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를 열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보인 정책기조에 대해 지면 사설 3건을 동원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11일자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 비판에 지면을 대폭 할애했다. 1면 헤드라인으로 <경제 아프다면서…정책은 안바꾼다>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은 회견에 앞선 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35회 언급하는 등 경제에 초점을 뒀다"며 "그러나 해법은 '변화'가 아닌 '보완'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대북 정책에서도 '관계 개선과 제재 완화' 기조를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11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는 "126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은 문 대통령 지지층에겐 '원칙'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며 "하지만 새해 경제정책 변화를 주문했던 기업·자영업자 등의 바람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2면부터 4면까지 3면을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 내용 전하기에 할애했다. 2면에는 <"김태우, 자신이 한 일로 시비…신재민, 좁은 세계로 판단">, <현직 언론인 靑직행 논란엔 "지금 정부 권언유착 없다">, <野 "반성없이 자화자찬…독선적인 셀프 용비어천가"> 기사를 게재했고, 3면에는 <"정책 고수 자신감 어디서 나오나" 묻자 "30분 내내 말하지 않았나">, <"카풀 갈등, 경제현실 바뀌는데 옛날 가치 고집…사회적 타협 필요">, <"노동계, 정부 노력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기사를 실었다.

4면에도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남북 사이엔 이미 해결">, <"미국이 핵우산은 北비핵화와 별개">, <"北, 제재 풀려면 ICBM 폐기 같은 과감한 비핵화 조치해야>, <'김태우·신재민' 질문에…文대통령, 6초간 머뭇>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가 1면부터 4면까지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 보도에 할애한 기사 건수(사진기사 제외)만 11건이다.

압권은 31면 오피니언면이다. 조선일보는 3건의 사설을 모두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 내용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조선일보는 <특검 불가피 보여준 문 대통령 내로남불 회견> 사설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좋은 정부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해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기자의 청와대행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잘못된 일이지만 우리 정부에선 좋은 일'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김(태우 수사관), 신(재민 전 사무관) 두 사람 내부 고발도 전 정권에서 있었으면 문 대통령은 '양심적 영웅'이라고 했을 것"이라며 "이 정부의 내로남불은 체질화된 불치병처럼 보인다"고 비난했다.

▲11일자 조선일보 사설 3건.

조선일보는 <'물 들어온다'식 분식 통계로 밀어붙이는 '경제 마이웨이'> 사설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소득 주도 성장 등 '경제 마이웨이'를 분명히 했다"며 "그런데 마이웨이를 가더라도 그 근거로 제시하는 통계나 지표들은 틀리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은 이 정부 들어 '가계소득이 높아졌다'고 했다"며 "그러나 "상위 20% 소득이 늘어 전체 평균은 올라갔지만 하위 40%의 소득은 감소했다.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진 것도 '실적'인가"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전체 평균 소득조차 세금 등을 뺀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작년 1~9월 중 1% 사량 감소했다"며 "하위 60% 층의 실질소득은 월평균 12만~18만원 줄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은 '상용직은 늘어났다'고 고용의 질이 좋아진 것처럼 말했다"며 "상용직은 지난해 34만여명 늘었지만 2006년 이후 증가 폭이 가장 낮았다. 상용직에는 비정규직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 회견을 보면 '거시 지표 견고'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 효과 90%' '제조업 물 들어온다'는 황당한 인식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며 "참모들이 회견문을 읽어봤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소득 주도 성장은 마차가 말을 끈다는 식으로 앞뒤가 바뀐 정책인데도 '그대로 간다'고 한다. 일자리 만든다고 세금 54조원을 쓰고 고용참사가 일어나도 '마이웨이'"라며 "마이웨이를 가더라도 사실과 통계는 바르게 챙겨야 한다는 말밖엔 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핵·천안함·금강산' 그대론데 대통령이 섣불리 '해결됐다' 하나> 사설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회견에서 김정은이 '조건·대가 없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 밝힌 것과 관련해 '매우 환영한다'며 '재개를 위해 북한과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고 했다"며 "우리가 북의 만행에 독자적 제재를 가한 것인데, 김정은이 마치 시혜를 베풀 듯 '재개하자'고 하니 문 대통령은 '해결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가 왜 생겼는지 그 과정을 알고서 이런 말을 하나"라며 "북은 비핵화의 핵심인 핵 리스트 제출을 거부하고 핵탄두 생산을 계속하고 있는데 무엇이 해결됐다고 개성공단·금강산 재개를 언급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북은 여전히 핵 활동을 하고 있고 천안함 폭침과 금강산 살인에 대해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당연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그대로다. 이 상황에서 김정은이 한마디 했다고 '북한과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됐다'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 문제도 김정은 말만 믿는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며 "김정은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르기만 하면 대한민국 안보가 지켜지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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