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가 뮤직뱅크에서 신곡 '훗'으로 컴백을 했습니다. 소녀시대는 그동안 일본에서 승승장구하며 카라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걸그룹으로 기분 좋은 소식들을 전해왔었는데요. 물론 그런 소식들에는 거품들도 많지만, 얼마 전 카라의 한국어 베스트 앨범 오리콘 위클리차트 2위나 이번 소녀시대의 두 번째 싱글 GEE 위클리차트 2위는 대단한 결과임은 분명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소녀시대가 데일리차트에서 1위 했다고 대서특필을 했지만, 그것보다 위클리차트 2위가 휠씬 값진 기록입니다. 그리고 또 소녀시대가 데일리차트에서 1위 했다고 AKB48을 뛰어넘었다고 설레발 치고 있는데, 이번에 컴백한 AKB48은 선주문만 103만장입니다. 이제 갓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한 소녀시대에게 그 정도 수치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이며, AKB48는 일본 내에서는 넘사벽이라고 볼 수 있죠. 일본에서 정식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위클리차트 2위를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업적이고 매우 선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꾸준히 활동을 한다면 충분히 AKB48과도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됩니다.

아무튼 그렇게 일본에서 두 번째 싱글을 낸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일본 활동에만 전념할 것 같던 소녀시대가, 얼마 전 갑자기 복고풍 의상의 스파이 컨셉을 공개하더니 신곡 '훗'을 가지고 깜짝 컴백을 했는데요. 사실 앞서 해외로 진출한 보아나 원더걸스는 각각 일본과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 활동에 전념하면서, 국내 활동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국내 활동도 소홀하지 않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을 하는 모습에, 무리한 스케줄로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국내팬들에게는 참 반가운 일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띈 것은 소녀시대가 복고 컨셉을 잡았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순수, 섹시, 시크 등의 컨셉으로 세련미를 앞세우던 소녀시대가 복고 컨셉을 통해서 색다른 변신을 했는데요. 나쁘지 않은 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섹시 쪽으로만 컨셉을 잡고 가다보면 당장은 눈길을 끌지 몰라도 자꾸 더 강한 것을 찾게 되기 마련인데요. 이런 복고 컨셉으로 색다른 느낌을 주는 선택은 참 좋아보입니다. 물론 복고 컨셉 역시 섹시의 느낌을 주긴 하지만 말이죠.

그리고 이번 신곡 '훗'은 음원의 경우 깜짝 컴백을 한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활의 시위를 당겨 쏘는 듯한 화살춤과 차도녀춤은 상당히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항상 걸그룹 댄스곡 중에 뜨는 노래는 포인트가 되는 춤들이 있는데요. 브아걸 아브라카다브라의 시건방춤, 카라 미스터의 엉덩이춤, 티아라 보핍보핍의 뽀삐춤에 소녀시대 역시 GEE 활동 당시 게다리춤이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소녀시대 '훗'의 화살춤과 차도녀춤도 참 재밌는데요. 차도녀춤은 아무나 따라하다 욕먹기 십상이지만, 화살춤은 따라하기도 쉽고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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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이번 컴백으로 빈집털이 논란 잠재우나?

소녀시대가 미국에서 활동 중인 원더걸스를 제외하고 현재 국내 걸그룹 중에서 No.1임을 부정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이 바로 빈집털이 논란입니다. 소녀시대가 최고의 자리에 오른 계기가 되었던 GEE 활동이 동방신기, 빅뱅, 원더걸스가 활동을 접고 난 뒤 나와 이룬 성과라는 건데요. 그리고 소원을 말해봐 활동 때는 신인이었던 2ne1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거품론까지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빈집털이 논란이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당시 GEE 활동이 늦어진 것도 윤아의 드라마 출연 때문이었고, 아무리 당시 대형가수들이 같이 경쟁을 하지 않았다고 하나 노래 한곡으로 9주 동안이나 1위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대기록입니다. 아무리 이것을 빈집털이라고 폄하를 해도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기록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 경쟁자들이 많을 때 1위를 해야 진정한 1위라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요? 가수 중 누구도 일부러 대형가수가 컴백하기를 기다려 나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가수들 각자의 사정과 전략에 맞추어 가장 자신의 노래를 많이 알릴 수 있고 효과를 볼 수 있을 때를 노려 나오기 마련이지요. 역으로 소녀시대가 컴백한다고 할 때, 거리낌 없이 한판 붙어보자고 컴백할 가수가 국내에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소녀시대에 이어 2ne1 역시 얼마 전 트리플 크라운을 빈집털이 논란으로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2ne1 역시 자신의 일정에 맞추어 가장 효과를 볼 수 있을 때를 노려 나와 인기를 얻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결국 그런 빈집털이 논란은 아이돌 팬덤 문화가 형성되면서 다른 가수가 승승장구하면, 자신이 선호하는 가수가 함께 활동을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팬심에서 비롯된 가상의 논란일 뿐인 것이지요.

아무튼 이번 소녀시대의 컴백은 그런 빈집털이 논란의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기습적인 깜짝 컴백으로 초반부터 대중적 기대감을 가지고 출발한 것도 아니었고, 상대적으로 홍보를 할 기회도 적었습니다. 또한 경쟁상대로는 2PM과 2AM이 있기 때문에 결코 빈집털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죠. 현실적으로 원더걸스는 미국활동을 하고 있고, 동방신기는 활동이 불가능하며, 빅뱅 역시 2008년 이후 멤버 개인 활동에 치중하며 컴백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그런 사정상 2PM과 2AM은 현 가요계에서 소녀시대에게 가장 위협적인 경쟁 상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솔직히 일본활동을 시작하여 이제 점점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2PM과 2AM이 활동하는 시기에 맞추어 기습적으로 국내에 컴백한 것 역시, 소녀시대가 진정 빈집털이를 하고자 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2ne1과의 경쟁을 기대했겠지만, 그런 2ne1 역시 빈집털이 논란이 발생하는 마당에 2ne1과 경쟁하지 않았다고 빈집털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결과가 좋지 않다면 여전히 소녀시대에게는 빈집털이 논란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며, 이번 결과를 근거로 빈집털이가 아니면 1위를 하지 못한다는 명분을 만들어주겠지요. 과연 소녀시대가 다시 한번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 Oh와 런데빌런 때보다는 느낌이 좋아 기대감을 가지게 합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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