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이 아니다. ‘삼한사 아니 오미’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가 회자된다. 여기서 '미'는 미세먼지의 그 '미'다. 예전이면 황사와 함께 봄철의 특별한 연례 행사였던 미세먼지가 연중 관례가 되어간다. 날이 추워지면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웬걸 겨울 하늘이 뿌옇다. 추워서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라,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 특히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7년 기준 연평균 25.1㎍/㎥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미세먼지를 30% 감축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이 무색한 결과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습격

KBS 1TV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 편

미세먼지는 공장, 건설 현장, 자동차 등에서 고체 상태로 직접 배출되는 1차 미세먼지와 가스 상태로 나와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72%가 2차 미세먼지이다. 또한 이러한 미세먼지 발생에 자동차의 기여도가 27%나 된다.

특히 최근에는 직경 2.5㎛ 이하의 초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머리카락의 1/30 정도 되는 초미세먼지는 주로 자동차나 발전기관 등의 내연기관에서, 즉 연료 등의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들로 입자가 작은 만큼 우리 몸에 흡수될 가능성이 더 커서 폐 질환 등의 발병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인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그 '원인'에 있어 최악의 미세먼지 보유국 중국(초미세먼지 기준 53.5㎍/㎥)을 빼놓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스모그가 발생하면 서풍을 타고 2~3일 후 우리나라 서쪽을 중심으로 그 영향력이 미치는 것이 영상 관측을 통해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미세먼지에 있어 평상시에는 국내적 요인이, 고농도의 미세먼지일 때는 중국 쪽의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양쪽의 비율로 봤을 때 어느 한편이 우세하다 말하기 힘든 5;5 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제 아무리 엄마가 공기정화 식물을 키우고 집안을 소독용 에탄올로 닦아내도 미세먼지 속에서 등하교를 하는 아이의 아토피는 나날이 심해져 물집이 생기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에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미세먼지 속에서 운전을 하는 아버지는 마스크를 써도 숨쉬기조차 힘든 고통을 겪는다. 호흡기와 피부, 안과 질환을 넘어 자율신경계 조절까지 문제를 일으키는 미세먼지, 과연 해법은 없을까?

공장을 부쉈다, 중국

KBS 1TV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 편

그 역지사지의 사례를 우선 당사국 중국에서 찾아본다. 베이징, 뿌연 하늘이 구슬 장식품이 되고 혼탁한 공기가 고향을 그리는 향수 상품이 되는 곳, 2017년 기준 보건기구의 기준치를 20배나 훌쩍 넘었던 곳. 하지만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벌이는 지금 그곳에서 미세먼지는 35%나 줄었다.

그 시작은 시민들로부터이다. 사진작가는 미세먼지의 적나라한 실상을 한 컷에 담았고,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항의했다. 그리고 이런 시민들의 분노에 정부가 움직였다.

미세먼지가 심하던 시절 10M 앞도 보이지 않던 허이짱후 마을, 시민들은 공기청정 모터가 달린 6만 원짜리 미스크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마을의 거리엔 빨래가 걸려있고, 마스크들은 서랍 속에 고이 모셔져 있다. 이곳에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곳 사람들이 주로 쓰던 석탄 보일러가 물로 순환되는 전기보일러로 거의 교체됐다. 비용의 90%를 국가가 보조했다. 이곳 마을에서 조금 나가면 있던 물류 회사, 하루를 자동차의 시끌벅적한 배기음으로 시작됐던 곳. 하지만 이젠 허물어진 공장터만이 남겨져 있다.

중국의 미세먼지와의 전쟁은 '적극적'이다. 허이짱후 마을만이 아니다. 공장들이 즐비했던 헤베이선 랑팡시 역시 공장을 폐쇄하고 건물을 부수는 중이다. 석탄 보일러들은 LPG 보일러로 교체시켰다. 당연히 공기의 질이 좋아질 수밖에.

경유차는 NO! 파리

KBS 1TV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 편

여행자들의 천국 프랑스는 어땠을까? 프랑스의 상징인 에펠탑, 하지만 이곳이 2016년만 해도 스모그에 가려 보이지 않았었다고 한다. 정부가 미세먼지로부터 시민을 보호하지 않았다하여 몇 년간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 받은 시민들이 보상 소송까지 벌였다. 또한 4만 8천여 명이 미세먼지로 인해 조기사망에 이르렀다며 르몽드 지 등이 사회적 이슈로 제기했다. 하지만 이제 프랑스는 푸른 하늘을 되찾았다. 에펠탑은 우뚝 파리의 상징으로 잘 보인다.

2012년 국제 암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미세먼지 유해성 중 경유차의 발암 기여도가 8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유형별로 따졌을 때 LPG 차에 비해 10배나 많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는 2016년 6월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를 실시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2011년 이후 출고한 LPG 겸용 차량을 0등급으로 하여 경유차나 연식이 오래된 차들을 4,5등급까지 나누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 4,5 등급 차량의 파리 진입을 불허했다. 그리고 이를 어길 시에는 3.5유로, 우리 돈으로 약 4만 3천원의 벌금을 물렸다.

KBS 1TV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 편

또한 2~300유로에 해당하는 번호판 등록세를 무료로 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LPG 차량을 사도록 유도했다. 당연히 시민들도 운행 제한 등이 없는 LPG 차를 선호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차 한 대를 더 보태지 말자'는 슬로건 아래 2007년부터 프랑스 100여 개 도시에서 택시보다 1/5~1/6이나 싼 전기자동차 대여 서비스를 활성화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도 불구하고 2500여 명이 미세먼지로 인해 사망한 결과가 드러나자 프랑스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실시한다. 차도를 폐쇄하기 시작한 것이다. 차도를 없애고, 대신 자전거나 보행자 전용도로를 늘린 파리 시. 이러한 강력한 교통 정책은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마저 변화시키며 파리에 푸른 하늘을 되찾아 주었다.

KBS 1TV <미래기획 2030>이 찾아본 중국과 프랑스의 사례는 결국 미세먼지의 습격이 운명적인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결의와 각오로 이 문제에 대처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맑은 하늘과 공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 바로 이것이야말로 2019년 새해부터 혼탁한 하늘과 숨쉬기 힘든 공기로 인해 고통 받는 우리들에게 희소식이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톺아보기 http://5252-jh.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