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어떤 스포츠든지 한 경기에 크게 일희일비하는 반응 또는 기사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비판받아야 할 것은 충분히 비판해야 마땅하지만 그 때문에 마치 세상이 없어질 것처럼 목숨 걸듯이 '극과 극'의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극과 극'의 반응이 점점 커지면 그것은 편견, 고정관념이 돼버리고, 객관적인 시각을 떨어트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냉정하게 바라볼 땐 바라보면서 무작정 '비난'하는 것보다 그에 대한 합당한 대안이나 해결책을 어느 정도는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선수가 잘 뛸 수 있도록 그저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축구계에서도 반복되는 레퍼토리들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틈만 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그것, '박지성 위기론'입니다. 지난 2003년에 네덜란드에 진출한 뒤 한국 축구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가운데서도 단연 가장 많이 주목받았던 박지성이었지만 틈만 있으면 '팀에서 나가는 것 아니냐', '입지가 줄어들 것이다'는 반응 때문에 마치 박지성이 팀에서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자극적인 반응, 그리고 기사 제목까지 달려가면서 관심을 끌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레퍼토리는 10년 가까이 지나고 있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 맨유 박지성 선수 ⓒ연합뉴스
최근에도 외신에서 나온 타팀 이적설에다 이렇다 할 활약이 없어서 '위기론'이 또다시 불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지난 27일 새벽(한국시각), 칼링컵 16강전에서 감각적인 골을 터트리며 다시 잠재웠습니다. 지난달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칼링컵 32강전에서 1골-2도움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한 바 있었는데 문제는 이러한 '일희일비식 반응'들이 전혀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박지성의 최근 행보가 다소 위태롭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땐 지난해가 더 어려웠습니다. 무릎 부상으로 시즌 초반 이렇다 할 출전 기회도 잡지 못했고, 결국 재활에 매진하면서 경기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다시 일어섰고, 개막 후 6개월 여 만에 아스널전에서 시즌 1호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습니다. 비록 팀의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박지성은 보란 듯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시한 전략, 움직임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팀에 필요한 선수다운 면모를 보였습니다. 어려움을 딛고 마지막엔 그나마 어느 정도 웃을 수 있었던 지난 시즌이었습니다.

그랬던 박지성이었고, 퍼거슨 감독이 그간 박지성의 거취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었는데 또다시 위기론은 찾아왔습니다. 몇 경기 출전하지 않고, 그저 '살생부에 올랐다'는 루머만 믿고 마치 박지성이 다른 팀으로 쫓겨나갈 것처럼 쓴 기사와 반응들이 쏟아지면서 위기론이 확산돼 갔습니다. 설상가상 지난 12일에 열린 한일전에는 무릎 통증으로 결장하면서 '위기론'에 더욱 기름을 붓는 꼴이 됐습니다. 정작 박지성은 실력에 대해선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다 할지라도 팀을 떠난다는 생각은 추호도 않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랬던 가운데서 박지성은 또다시 한 골을 성공시켰고, 위기론은 또다시 주춤해진 형세를 보이게 됐습니다.

박지성은 언제나 그랬듯 '슬로우 스타터'였습니다. 그리고 매 경기를 뛸 수 있는 몸이 아닙니다. 하지만 뛰는 경기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경기력을 보여줬고, 특히 순위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는 시즌 중후반에 더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우승권 진입에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올해도 역시 상황은 비슷해 보입니다. 초반에 다소 무거운 몸놀림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 맨유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서 '탁 치고 올라가는 분위기'에 있을 때 퍼거슨 감독은 주축 선수로 박지성을 활용할 것입니다. 몇 년째 똑같은 레퍼토리가 반복되고 있지만 '만에 하나'를 너무 과장해서 생각하고 우려하다보니 '위기론'이라는 실체는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졌고, 아마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완전히 은퇴할 때까지 계속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이미 박지성은 많은 것을 이뤘습니다. 챔피언스리그 첫 우승 때 경기를 뛰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다음해 결승전을 뛰면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랬습니다. 이미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서는 많은 것을 이뤘고, 월드컵에서도 3개 대회 연속 골을 집어넣고 4강, 원정 첫 16강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개인상에 욕심을 내는 선수가 아닌 팀플레이에서 좋은 역할을 펼치며 '알토란'같은 존재로 활약해온 박지성인 만큼 그가 남긴 족적은 실로 엄청나고, 어떻게 보면 앞으로는 정말 축구를 즐기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팬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약간의 부진'을 심하게 과장해서 생각하고 '위기론'을 조장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까움만 느낄 뿐입니다. 비판을 한다면서 그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나 해결책은 내놓지 않은 채 그저 몇 가지 현상만 바라보고 우려를 표하는 걸 보면 참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칼링컵에서 골을 넣기는 했어도 이번 주말 경기에 안 나온다 해서 또 위기론이 흘러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제발 지금부터라도 상황 마다 일희일비하는 것보다는 그저 지켜보고 넓게, 멀리 내다보는 '바른 자세'를 많은 축구팬들 그리고 언론인들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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