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전국금융산업노조 산하 KB국민은행지부가 8일 총파업을 단행했다. 국민은행 노사는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노조는 파업찬반투표에서 96.01%의 찬성을 받아 파업에 돌입했다.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에 대해 조선일보는 '황금 철밥통'이 고객을 볼모로 파업을 했다며 맹비난했다.

▲9일자 조선일보 사설.

9일자 조선일보는 <연봉 1억 은행원들의 파업, 노조 천국 한국>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평균 연봉 9100만원인 KB국민은행 노조가 어제 파업을 했다"며 "전 직원에게 300% 성과급 지급, 전 직원 임금 2.6~5.2% 인상, 실적 낮아 승진 못 해도 임금 인상, 임금피크제 완화, 점심 시간 중 PC 전원 차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돈 잔치, 철밥통 잔치"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이 은행 고객수는 3000만 명이고 전국 영업점이 1058곳에 달한다"며 "어제 큰 혼란은 없었지만 일부 고객이 불편을 겪었다. 어제는 '경고'이고 요구를 안 들어주면 2차, 3차, 4차, 5차 파업을 하겠다며 일정을 예고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은행은 아직도 연공서열식 호봉제"라며 "그래서 연차가 쌓여도 직급 승진을 못하면 임금 인상을 제한하는 제도를 확대하려고 했다. 국내 4대 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만 제대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노조는 '실적 압박이 싫다'고 결사반대라고 한다"며 "세상 모든 직장인이 크든 작든 모두 실적 압박을 받는데 KB국민은행 노조는 '우린 예외'라고 한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KB국민은행은 지난해 3조원 안팎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을 것이라고 한다"며 "임직원들의 노력도 있겠지만, 대부분 앉아서 '이자 장사'로 번 돈이다. 내부 혁신이나 새로운 수익,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 없다"고 폄하했다.

조선일보는 "관치 탓도 하지만 주요국 가운데 금융 경쟁력이 우리처럼 뒤처지는 나라가 없다"며 "동남아 국가만도 못하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그래도 우리나라 은행원 4명 중 1명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며 "이런 '황금 철밥통'들이 고객을 볼모로 잡고 파업한다. 노조 천국이 있으면 여기일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조선일보의 사설의 요지는 '고연봉 철밥통인 국민은행 직원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은행 직원들의 설명은 다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 30대 조합원은 "회사의 평균 연봉이 9100만원이라는 통계는 비조합원인 지점장, 부지점장급 직원들의 억대 연봉이 합산돼 과대평가된 것"이라며 "이번 파업 참가자 가운데에는 직함만 '계장', '대리'일뿐, 2014년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근속 연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기본급 150만원 수준의 저임금을 받는 여성 행원들이 많다. '귀족 노조'라는 비판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억울해했다.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다. 헌법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파업은 단체행동권의 한 형태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보도 행태는 국민은행 직원들의 헌법적 권리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