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다음달 열릴 한국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라는 강력한 친박 주자의 등장으로 사실상 비대위 체제에서 당권을 거머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황교안 전 총리(오른쪽)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지난 15일 황교안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등 요직을 두루 지낸 '실세'였던 황 전 총리의 입당으로 한국당 당권 경쟁이 다소 김이 빠졌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당 대표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황교안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될 경우 2020년 4월로 예정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이 함께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황 전 총리가 오는 4월 열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실상 현재 한국당의 당권을 잡고 있다고 평가되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진다. 나 원내대표는 황교안 전 총리와는 다른 중도·당내 소장파에서 출발했다. 나 원내대표로서는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란 분석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11일 한국당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103명 의원 가운데 68명의 지지를 받았는데, 상당수가 친박 성향의 의원들이었다는 게 정치권과 언론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난달 12일 친박 홍문종 의원은 "나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으로 인해 탈당의 원인이 제거됐고 결국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친박의 지지를 받은 이유는 친박 주자가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가 6월 지방선거 참패로 증명된 상황에서 친박이 나서기 부담스러운 기류가 있었다. 최대한 친박에 우호적인 비박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고, 친박은 나 원내대표와 김학용 의원 중 나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다음 달 선출될 당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기 때문에 친박과 비박 모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이때 등장한 게 박근혜 정부의 실세였던 황교안 전 총리다.

황교안 전 총리가 다수의 예상대로 당권을 잡게 될 경우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친박의 이용가치는 사실상 사라지게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20대 총선 당시 공천 학살로 현역 의원 다수가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나 원내대표가 2월 전당대회 이후 취할 입장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이후 나경원 원내대표의 당내 영향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힘 없는' 당 대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황교안 전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당선된다면 배경은 친박이 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나경원 원내대표는 전례 없는 허약한 원내대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나경원 원내대표가 친박을 구심점으로 결집하고 있는 한국당의 흐름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미 나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한평생 감옥 가실 정도로 잘못을 하셨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하는 등의 친박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친박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추측되고, 원내대표 경선 전후를 기점으로 소장파, 중도 등의 이미지 대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목소리, 강경보수 목소리를 내왔다"면서 "큰 흐름을 나 원내대표가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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