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저물어간다. 한 해의 종착지에서 돌아본 2018년의 변화는 매우 컸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한반도에 불어온 평화의 바람이다. 올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찾은 북한 김여정의 방문으로 시작해서 29일 청와대에 전달된 김정은의 친서까지 남북은 분단역사에 없던,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개척해왔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4월의 판문점선언과 곧 이은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9월의 평양 남북정상회담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여정이었다.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와 일부 단일팀으로 열린 남북의 문으로 평화의 소식이 밀려들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4월 판문점에서 만났고, 그 만남은 6월 북미정상회담으로 발전했다. 한 차례 고비도 없지 않았지만 그만큼 더 극적인 감동을 주었던 북미정상회담이었다. 비록 북미 간의 문제는 여전히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지만 남북은 열린 문을 다시 닫을 생각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인사한 후 함께 북측으로 넘어가고 있다. 두 정상은 바로 남측으로 넘어와 환영식장으로 이동했다. Ⓒ연합뉴스

9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전에 없던 모습들을 전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북한주민을 상대로 연설을 해 놀라게 했고, 김정일 위원장 부부와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라 경탄과 희망을 품게 했다. 그리고 비록 올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최고 지도자의 최초 서울방문 약속도 있었다.

이런 변화로 인해 2018년을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하기에 주저함이 있을 수 없다. 물론 이 우생순은 또 바뀔 것이며, 그래야만 한다. 2018년은 남북의 적대를 깨고 평화로 나아가는 시작점에 불과하다. 통일까지는 몰라도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통일에 준하는 변화를 맞을 때까지는 쉼 없이 달려가야 한다.

남북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누구도 적대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만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다. 북한은 대북제재를 벗어나 경제발전을 위해, 남한은 더 원대한 경제대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평화는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이자 최종의 목표이다. 분단과 적대는 독재를 낳았다. 흔히들 통일비용을 말하지만 분단의 역사 속에 겪었던 군사독재의 폐해는 통일비용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와 함께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사라진다면 더 이상 누구도 북한을 핑계로 분단과 적대 정치를 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이 평화의 전개가 영구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노력과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올해 확인한 북한의 변화는 동기가 무엇이든 이 변화가 “다시는 뒤돌아가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올해 불어 닥쳤던 평양냉면 열풍은 국민 스스로를 놀라게 했던 통일 인자의 재발견이었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적어도 대북정책, 평화의 성과만은 모두에게 칭찬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에 타격을 준 최저임금과 고용침체 등 경제문제에 있어서 바라던 만큼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한 것만으로도 정부의 역할을 넘어선 업적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는 한두 해의 경제적 이슈를 뛰어넘는, 더 본질적인 경제발전의 구상이며 미래설계인 까닭이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은 한국이 2026년 세계 경제 톱10에 진입할 것을 전망했으며, 남한 수준으로 통일이 될 경우 2030년 영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6위 규모의 GDP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듣기 좋은 소식이라고 무작정 도취될 일은 아니지만 한반도 평화와 협력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고, 경제적 부유를 가져올 대변혁이라는 사실만은 확인할 수 있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그런 모든 것들로 인해 2018년을 우생순의 한 해라고 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 물론 한반도의 우생순은 갱신될 것이며,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헤어질 것을 염려하는" 것처럼 희망은 늘 불안을 동반한다. 한반도의 변화에 대한 희망이 커질수록 그러지 못할 걱정도 깊어지는 것이다. 다행한 것은 이런 변화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기에 시작됐다는 점이다. 한반도 우생순의 갱신을 확신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루도 더 남지 않은 2018년의 마지막 달력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일들이 하도 놀랍고 고마워서 차마 보내고 싶지 않은 2018년이다. 그래서 전에 없는 기대와 설렘을 새해를 기다리게 되기도 한다. 올해의 우생순을 뛰어넘은 또 다른 우생순을 기대하며...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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