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언론탄압, 정치사찰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2일 언론사 간부들 성향조사를 지시한 것과 같은 시기에 언론사 경영상황과 내부동향까지 파악해 보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14일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문화관광부가 언론사 간부들에 대한 ‘성향 조사’를 했을 때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말 산하단체에 중앙일간지의 경영상황과 부대사업, 내부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차기 정부의 언론시장 재편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한 사전조사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인수위가 정부 부처에 언론사 간부들과 산하기관 단체장 등에 대한 대규모 ‘성향 조사’를 지시했다는 12일자 보도에 이어 2탄이다.

우리 단체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린 인수위의 정치사찰에 대해 인수위원장의 사퇴와 이 당선자의 공개 사과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주말이 지나면서 인수위와 이 당선자는 한 전문위원의 ‘과잉충성’이라고 결론짓고 전문위원의 해임으로 사태를 무마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14일 경향신문의 추가 보도를 보면, 언론사의 경영상태와 신규사업 현황, 그리고 내부동향에 이르기까지 언론을 손바닥 보듯 미세현미경을 들이대고 감시, 통제하려 했다는 시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 정도의 정보수집 능력이 인수위 전문위원 개인의 판단과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뿐만 아니라,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도록 한 인수위 조직과 업무처리 방식에서 소위 ‘점령군’의 위세와 억압이 느껴진다. 이제 인수위원장은 마땅히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하는 것이 새 정부의 인수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쌓는 길이며, 결국 총체적 책임을 진 이 당선자가 사과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순서다.

또한 우리 단체는 지난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정부 부처와 각급 위원회가 보여준 이 당선자 공약 따라잡기 식 업무보고 내용이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지난 4년 여 기간 동안 현 정부의 정책과 철학을 토대로 업무를 추진해 온 조직과 공무원들이 하루아침에 새 정부의 정책을 앞다투어 새로운 기획안인 양 보고하는 모습 속에서 무한한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혹자는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가’라 묻는다. 지사적 공무원의 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정부 조직개편과 새 정부 출범 이전부터 콩고물 하나 얻어먹기 위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공무원들과 정부 부처의 태도는 궁극적으로 미디어 정책 전반을 정치권력의 손아귀에 몰아넣어 줄 뿐이다. 공무원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새 정권의 충실한 하수인 노릇을 하는 2중대인가.

끝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는 언론의 태도 역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언론이 제4부로서 권력을 감시하는 정치적 독립과 엄정한 중립의 책무를 부여받은 지 오래다. 정치권력의 언론장악, 정치사찰 음모가 드러난 시점에 그 실체를 파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함에도 언론은 분노하지도 의문을 갖지도 않는다. 언론사주와 언론사 간부 그리고 사내 분위기 까지 인수위원장과 이 당선자에의 파일철에 보관되어 시시각각 감시받고 통제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도 언론인들은 권력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는 것인가. 과거 언론이 정치권력의 나팔수 역할을 자임하고 역사와 시대를 거스르는 일을 저질러 온 부끄러운 기억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우리 단체는 새 정부 출범 이전부터 불어 닥치고 있는 언론탄압, 정치사찰, 과거 회귀적 통제사회의 기도에 정면으로 맞설 것임을 밝힌다. 인수위원장의 자진사퇴와 이 당선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사과를 하기 전까지 우리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보신주의와 권력기생주의에 빠져 있는 공무원과 그 조직을 향해서도 공무원의 직분과 역할이 무엇인 지 엄중히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거듭하여 언론인들은 언론의 독립을 위협하는 세력이 누구이든 간에 심층 취재하고 문제의 당사자들을 향해 맞서 싸우는 것이 그들에게 부여해 준 사회적 책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8년 1월 14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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