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 KBS <6시 내고향>의 한장면이다.

대단하다. 조상님들의 지혜도 놀랍지만, 후손들도 그에 못지 않다. 칼 없이도 당근이 잘도 깎아진다. 하긴 숟가락으로 병뚜껑을 따는 민족이니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래도 자꾸 봐도 재미있다.

14일 KBS <6시 내고향>은 제주도에 있는 당근농장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일하던 밭위에서 바로 밥상이 차려졌다. 압력솥에서 갓 지은 밥과 배추된장국이 그날의 메뉴다. 반찬은? 당연히 당근이다. 밭에서 바로 뽑은 당근을 모두들 손에 하나씩 든다.

흙이 잔뜩 묻은 당근을 어떻게 먹을까? 걱정이 없다. 당근상자를 포장할 때 쓰는 딱딱한 노끈하나만 있으면 된다. 노끈을 반으로 접은 후, 적당한 부분을 잡고 감자칼 쓰듯이 벗겨내니 당근이 금새 속살을 드러냈다. 매일 칼 챙길 필요도 없고, 얇게 벗길수 있어 더욱 좋다.

아마 일반 예능프로그램에 나왔으면, 노끈으로 감자, 고구마, 감, 사과, 참외 등의 껍질 벗기기에 도전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리포터가 신기해하니, 주민들은 이런게 '지혜'라고 답하며 자랑스럽게 웃었다. 뿐만 아니다. 농민들은 각자 자신의 몸에 맞는 의자를 만들어 부착하고 있었다. 밭에서 일할때 의자 없이 앉으면 허리가 아프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이 일에서 '프로'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농민들이 아닐까? 자신만의 노하우를 개발할 줄 알고, 자신이 만들어낸 제품에 대해 최고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좋은 당근을 고르는 방법도 알려줬다. 윗부분을 잡았을때 엄지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둘레여야 하고, 길이는 한뼘 정도가 좋은 당근이라고 한다. 당근 끝부분은 둥그스름하게 생긴것이 맛이 좋다고 한다.

<6시 내고향>의 장수비결은 이런 데 있는 듯하다. 매일 다른 주인공들이 나와 펼치는 생동감 있는 이야기가 꽤 흥미롭다. 도시에서는 알수 없는 정보를 발견하는 기쁨도 크다.

지난해 4월부터 서기철, 윤수영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고 있다. 지역방송에 등장하는 아나운서들을 눈여겨 봐두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몇년 후면 KBS의 주요 프로그램들을 맡을지도 모르는 신입 아나운서들이 많다. 91년 5월 20일 첫 방송을 시작해 현재까지도 KBS를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이다.

홈페이지에서 (http://www.kbs.co.kr/1tv/sisa/sixhour/index.html) 지난 방송을 무료로 다시 볼 수 있다. 방송에 나왔던 지역의 정보나 연락처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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