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 부처에 언론사 간부들과 산하기관 단체장 등에 대한 대규모 ‘성향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전 11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인수위원회 앞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대표 김영호)가 주최하는 '정치사찰 규탄, 인수위원장 사퇴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매서운 바람과 추위를 뚫고 모인 언론시민단체 인사들은 인수위 앞에서 "언론사찰의 진실을 규명하고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 15일 오전 11시 서울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언론연대 주최로 '정치사찰 규탄, 인수위원장 사퇴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곽상아
경향신문의 보도로 촉발된 '인수위의 언론사 간부 성향 조사' 사건을 규탄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기자회견은 채수현 언론노조 정책국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언론시민단체 대표들의 비판 발언이 대거 쏟아졌다.

문효선 언론연대 집행위원장은 "언론사를 제멋대로 줄세우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인수위의 방향 전체를 재고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신태섭 민언련 공동대표는 "이는 87년 체제의 부분적 성과물인 형식적 민주주의 자체를 무시하고 허무는 퇴행적 행위"이며 "이 사건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도 심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인수위의 '개인의 일탈'이라는 해명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중계보도하고 있고, 이들 언론은 한 술 더 떠서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가 '노무현 정권'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개인의 해프닝'으로 돌리는 언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경호 한국기자협회장은 이번 파문을 "구조적인 언론 통제의 한 단면이 드러난 것"으로 규정하고 "총체적 역량을 결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성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 또한 "한나라당은 말 안듣는 MBC를 재벌에게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며 "그런 속셈이 하나씩 실현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권의 언론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양승동 PD연합회장은 "인수위는 언론사 간부를 넘어서 광고주들의 성향까지 조사해 이명박 정부에 줄서기를 시키려 했다"며 "이번 사태는 '옥의 티'가 아니라 '옥 자체를 깨뜨리는 행위'로 이명박 정부는 즉각 이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인수위가 자체적으로 진상조사 안들어가면 독자적으로 진상을 규명할 기구를 만들 것"이라면서 "인수위의 권한 남용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들은 검찰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인수위에 전달할 언론시민단체의 입장이 담긴 문서를 들고 있는 문효선 언론연대 집행위원장. ⓒ곽상아
한편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문효선 언론연대 집행위원장,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처장 등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언론시민단체의 입장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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