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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사라져버린 정의[블로그와] 시본연의 연학가 소식
시본연 | 승인 2010.10.29 09:36

대물은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라는 소재로 제작한 드라마이다. 그런 만큼 언젠가는 극중에서 차기 여성 대통령으로 나오는 고현정이 무서운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결과는 이미 나와 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고현정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최후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은 엉성하기 이를 데 없다. 개연성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상황을 전개하고, 8회는 여성 대통령이 아니라 차인표의 '대통령 되기'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제 방송된 8회에선 차인표의 이야기만 다루어졌을 뿐 차인표에 맞서 싸워야 할 정의라는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정의 실현이라는 목적 하에 정치권에 나선 고현정을 심도 있게 다뤄야 차인표의 악과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만 8회 방송은 차인표의 독주와 다를 바 없었다. '정의의 여인', 카리스마를 내뿜던 고현정은 사라지고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이유로 민우당의 주장만 전달하는 것 빼고 고현정이 8회에서 한 행동은 거의 없었다. 끝부분에 민우당의 주장을 밝힐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선 것 외에는 고현정이 8회에서 보여준 행동은 '꼭두각시'와 다를 바 없었다.

   
   
이제 최후의 정의를 지켜 나갈 곳은 권상우가 있는 검찰의 조사 뿐. 5회부터 힘 빠지기 시작한 고현정이 8회에서 죽음의 정점을 찍은 만큼, 민우당의 최고의 권력자이자 지난 30여년 동안 대한민국 정치를 뒤흔들어 온 조배호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권상우만이 정의를 지킬 최후의 보루였다. 스타트는 좋았다. 차인표가 건네 준 조사 자료를 토대로 조배호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을 요구하는 등 권상우의 조사는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너무 허무하게 마무리되었다. 단 한 번의 반박 자료에 검찰의 조사 결과가 헛수고가 되어버린 것이다.

5회부터 불거진 최악의 극본과 연출이 다시 한 번 부각된 부분이었다. 국가 최고의 수사 기관인 검찰이 차인표가 건네 준 자료만을 가지고 구속 영장을 신청한다고 하는 것이나, 단 한번의 반박 기자회견에 헛수고로 전락해 버린 검찰의 조사 결과는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무엇보다 악덕 국회의원을 뿌리 채 뽑아 버리겠다는 각오로 검사가 된 권상우가 갑자기 이수경과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부분은 정말 최악이었다. 갑자기 예전에 거래의 대가로 한 키스를 들먹이지를 않나, 차를 타고 가다가 뺑소니 오토바이를 놓치지를 않나, 한 마디로 8회에서 보여준 권상우는 정의에 불타오르던 1~4회의 권상우와는 다소 달랐다.

   
   
8회에서 정의라는 것은 사라졌다. 늘 정의에 불타오르던 고현정은 그저 민우당의 입장만 발표하는 부대변인으로 '꼭두각시' 역할만 했고, 잘 되어가던 권상우의 조배호에 대한 조사는 단 한번의 반박 기자회견에 무너지고 말았다. 물론 이것도 하나의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지나치게 정의를 죽이고, 차기 대통령이 되기 위해 검찰에 허위 사실을 흘린 차인표만 살린 게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던 8회였다. 너무나 악을 살린 드라마는 왠지 모르게 점점 막장 드라마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8회였다.

대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각종 부정부패와 싸우는 정의를 살리는 방향이다. 물론 어느 때에는 악도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지금 대물의 전개 방식을 보면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전개 방식이 너무나도 급변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날개를 단 듯 조사가 진행되다가한 순간에 무너져버리는 전개는 대물에 맞지 않은 전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대물이라는 드라마가 살 길은 선과 악의 자연스러운 조화 속에서 만들어지는 경쟁 구도다. 정의라는 목적으로 정치권과 검찰에 나선 고현정과 권상우. 둘의 정의가 죽어버린 대물은 악만 존재하는 막장 드라마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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