부터 6년, 다큐가 제시한 해법에 우리는 얼마나 접근했을까? 무려 6년 전의 다큐를 통해, 미세먼지 해법에 있어 여전히 지지부진한 우리의 현실을 실감해 본다.

2013년, 초미세먼지를 주목하다

2013년에 방영된 EBS 특집 다큐멘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 편

2013년 EBS 특집 다큐멘터리는 '미세먼지'에 주목했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한 연무가 아직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던 시절, 정연신 국립 기상연구소 황사 연구과장은 토양 입자가 주성분인 1~20㎛(마이크로미터)의 '흙비' 형태로 중국 북부나 몽골 사막에서 날아오는 건 주로 1~10㎛로 '계절적' 요인이 크다. 2013년 기준 한 해 130일 이상 연중무휴로 한반도를 뒤덮은 연무는 지름 pm2.5(2.5㎛) 이하의 초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1㎛은 1m의 백만 분의 1, 초미세먼지 pm2.5는 머리카락의 1/20~1/30분의 1정도이다. 이 상상하기 힘든 사이즈의 가장 비근한 사례는 '담배 연기'다. 인간 문명이 만들어 낸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 즉 '난방, 자동차, 공장' 등 우리 문명의 결과물이 주원인이 된다.

2013년에 방영된 EBS 특집 다큐멘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 편

왜 이 '미세한' 먼지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대부분 큰 먼지들은 우리의 목에 걸리고 인후부에서 제거되지만, 이 미세먼지들은 이러한 호흡기의 장막들을 거뜬히 통과하여 우리 몸 깊숙이 스며들어 온몸 구석구석 영향을 미친다. 코털을 거쳐 기관지 섬모를 넘어 폐포에 흡착하여 염증과 각종 폐질환의 원인이 되는가 하면, 혈관에 스며들어 모세혈관을 수축시키는 등 심혈관계에도 문제를 발생시킨다.

지금까지 비소세포폐암 등 비흡연환자의 폐암에 대해 간접흡연이나 라돈 등의 영향이라 알려졌다면, 최근에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주목한다. 최근의 새로운 학설에 따르면 치밀 조직이라 외부물질의 유입이 힘들다고 알려진 뇌에조차 미세먼지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후신경을 통해 후점막에 침적된 미세먼지는 행동기능 장애 및 각종 뇌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성장기라서 더 치명적인

2013년에 방영된 EBS 특집 다큐멘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 편

이렇게 우리 몸 구석구석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는 특히 아이들을 위협한다. 흔히 오해를 하는 게 아이들을 ‘어른의 축소판’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우려를 표명한다. 아이들은 그저 덜 자란 어른이 아니라, 성장기의 아이들은 모든 신체조직이 급격한 성장을 향해 달려가는 시기로, 그만큼 외부적 요인에 대한 흡수가 빠른 시기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좋은 것들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와 같은 나쁜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도 성장기의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빨리 많이 흡수하게 되며, 이런 측면에서 아이들에 대한 미세먼지의 습격은 보다 '민감하고 심각'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다큐는 밝힌다.

찻길 옆 아파트에 사는 두 살의 승찬이와 다섯 살의 민찬이는 환절기가 아닌데도 비염 약을 달고 산다. 이렇게 계절성 질환으로 알려졌던 비염 등의 호흡기 질환이 이제는 1년 내내 기승을 부린다,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인 소아 천식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임산부의 태아에 대한 영향도 심각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태아의 좌우 머리뼈가 0.16㎛ 감소되며 대퇴골의 길이 역시 줄어들고, 조산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해결을 위해 노력한 ‘청정국가’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청정국가, 스웨덴으로 시선을 옮긴다. 청정국가로 알려졌지만 스웨덴이 처음부터 청정국가였던 건 아니었다. 수도 스톡홀름의 훈스가탄 거리는 하루 300만 대의 차량이 이동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테헤란로 같은 거리다. 이곳 역시 한때 미세먼지로 악명이 높았다. 특히 추운 나라인 스웨덴은 스노우타이어의 징이 도로 바닥과 마찰하며 생기는 미세먼지의 폐해가 심각했다. 2011년 스웨덴 정부는 이 지역을 다니는 차량에 스노우타이어 사용을 금했다. 그러자 미세먼지 배출이 반으로 줄었다.

그런가 하면 청정 도시로 알려진 하마비 시의 경우 미세먼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민 중 30%가 알레르기 환자인 하마비 시는 알레르기와 관련된 제품을 ‘인증’하며, 특히 미세먼지와 관련하여 청소기 필터의 인증에 있어 까다로운 조건을 거치도록 한다.

2013년에 방영된 EBS 특집 다큐멘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 편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가 심하기로 소문난 미국의 뉴욕시. 뉴욕시의 퀸즈 중학교 앞에는 애즈마(asthma; 천식) 프리 스쿨 존 표지판이 놓여 있다.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인 천식 환자, 나아가 미세먼지로부터 학교를 보호하기 위해 애즈마 프리 스쿨 존 법을 만들어 실천한다. 우선 미세먼지가 심한 낮 시간엔 창문을 열지 않고 대신 에어컨을 켜며, 스쿨버스는 주차와 동시에 시동을 꺼야 하며, 이를 어길 시 벌금과 위반 티켓을 끊고,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오전 7시에서 오후 4시까지 학교 앞에 주차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런 법의 실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학부모 교육에 주력한다.

미국, 스웨덴의 사례를 통해 다큐가 말하고자 하는 건 '실천'이다. 즉 스웨덴과 같은 국가가 청정국가가 된 건 애초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이라는 그 실천에 주목한다.

방음벽만 있어도

다큐는 우리나라의 사례를 돌아본다. 우리나라 전체가 이런 미세먼지의 습격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곳이 동일하지는 않다. 탄소의 불완전 연소로 인한 발생하는 대표적 발암물질인 블랙 카본이 미세먼지의 핵심물질로 추정되는 가운데, 당연히 차량 이동이 많은 곳의 미세먼지가 더 심하다. 버스터미널은 기준치의 3배를 넘으며, 4차선 도로 옆 공원은 말뿐인 공원이다.

2013년에 방영된 EBS 특집 다큐멘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 편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다큐는 두 표본 사례의 초등학교에서 실험을 한다. 운동장의 두 면이 차도와 맞닿은 A학교와 산과 인접한 B학교. 학교 주변을 돌며 작성한 오염지도에서 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질소 산화물이 당연하게도 A학교가 평균보다도 높았으며, B학교는 낮았다. 심지어 A학교 교실의 미세먼지 농도는 낮 시간에 환기를 하면 안 될 정도로 표준치의 두 배에 이르렀다.

다큐는 그 해법을 '방음벽'에서 찾는다. 차도 주변이지만 방음벽이 둘러쳐진 C학교,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음벽이지만 이 방음벽이 미세먼지를 10배까지도 차단하는 고무적 실험 결과를 얻었다. 즉 방음벽이라는, 어찌 보면 원칙적인 대안이 우리 아이들을 미세먼지로부터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비책이 된다는 것을 다큐는 보여준다.

미세먼지가 심한 시간 환기를 한다며 창문을 열지 않는다든가, 미세먼지가 심한 시간을 체크하여 교실 내 환기 시간을 조절한다든가, 반면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청소 시간엔 꼭 환기를 한다든가 하는 사소한 실천부터, 학교 앞 방음벽 설치 등 자라나는 성장기 아이들을 위한 노력이 우리 아이들을 미세먼지의 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다큐는 강변한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톺아보기 http://5252-jh.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