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에 반발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25일부터는 릴레이 단식에 나선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당의 단식 일정이 단식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데다, '진짜 단식'으로 쟁취한 선거제도 개혁 합의가 한국당의 '가짜 단식'에 발목이 잡힐 위기에 처해 논란이다.

한국당은 조해주 위원 임명에 반발해 25일부터 단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 릴레이 단식 계획안'에 따르면 한국당은 4~9명으로 단식조를 편성해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단식을 진행한다고 한다.

정치권에서 단식은 상대방의 의견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강수 중 하나다. 당장 지난해 12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10일간의 단식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5당 원내대표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단식 일정을 살펴보면 한국당 의원들이 조별로 단식을 진행하는 시간은 5시간 30분 씩이다. 단식이 아니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25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본관에서 조해주 선관위원 후보자 임명강행 반대 농성장을 방문,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식 대변인 논평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취임 후 '보이콧'이란 말은 뜻을 잃었다. 걸핏하면 보이콧이니 어린아이 밥투정하는 듯하다"며 "급기야 '5시간 30분' 동안 릴레이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웰빙정당의 웰빙단식, 투쟁 아닌 투정을 증명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은 김수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밥 먹과 와서 단식', '앉아있다 밥 먹으로 가는 단식' 이런 단식은 들어본 적 없다"며 "단식 농성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인 자유한국당의 쇼에 어이가 없다. 이것이 거대정당의 이름값, 덩치값 못하는 자유한국당의 민낯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은 문정선 대변인 논평에서 "한국당의 창의성을 한껏 떨친 국회 보이콧의 핵심은 이른바 릴레이 단식, 한국당 의원들이 5시간 30분 간격으로 릴레이 단식을 한다는 내용"이라며 "한국인들의 평균 식사 간격은 5시간에서 6시간 사이다. 좀 더 정확하게 5시간 30분 릴레이 단식이 아니라 30분 딜레이 식사"라고 썼다.

한국당의 단식은 지난해 12월 손학규 대표와 이정미 대표의 단식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손 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7일부터 16일까지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을 진행했다. 두 당 대표의 단식으로 여야 5당 원내대표는 1월 안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와 이정미 대표가 단식투쟁을 통해 이룬 선거제도 개혁 합의는 한국당의 가짜 단식에 의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당장 1월 안에 선거제도 개혁의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한국당은 합의 한 달이 넘도록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당론조차 없다.

민주당은 이해식 대변인 논평에서 "얼떨결에 야3당도 유탄을 맞았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하루가 금쪽같은데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보이콧으로도 읽힌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김종대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국당이 2월 보이콧을 선언했다"며 "그 속내는 뻔하다. 선거제도 개혁을 걷어차고, 이 중대한 사안을 자신들의 전당대회 이후까지 끌고 가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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