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바보’라는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12만 명이 운집한 택시노조 집회에서 카풀영업에 대해서 “택시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재인 정권” 운운으로 택시 기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불과 나흘 만에 말을 바꿨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 정당에서 카풀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이해하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에 나선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택시노조 집회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카풀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자유한국당’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나 원내대표와 함께 택시노조 집회에 함께 섰던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한국당은 카풀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알선까지 제한하는 법을 의결한 것”이라고 대응했다.

"카풀 자체 반대 아니다"…나경원, 나흘 만에 '결' 다른 발언 (JTBC 뉴스룸 보도영상 갈무리)

자유한국당으로서는 택시노조 집회에서 환호를 받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두 개의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먼저 언급한 것처럼 자신들의 손으로 통과시킨 카풀허용에 대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반대하는 것처럼 말을 바꾸는 이중적 태도에 대한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시민들의 차가운 반응이었다.

택시노조들의 생존권 주장에 대해서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파업과 카풀반대마저도 동의할 수는 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택시노조 파업날 카풀 요청이 770% 증가했다는 사실은 택시가 없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기도 하지만 택시 파업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택시기사를 우군으로 두는 것은 정당의 중요한 전략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소탐대실이 될 소지도 충분하다. 원내대표가 카풀을 반대한다고 발언한 것은 출퇴근 때마다 택시 잡기에 진을 빼는 많은 시민들을 적으로 돌릴 수 있다. 시민들이 카풀을 반기는 이유가 단지 택시 잡기가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크게 작용한다. 카풀 역시 아무 문제가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새로운 변화에 기대를 갖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기도 하다.

"카풀 자체 반대 아니다"…나경원, 나흘 만에 '결' 다른 발언 (JTBC 뉴스룸 보도영상 갈무리)

무엇보다 택시 기사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카풀영업을 반대하는 것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택시기사들에 대한 완전 월급제 실시, 사납금 폐지 등의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할 지향점에 있다. 더군다나 카풀영업 등의 시대변화는 잠시 미룰 수는 있어도 결국엔 수용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의 생존권을 위협한다지만 그렇다고 대형마트를 못하게 할 수는 없는 이치와 같다.

정치가 해야 할 것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공존방법을 찾는 것이지 어느 한쪽 편을 들어 시대흐름을 왜곡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카풀을 막는다고 택시기사들의 노동강도와 임금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전혀 아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카풀정책에 대한 말을 바꾼 것은 일구이언한다는 비난보다는 카풀 반대에 대한 민심의 반발이 더욱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카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만이 아니라 택시기사 월급제와 사납금 폐지 등에 대해서도 말을 해야 했다. 12만 명의 택시기사들에게 환호를 받은 값을 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만 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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