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도 많았던 청파동을 뒤로하고, 새로운 골목 회기동을 찾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그런데 23일 방영분에서 <골목식당>이 찾은 회기동은 경희대, 한국외대가 인접해 있는 대학상권이다. 지난주까지 방영한 청파동 또한 숙명여대가 인접해 있긴 했지만, 이번에 <골목식당>이 찾아간 회기동은 청파동보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골목 선정부터 잡음이 나올 여지가 있었다.

때문에 <골목식당> 제작진은 회기동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의 제보로 6개월에 걸쳐 회기동 상권을 분석했고, 충분한 관찰 끝에 회기동 골목을 선정했다고 23일 방송 오프닝에서 설명한 바 있다. 대신 <골목식당>은 회기동 메인 상권에서 벗어난 회기동 벽화골목을 중심으로 가게를 섭외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인터뷰에 참여한 한 시민의 이야기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라고 해서 모든 업종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 상권이 목이 좋다고 해도 장사를 시작한 지 1~2년 만에 다시 가게를 내놓는 곳도 상당하다.

회기동 인근에서 고깃집도훈을 운영하는 부부도 가게 운영에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동네에서 장사를 하다가, 최근에 회기동 대학 상권으로 옮긴 부부는 상권만 바뀌면 장사가 잘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어머니께 수천만 원가량 금전적인 지원까지 받으면서 의욕적으로 새로운 장사를 시작했지만, 어찌 예전 장사보다 더 안 되는 것 같다.

그간 <골목식당>에 등장하여 백종원과 수많은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한 소위 빌런들에 비하면, 회기동 고깃집 부부는 비교적 양질의 고기를 정량으로 제공하는 등 양심적으로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허나, 고깃집 사장님이 점심 장사로 개발한 갈비탕은 풍성한 고기 양에 비해 국물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고, 심지어 육개장은 기성품을 팔고 있었다. 회기동 고깃집에서 주력으로 내놓는 돼지갈비, 뼈 삼겹살, 소갈비살은 가격에 비해서 특별한 맛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대학 상권임을 감안할 때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죽하면 백종원 또한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것은 알겠지만, 깊이 준비를 못한 것 같다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을까.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의 냉정한 평가에도 고깃집 부부는 침착한 반응을 보였다. 회기동 고깃집은 음식 장사 기본기가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번 <골목식당>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 회기동 고깃집 사장 부부는 절박해 보였다. 그들은 <골목식당> 제작진과의 사전 인터뷰에서도 “이번 장사가 아니면 안 된다.” “이미 여러 번 좌절했기에 더는 실패할 수 없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그리고 그들은 백종원의 냉혹한 평가가 끝난 이후에도, 자신들이 상권을 옮길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어머니를 거론하며 절박함을 비췄다.

‘절실함’, 그동안 수많은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한 사장들에게는 없는 단어였다. 물론, 포방터시장 돈까스, 청파동 냉면, 버거집과 같이 기본기도 매우 탄탄하고 음식에 대한 철학과 열정이 충만한 사장님들이 종종 감동을 선사했고, 성내동 분식집(현 국숫집) 사장님 같이 음식 장사에 대한 기본기는 약해도 특유의 선함과 성실함으로 시청자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은 사례도 있지만, 그들과 다른 케이스가 시청자들의 화를 돋운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오죽하면 지난 청파동 골목에서 수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청파동 피자집과 고로케집을 두고 무수한 뒷말들이 오고 갔을까.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다행인 것은 회기동 고깃집 사장 부부는 자신들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골목식당>을 통해 그동안 자신들이 가진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했단 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이번 장사는 절대 망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있었다. 백종원의 말대로, 이제 시작이고 이 또한 좋은 인연이니, <골목식당>을 통해 그동안 열심히 했지만 뭔가 부족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황하던 회기동 고깃집 부부에게도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골목식당> 백종원의 솔루션은 적어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변화의 의지가 있는 절박한 사람이 받아야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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