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200 차트는 빌보드 앨범 차트로 손꼽히는 차트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방탄소년단이 세운 이 대기록은 이제껏 다른 한류 가수들이 이루지 못한 빌보드 차트에서 의미 있는 최초의 성과이자 최고의 성과다.

그뿐만이 아니다. UN에서 연설도 하고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유서 깊은 시상식 무대에 오르며 한류의 품격을 높인 가수가 방탄소년단이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의 이런 국제적인 위상과는 달리 국내 지상파 가요제는 거꾸로 가는 모양새를 가져 뒷말이 무성하다. 국내 원톱이자 동시에 해외와 서구권에서도 뜨겁게 각광 받는 방탄소년단이 아니라, 엑소가 각 지상파 가요제의 엔딩 무대를 석권한 기현상 때문이다.

MBC 2018 가요대제전 (사진=MBC)

연말 가요제의 엔딩무대는 그해 가장 빛난 성과를 이룬 가수가 오르는 무대지 선배 가수가 오르는 무대가 아니다. 2018년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빛나는 성과를 이룬 가수는 방탄소년단이다.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KBS와 MBC, SBS는 하나같이 입을 맞춘 듯 방탄소년단이 아니라 엑소에게 연말 가요제의 엔딩 무대를 허락했다.

방탄소년단이 연말 지상파 가요제 엔딩 무대에서 밀려난 현상은 대중으로 하여금 ‘언더도그마’ 현상을 강화하도록 만든다. 언더도그마는 쉽게 표현해 강자보다 약자가 도덕적 판단의 기준에 섰을 때 우월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강자는 도덕적 판단에 있어 정반대, 대척점에 위치하게 된다.

방탄소년단이 연말 지상파 가요제 엔딩무대서 밀려난 기현상을 대중이 언더도그마에 대입하면 약자는 방탄소년단으로 인식한다. 각종 국제적인 시상식과 무대, 빌보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방탄소년단이 약자라고? 국제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음에도 연말 가요제 엔딩 무대를 차지하지 못한 방탄소년단은 국내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약자로 밀려난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28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8 KBS 가요대축제'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을 가요제 엔딩 무대에서 밀어내고 약자의 위치로 격하시킨 지상파 3사의 처사는 언더도그마를 강화한다. 약자의 위치로 강등당한 방탄소년단은 국제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가수임에도 정작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대중의 동정을 자연스럽게 유발한다.

스노우볼 이펙트, 눈덩이 효과처럼 국내외적으로 아미(방탄소년단의 팬덤)를 가속화하는 방탄소년단의 국제적인 위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연말 가요제 엔딩 무대를 허락하지 않은 지상파 방송 3사의 처사는 국제적인 위상과 국내 위상을 비대칭으로 만들어버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방송사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는, 가요제를 즐겨 보는 팬덤과 대중으로 하여금 연말 가요제 무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올해 연말 지상파 3사의 연말 가요제 시청률이 작년만큼 나올지 궁금해진다. 참고로 현재 3사 지상파가 주말에 방영하는 각 음악방송 시청률은 1% 안팎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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