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사들을 보면 기자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드는 기사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악의적 보도를 일삼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사실유무의 확인도 없이 무조건 내보내고 보자 식의 보도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또한 드라마 관련 기사는 기자가 방송은 보고 기사를 쓰는 건지 시놉시스만 보고 쓰는 건지 알 수 없는 것들도 많고, 사건이나 논란에 대한 책임감 있는 기사의 작성이 아니라 네티즌 반응 및 '~카더라' 보도로 더욱 논란을 키우고 자극적인 제목들로 클릭만 유도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이제 국내를 넘어 외국 스타까지 모함(?)하는 한국기자들

이번에 발생한 유덕화 성희롱 논란 역시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유덕화 성희롱 논란은 지난 13일 유덕화는 대만의 케이블 CTiTV의 '강희래료'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이날 방송에서 유덕화가 여자 진행자인 서희제와의 신체 접촉을 두고 기자들이 유덕화가 서희제를 성희롱했다고 보도를 하면서 불거졌습니다.

하지만 '강희래료'라는 프로그램은 남자 출연자에게 짓궂은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컨셉트로, 남자 출연자들이 먼저 나서 도발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고, 남자 출연자들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진행자인 서희제가 직접 남자 출연자를 유혹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서희제는 원더걸스가 출연했을 때도 "첫경험이 언제냐"고 묻던 대만 연예인입니다.

그렇게 서희제는 유덕화의 출연에 "그동안 여러 번 호감을 밝혔는데 당신은 왜 나에게 관심 없느냐"며 다리를 유덕화가 앉은 의자 위에 올리며 유혹하기도 하고, 서희제가 먼저 유덕화의 무릎 위에 앉으며 도발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서희제의 도발에 오히려 유덕화는 매너 있게 대처하며, 떨어지지 않는 서희제를 안아서 제자리에 데려다 주고 쿠션으로 짧은 치마를 가려주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것은 며칠 뒤 다시 유덕화 성희롱 논란에 대해 후속 보도가 이루어지면서 말도 안 되는 오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이미 유덕화 성희롱은 네티즌들 사이에 퍼질 대로 퍼져 수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습니다.

솔직히 이것은 방송을 보기만 하면 누구나 유덕화가 성희롱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가 대만 방송이라 외국어를 해석하지 못하고 맘대로 상상한 것인지, 아니면 방송을 보지도 않고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만 보고 기사를 작성한 것인지, 어이없게도 말도 안 되는 논란을 만들어 낸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처음 보도가 이루어지자 다른 언론사들 역시 확인하지도 않고, 너도나도 카피 보도를 하면서 유덕화 성희롱 논란은 사실인 것 마냥 퍼져나갔습니다.

그렇게 이제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 한국 기자들의 무지함을 어필한 꼴이 되어버렸는데요. 유덕화나 대만 사람들이 그 기사를 보면 한국 언론과 네티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할 지 참 부끄러워집니다.

수많은 논란들, 논란은 과연 누가 만드는 것인가?

인터넷 문화가 발달되면서 기사 역시 이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보도가 가능해짐에 따라 언론사 간에 경쟁도 상당히 치열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사의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를 하는 언론사들이 많아지고, 많은 언론사들 중에서 자신의 기사가 클릭될 수 있도록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왜냐하면 예전에는 언론사들이 자신만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구독자들을 늘이기 위해 언론사 간 기사의 내용을 통한 경쟁이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서 수많은 언론사들의 기사가 모두 오픈이 되면서 동일한 주제의 기사에 대해서 클릭에 대한 경쟁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질 높은 기사를 써도 네티즌들은 수많은 기사 중에서 제목으로 판단해 클릭을 하기 마련이고, 처음 보도를 하더라도 어느새 카피보도를 통해서 자신의 기사는 묻혀서 카피한 기사가 클릭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질 높은 기사보다는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논란을 부추기는 기사들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요즘 기자들은 루머 등의 사실유무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도 일단 네티즌들의 클릭을 얻어낼 수 있다면 기사를 냅니다. 그리고 그런 기사들은 논란이 되면서, 이제 네티즌들이 붙어 댓글 논쟁이 펼쳐집니다. 댓글로 욕을 먹더라도 그럴수록 기사의 댓글과 클릭은 많아지고 인기 기사로 둔갑합니다.

마치 이제 기자들에게 좋은 기사란 내용이 알차고 질 높은 기사가 아니라,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논란을 만들어 보다 많은 클릭을 유도하고 트래픽을 높여 보다 많은 광고를 보여줄 수 있는 기사가 좋은 기사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기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기사에 책임감을 가지고 질 높은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게 한다'라는 말처럼 일부 무책임한 기자들 때문에 네티즌들의 기사에 대한 불신은 골이 깊어져 가는 것이겠지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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