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김태호PD는 난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그 연출에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데요. 처음에 7개의 시선이라는 주제로 각각의 멤버들에게 카메라 모자를 씌워주며 각자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연출하였을 때만 해도, 지난주 텔레파시 특집 이후 또 다시 멤버별 심리를 가지고 재미를 유도하는 기발한 연출이구나 라고만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각 멤버들의 노골적인 속마음으로, 멤버들이 방송을 재밌게 만들기 위해 각자 어떤 노력들을 하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7개의 시선편은 리얼로 진행되는 그 순간순간을 그들이 주목을 받기 위해, 어떤 고민 속에서 재치와 순발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해 그들의 속마음으로 재밌게 보여주었는데요. 누군가 뭔가 하나를 던졌을 때 그 반응에 대한 그들의 동상이몽을 보면서, 사실 그들이 가볍게 던지는 것만 같아 보이는 말들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빵 터지고 묻히고를 반복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오프닝 때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지나쳤던 각 멤버들의 멘트, 행동 하나하나가 각자의 시선에 의해 반복되면서 보여질 때는 상호연관성을 가지며 의미가 있는 것들이었는데요. 서로가 얼마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방송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5분 남짓한 그 오프닝에서부터 그들이 얼마나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서로 견제하고 배려도 하면서 촬영하고 있는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한도전 멤버들은 아이디어 회의를 위해 헤이리로 워크샵을 떠나는데요. 각자 아이디어를 내면서 그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가운데서도 그들의 심리전과 속마음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온갖 아이디어들이 쏟아졌지만 이거다 하는 아이디어를 찾기는 결코 쉽지 않았는데요. 중간에 정준하가 로버트 태권 V 만들기를 고집하다가, 유재석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꼽을 잡기도 했습니다.

7개의 시선과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김태호 PD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그런데 왜 김태호 PD는 7개의 시선을 기획했고, 뒤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이 고민해야할 아이디어 회의를 방송에서 직접 보여주었을까요?

먼저 그 의도를 분석하기에 앞서 아이디어 회의가 진행된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자 아이디어를 낸 것에 대해서 "제 점수는요"라며 심사평과 함께 점수를 매기고, 각각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무한도전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자 투표로 뽑는 그 방식은 얼마 전 화제 속에서 종영한 슈퍼스타K를 떠올리게 만드는데요. 뿐만 아니라 김태호 PD는 마지막 박명수의 심사평에 앞서 "저희도 60초 후 공개해보렵니다"라며, 이것이 노골적인 슈퍼스타K의 패러디임을 인증합니다.

슈퍼스타K는 수많은 화제와 이슈를 만들면서, 케이블이 지상파 방송 시청률을 뛰어넘은 대기록을 만들어낸 프로그램인데요. 지상파로서는 케이블에 시청률이 밀리는 굴욕을 당한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MBC의 김재철 사장은 "왜 우리는 슈퍼스타K와 같은 프로그램을 못 만드나?"라는 질타를 하고, 결국 MBC에서는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그램을 급조해서 기획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위대한 탄생의 기획 사실이 알려지자, 대중들은 슈퍼스타K의 아류작이라며 시청률을 위해 지상파에서 케이블의 프로그램 베끼기를 한다고 비난을 하고 있는데요. 방영 전부터 그런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위대한 탄생을 제작할 수밖에 없는 PD들의 자존심 상하는 굴욕감에 의해 현재 MBC의 분위기는 상당히 침체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나마 11월 5일 첫 방영을 앞두고 있는 위대한 탄생이 성공하게 된다면 다행이지만, 대중의 평가가 좋지 않을 경우 MBC가 겪게 될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 부담감 속에서 MBC는 위대한 탄생의 성공 여부에 사활을 걸고 있고, 그렇게 성공이라도 해야 지상파 PD로서 굽혔던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다시 세울 수 있습니다.

MBC는 위대한 탄생에 응모하는 수천 명의 응모자들을 심사하기 위해, 전문 심사위원과 함께 다수의 예능 PD들을 차출해 심사를 보조하기도 했는데요. 김태호 PD 역시 위대한 탄생 예선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여 응모자들을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김태호 PD는 김연우와 팀을 이뤄 음악이나 가창력 등의 부분은 김연우가 맡고, 김태호 PD는 지원자의 재치, 순발력, 의지, 열의를 중점으로 심사를 했다고 합니다.

김태호 PD는 위대한 탄생의 심사를 한 후 "생각보다 괜찮은 친구들이 많았다. 재미있게 심사했고,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며 덕담을 하기도 했는데요.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 모두 가수의 꿈을 품고 있는 수많은 가수지망생들이 그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그 취지만큼은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상파에서 제작을 하는 만큼 상업적이고 가십거리에 치중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보다 공정하고 음악적인 부분이 돋보이며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도 가지게 됩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 속에서 김태호 PD의 슈퍼스타K 패러디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는데요. 처음에는 MBC의 슈퍼스타K 따라하기에 대한 풍자일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패러디 부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날 전체적인 7개의 시선편 분위기를 함께 생각해보니, 김태호 PD는 프로그램을 기획함에 있어 그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에서부터 촬영까지 그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부담감 속에서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그렇게 이번 7개의 시선편은 비록 MBC가 케이블의 슈퍼스타K를 따라하는 듯한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그런 MBC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와 제작진, 출연진들에 대한 노고를 조금이나마 알아주었으면 하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것은 위대한 탄생뿐만 아니라, 방송의 질에 상관없이 시청률로서만 평가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항변이기도 하구요.

무한도전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들 도가 지나쳐

그런데 이런 김태호 PD의 의도도 모른 채 무한도전에 대해서, '무도의 무모한 도전 아이디어 회의, 소재고갈의 한계?', '무도, 역대 최악의 특집, 예능이야 다큐야? 시청자 뿔났다' 등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보면 실소를 금할 길이 없는데요. 방송이 끝나자마자 이런 악의적인 기사가 올라오기도 하고, 방송이 끝난 지 10분 만에 시청자 게시판에서 무한도전을 비난하는 의견들만 캡쳐해서 대다수의 의견이라는 말로 시청자들이 모두 무한도전이 폐지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기사를 쓰기도 합니다.

또한 '무도 일곱 개의 시선 재미? 공홈 서버 마비'라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무한도전 홈페이지는 방송이 끝난 후 무한도전 멤버들이 낸 아이디어에 대해서 투표를 하기 위해 시청자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것이 이날 방송이 재미가 없어 비난하기 위해 홈페이지로 몰려가 다운된 것 마냥 보도하기도 합니다.

이번 무한도전 7개의 시선편은 아이디어 소재의 고갈로 한계를 느끼며 방송에서 일부러 회의를 가진 것도 아니며,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의 폐지를 주장할 정도로 역대 최악의 특집도 아니었습니다. 멤버 각자의 속마음을 보여주며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다양한 시선으로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캐릭터별 심리전을 보면서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거기에 그런 그들의 속마음을 통해서 그들이 느끼는 부담감과 고민, 노력 등을 함께 공유하며,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한 노고를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특집이었습니다.

개인적 감정으로 무한도전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볼 때면, 얼마나 오래 살고 싶어서 그러는지 참 이해할 수 없는데요. 그런 기자들에게는 자신의 기사에 대한 자부심과 국민에게 진실을 전한다는 프라이드는 없는 것인지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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