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았던 <성균관 스캔들>이 의외의 성과를 올린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듯합니다. 잘금 4인방의 존재가 주는 수많은 '앓이'들과 원작에 없었던 정치가 끼어들며 <성균관 스캔들>은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달달한 조선시대 캠퍼스 러브 스토리가 아닌 정의를 찾는 젊은 유생들의 도전은 <대물>보다 흥미롭기만 합니다.

위대한 드라마의 모습을 갖춘 성스

박민영이 맡은 성균관 유생 역은 어쩌면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되는 <대물>과도 비교될 수 있을 듯합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지금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던 조선시대에 금녀의 공간인 성균관에 들어선 윤희의 모습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려는 혜림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종영을 앞둔 '성스'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며 시청하는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줄 듯합니다. 정조의 명을 받들어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금등지사를 찾으려는 잘금 4인방의 노력과 개인적인 복수에 찌든 병조와 장의에 의해 위기에 빠지는 걸오. 그런 걸오를 구해내기 위해 스스로 홍벽서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은 선준의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좌상이라는 최고 권력자의 아들로 모든 권세를 가질 수 있는 위치에서, 바른 세상을 보려 노력하는 선준의 모습은 현재 우리 사회의 권력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진정한 힘이었습니다. 권력이 세습되고 그런 권력을 통해 탐욕으로 자신들만의 성을 쌓아가는 현대판 사대부들과는 너무 비교되는 선준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고 특별해 보이기만 합니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등을 보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권리마저 포기할 수 있는 선준의 용기는 이 시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존재입니다. 많은 이들이 '선준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저 동방신기 멤버였던 믹키유천에 대한 막연한 팬심이 아님을 그는 자신의 역할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세습되는 권력보다는 자신이 추구하고 지키고 싶은 정의를 위해 모든 안락함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는 청춘을 거세당한 2010 대한민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존재이기에 더욱 큰 가치로 다가옵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멋쟁이 용하는 나약하고 현실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는 존재였습니다. 돈은 많지만 중인인 자신의 신분이 모든 것들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꿈을 꾸기에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아성은 너무 굳건할 뿐이었습니다.

그런 구용하가 새롭게 성균관에 들어온 선준과 윤희를 알게 되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깔 맞춤이라 명명된 외모에만 자신의 모든 관심을 집중하던 그가 나라를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10년 지기 친구인 걸오가 홍벽서인 사실과 이를 효과적으로 숨기며 역전의 빌미를 만들 수 있도록 만든 용하는 "나 구용하야"라는 말로 대변되듯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정의로운 일에 쓸 줄 아는 진정한 권력자였습니다.

걸오를 위해 스스로 옥에 갇힌 선준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양반과 상놈의 신분이 명확한 그 시절 자신의 중인 신분을 커밍아웃해야만 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과감하게 자신이 중인임을 밝히고 선준을 구하고 성균관을 어지럽힌 장의를 심판할 수 있게 해 달라 합니다.

자신을 버리고 더 큰 정의를 찾으려는 용하의 용기에는 그 어떤 이들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성스'시작부터 송중기의 미소에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이유는, 그 미소 속에 숨겨진 강단이 존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용하앓이'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숨겨져 있기 때문임을 오늘 방송된 '성스 19회'에서 잘 보여주었습니다.

사회 정의에 맞서 직접적으로 행동하던 걸오는 새로운 발견이라 이야기될 정도로 대단합니다. 걸오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는 모습에서만 찾아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믿고 있는 정의에 대한 신념. 그 버릴 수 없는 신념에 모든 것을 걸고 '행동하는 양심'을 자처하는 그의 모습은 점점 보수화되고 있는 현재의 청춘들과 너무 비교되기 때문입니다.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우리 시대 청춘은 현실적인 생활에 짓눌려 사회정의도 외면할 수밖에 없고, 비판기능마저 거세당해버렸습니다. 우리시대 젊음과 비교되는 강인한 걸오에 대한 사랑은 우리가 꿈꾸는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걸오앓이'에 빠질 수밖에 없음은 단순한 꽃미남에 대한 갈망이 아닌, 우리가 하지 못하는 청춘의 용기를 되찾게 해주는 대리만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남용하는 장의는 치외법권 지역에 관군을 들여 신성한 배움의 장인 성균관을 더럽혔습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대학에 군홧발로 더럽히며 대학생들을 잡아들이던 모습과 비교되는 이 장면은 '성스'가 대단한 작품일 수밖에 없음을 증명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저 달달하기만 할 것 같았던 '성스'는 단순한 로맨스 보다는 권력에 대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든 설정했습니다. 점점 비판적 사회 기능이 사라지고 거세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정의와 권력자들의 덕목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내는 <성균관 스캔들>은 의외의 성과이자 진정한 대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자임을 숨기고 금녀의 공간인 성균관에 들어선 윤희는 <대물>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는 혜림과 비견되는 존재입니다. 여성의 권위나 역할이 지금과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한정되었던 시절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남자들과 겨루며 정의를 실현해가는 윤희의 모습은 <대물> 고현정이 연기하는 혜림과 비교될 만합니다.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이 만나는 지점. 바로 그 곳에 정조가 그토록 찾았던 금등지사가 묻혀 있었습니다. 반촌으로 나있는 성균관 문아래 묻혀 있던 금등지사를 찾은 윤희에게 다가온 위기는 '성스'전체의 문제와 연결됩니다.

여자임을 숨기고 성균관에 들어온 윤희가 여자임이 밝혀지고 금등지사와 윤희 사이에서 갈등해야만 하는 정조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알 수 없지만, 마지막까지 극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는 <성균관 스캔들>은 하반기 그 어떤 드라마보다 값진 발견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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