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는 여자 축구 스타 지소연(한양여대)이 최근 아주 큰 일을 또 하나 저질렀습니다. 바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매년 가장 좋은 활약을 주는 선수에게 수여하는 'FIFA 발롱도르(올해의 선수)' 여자 축구 선수 부문 10명 후보에 포함된 것입니다.

FIFA는 4년 연속 이 상을 수상한 브라질 스타 마르타를 비롯해 2003년부터 3년간 역시 이 상을 수상했던 비리기트 프린츠(독일) 등과 함께 지소연을 FIFA 발롱도르 후보에 포함시켰습니다. 또 최인철 여자축구대표팀 감독도 '올해의 여자팀 감독' 후보에 올라 동반 수상을 노릴 수 있게 됐습니다. FIFA 주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여자 축구의 쾌거에 이어 그 말로만 듣던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할 만한 후보까지 나왔으니 정말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지소연 선수 ⓒ연합뉴스
올해부터 FIFA는 프랑스 축구 전문지에서 비슷한 성격의 상을 수여한 '발롱도르'와 통합해 '올해의 선수상'을 'FIFA 발롱도르'라는 이름으로 최고의 선수를 수상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FIFA 올해의 선수상 또는 발롱도르는 리오넬 메시, 카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선수들만 타는 줄 알고 있었는데요. 이런 상을 우리 여자 축구 간판 지소연이 여자 축구 부문 후보로 올랐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소연이나 최인철 감독 모두 이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것은 개인적으로나 한국 축구 전체로도 충분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U-20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이 거둔 '3위'라는 성과를 상당히 높게 인정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특히 U-20 월드컵에서 뛴 선수 가운데는 지소연이 유일하게 포함돼 있는 것이 눈길을 끕니다. 당시 득점왕을 차지하며 MVP(최우수선수)도 수상했던 독일의 알렉산드라 포프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한국이 거둔 성과에 대해 상당히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 이를 이끈 감독과 가장 큰 공을 세운 선수, 지소연에게 '발롱도르'를 줄 만한 가치를 지녔다고 본 것입니다.

이번 후보 선정을 계기로 선수나 감독 모두 상당한 가치 상승을 꾀할 수 있게 된 것도 눈길을 모읍니다. 최근 지소연은 세계 최강 미국 여자 축구 리그인 WPS 몇몇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데요. 이번 후보 선정을 계기로 더욱 자신 있게 자신의 가능성을 널리 알리면서 몸값이나 개인적인 가치를 높이는 데 상당한 힘을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승진'해 새 출발을 다짐하는 최인철 감독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세계 여자 축구계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닙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은 여자 축구에서는 거의 변방이나 다름없었지만 올해 U-20, U-17 여자월드컵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이번 후보 배출을 계기로 앞으로 한국 여자 축구계의 발전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도 어느 정도 깔려 있다 볼 수 있습니다. 덩달아 한국 여자 축구도 올해 있었던 성과를 되돌아보며 더욱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던지며 더 나은 미래를 꾀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도 의미가 있는 이번 쾌거입니다.

사실 수상 가능성은 만만치 않습니다. 워낙 쟁쟁한 후보들이 이름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지소연의 경우, 이미 수상 경력이 풍부한 마르타, 프린츠를 비롯해 캐나다와 잉글랜드의 전설 크리스틴 싱클레어, 캘리 스미스 등이 포진해 있습니다. 또 최인철 감독도 독일을 최강 전력을 갖춘 팀으로 이끈 감독 실비아 나이드(독일)를 비롯해 얼마 전 피스퀸컵에 참가했던 호프 포웰 잉글랜드 감독, 스웨덴 출신 미국팀 감독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피아 순드헤이지 감독 등이 후보에 올라 있습니다.

그러나 수상 여부를 떠나서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상'인 FIFA 발롱도르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지소연 그리고 최인철 감독은 충분히 대단한 일을 했다고 봅니다. 유럽, 미대륙 중심의 축구계 판도 속에서 편견, 고정관념을 뚫고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룬 지소연, 최인철 감독에게 우리는 큰 박수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 2주 앞으로 다가온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나서는 이들이 또 하나의 쾌거를 이뤄내며 계속 해서 발전하고 거듭나는 한국 여자 축구에 순풍을 불게 할 수 있을지 앞으로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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