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갓 내린 커피만큼이나 따뜻한 <커피프렌즈> (1월 11일 방송)

tvN 예능프로그램 <커피 프렌즈>

배낭 하나 매고 라오스로 떠났던 청춘이 이제는 카페 운영 수익금을 사회에 기부하는 힐링 예능 tvN <커피프렌즈>로 돌아왔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연예인이 제주도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예능. tvN <윤식당> 시리즈 이후 단순히 연예인이 식당을 운영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보여줘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손호준과 유연석이 평소 운영하는 커피 봉사 활동이 제격이었다.

나영석 PD의 <꽃보다 청춘>을 통해 ‘절친’이 된 손호준-유연석의 케미는 이미 완성형이었다. 게다가 손호준은 이미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상태이기 때문에 따로 커피 제조 연습을 할 필요도 없었다. 역대 최대로 많이 준비한 상태에서 시작한 예능이 아닐까.

그래서 혹시나 재미가 없을까봐 손호준과 유연석에게 더 많은 짐을 얹어줬다. 예전에는 제작진이 미리 식당을 섭외해서 개조하고 인테리어까지 완료한 뒤 출연자들이 들어가는 형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카페 인테리어부터 재료 선별, 메뉴 개발까지 모두 출연자에게 맡겼다. 이전 시리즈보다 출연자들에게 더 많이 맡기는 형식으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식당 운영 예능을 완성시켰다.

tvN 예능프로그램 <커피프렌즈>

귤카야쨈 토스트, 스튜, 핸드드립 커피 등 세련된 브런치 메뉴들을 판매했지만, 그걸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세련보다는 ‘성실’에 가까웠다. 감귤주스, 식빵, 잼, 핸드드립 커피까지 모두 그들의 손을 거쳤다. <커피프렌즈>는 얼마나 많은 손님이 오고 얼마나 많이 팔았느냐보다는, 카페 오픈 전에 손호준이 빵을 어떻게 만들고 최지우가 귤카야잼을 어떻게 유리통에 담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즉, 카페 오픈을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에 집중한 셈이다.

특히 인기가 가장 많았던 핸드드립 커피는 80번을 넘게 원두를 갈아야 겨우 한 잔이 나오는 수고를 필요로 하는 메뉴였다. 일일이 손으로 갈아서 내주는 핸드드립 커피 만들고 새벽에 직접 빵까지 구운 손호준의 우직함, 꿀귤차가 잘 팔리지 않자 꿀귤에이드로 바꾸는 최지우의 센스, 손님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는 유연석의 세심함이 <커피프렌즈>의 따뜻한 온도를 만들었다.

이 주의 Worst: 준비는 많이 했는데 집중 안 되는 <밝히는 연애코치> (1월 8일 방송)

라이프타임 예능프로그램 <밝히는 연애 코치>

라이프타임 <밝히는 연애코치>는 <마녀사냥>의 변주인데, 장치는 많아졌지만 재미는 감소한 버전이다. 신동엽과 홍석천이 <마녀사냥>에 이미 출연했었고, 곽정은 대신 한혜연이라는 독설가를 투입하고 한혜진 대신 박나래라는 친근한 언니 패널을 배치하며 <마녀사냥>과 일견 비슷한 구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핵심인 ‘연애 사연’은 임팩트가 약했다.

이날 소개된 사연은 소개팅 어플에 중독된 남자친구에 관한 사연이었다. 박나래 코치의 수신함에 도착한 5개의 사연 중 이 사연이 선정됐고, 사연을 읽어주는 러브봇인 패트리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이 러브봇은 패널들의 대화 중간 중간에 각종 통계자료나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수시로 끼어들었다. 기존 연애 상담 프로그램과 차별화하겠다는 강박관념 때문일까. 수신함이니 러브봇 같은 쓸데없는 장치를 심어놓아서 오히려 사연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막았다.

그중 제작진이 가장 야심차게 준비한 것처럼 보이는 코너는 박나래가 다른 코치들보다 먼저 사연을 듣고 사연 의뢰자와 1:1 톡 연애 상담을 하는 코너였다. 딱히 긴장감도 없고 박나래가 날카로운 질문으로 상담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박나래의 상담이 쫄깃한 몰입감을 줘야 하는데, 이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굉장히 지루한 채팅의 연속이었다.

라이프타임 예능프로그램 <밝히는 연애 코치>

심지어 박나래가 사연 의뢰자 남친의 관상을 보다가 갑자기 출연자들의 도화살 관상을 보기도 하고, 남친이 저지른 심각한 잘못에 대해 얘기하다가 갑자기 ‘연애코치들이 생각하는 바람의 기준’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등 너무 딴 길로 많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내레이션 사연에서 설명해도 될 법한 이야기들을 굳이 박나래 사전 상담 톡에서 털어놓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연애 사연을 예능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진지하게 상담에 임한 박나래의 태도는 좋았으나, 그냥 사연자의 이야기를 더 끌어내는 질문을 던지기만 했지 정말 친한 언니처럼 날카롭고 독한 조언을 건네는 모습은 없었다. 박나래의 상담과 패널들의 대화, 정신없는 와중에 또 러브봇이 끼어들어서 각종 통계자료를 내놓았다. 귀를 통과하는 TMI들의 향연이었다.

<마녀사냥>이나 <연애의 참견>은 사연 하나를 소개하면 그 사연에만 집중하면서 패널들이 갑론을박하고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게 돕는 식이었다. 그러나 <밝히는 연애코치>는 연애 사연보다는 박나래, 홍석천, 신동엽의 입담에 지나치게 의존한 듯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그들의 대화 주제는 연애 사연에 대한 조언이라기보다 그냥 연애 자체에 대한 수다에 가까웠다. 거추장스러운 포장지는 걷어내고 연애코치들의 코치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일단 저 패트리샤라 불리는 러브봇부터 없애자.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