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동할 당시 많은 쇼트트랙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 구타, 성폭행 및 강제 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승부 조작까지 참여한 조재범 코치의 행적이 드러나며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한국 빙상계의 실력자이자 연이어 쏟아지는 빙상 비리의 주범으로 지목된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 부회장(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이 조 전 코치 성폭행 폭로의 막기 위해 수개월간 조직적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더욱 파장이 일고 있다.

[단독] 조재범, 승부조작 처벌받고도 멀쩡히 '국대 코치'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빙상연맹을 둘러싼 잡음이야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심석희 선수에 의해 알려진 조재범 전 코치 사건은 그동안 제기된 그 어떤 빙상연맹 비리보다 충격적이고 중대한 사안이다. 그동안 수많은 국민들이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일관한 한국 빙상계의 문제들이 조재범 전 코치 폭행, 성폭행 사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국민들은 전명규 전 부회장과 빙상연맹이 암묵적으로 주도한 파벌주의 문화를 더 이상 원하지 않으며, 어린 선수들을 부당한 방식으로 혹사시키면서 얻은 메달에 더 이상 환호를 보내지 않는다.

이러한 성과중심 엘리트 스포츠문화는 독재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대중문화, 스포츠로 눈을 돌리게 하려는 군사주의 문화에서 기인한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스포츠로 관심을 쏠리게 해야 하니까 국민들의 열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했고,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더욱 강압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는 방식은 좋다. 그런데 대한민국 체육계는 실력 향상과 메달 획득을 핑계로 어린 선수들이 학업 및 사회 경험을 할 틈도 주지 않고 운동만 강요하는 분위기도 모자라, 선수들에 가해지는 체벌 또한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용인해왔다.

[단독] "나도 진술하겠다"…잇따르는 증언에 '선고' 연기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10일 MBC 뉴스데스크에 의하면,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 선수 외에도 그가 지도하는 여러 선수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저질러왔다. 심지어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승부 조작까지 벌였다고 한다. 애초 심석희 선수가 성폭행 피해 사실까지는 알리지 않으려다가 밝힌 이유도, 조 전 코치가 범죄에 대한 반성 대신 자신을 폭행죄로 고소한 또 다른 선수들과 합의를 종용해 행여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러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 조 전 코치의 폭행 사실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당시, JTBC 뉴스룸 인터뷰에 응한 주민진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에 의하면, 조 전 코치 또한 선수시절 당시 국가대표팀 내에서 암묵적으로 용인되어온 폭행의 피해자였다.

상습적 폭행죄로 법정 구속된 데 이어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되었으면서도 반성은커녕, 피해자들과 합의를 종용하는 태도로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조재범 전 코치는 엄중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조재범 전 코치의 폭행 및 성폭행 사건을 조 전 코치만의 문제에 국한하여 그에게만 엄중 처벌을 내린다고, 한국 빙상계를 둘러싼 문제가 완벽히 해결될 수 있을까?

조재범 폭행 및 성폭행 사건의 이면에는 한국 빙상계의 최대 문제로 거론되는 파벌주의가 있었고, 메달 획득을 위해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행위들을 묵인해왔던 한국 체육계 인사들이 있었다. 이러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개혁되지 않는 한, 제2의 조재범들은 또 등장할 것이고, 꿈을 담보로 혹사당하는 선수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 체육계의 전면적인 개혁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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