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예능계 금손 박나래 <나 혼자 산다> (12월 21일 방송)

지난주 MBC <나 혼자 산다>의 예고편을 보면 이번 주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에오 무큐리’ 전현무였다. 기안84 개업식 축하공연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패러디 무대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방송을 보니 진짜 주인공은 박나래였다. 어떤 출연자와 붙여 놓아도, 어떤 콘셉트 분장을 해놔도 찰떡처럼 소화했다. 하다못해 남의 무대에서도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리는 마력의 소유자였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오프닝부터 주목받았다. 루마니아에서 ‘직구’로 공수해 온 녹색 드레스는 이시언으로부터 “소주병이냐”는 지적을 시작으로 한예슬이 입었던 드레스라는 부담감까지 작용했지만, 그에 주눅들 박나래가 아니었다. 오히려 “취하는 것 같다”면서 소주병 지적을 개그로 받아쳤다.

기안84 개업식 에피소드를 보여주기 전, 정려원과 박나래의 김장 에피소드가 방송됐다. 조기와 생새우 등 김장 재료를 바리바리 싸들고 온 박나래는 “결혼한 딸네 집 와도 이 정도는 안 가져올 거야”라면서 등장하는 순간부터 웃음을 줬다. 전완근을 사용해 김장 양념을 젓고 잼 뚜껑 여는 것은 기본, 려원의 드레스가 작아서 흰 수건으로 등을 가린 박나래의 뒤태는 말 그대로 ‘숨 막히는 뒤태’였다. 드레스 차림으로 뱅쇼를 마시고 안주로 김장김치와 수육을 먹는 이 이상한 조합도 기가 막히게 소화하는 박나래였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물론 절정은 기안84 개업식이었다. 매년 신년운세를 준비해왔던 박나래는 이날도 다른 회원들의 신년운세를 맛깔나게 소개했지만, 신년운세의 정점은 본인 박나래였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처녀가 농락을 즐기는 것이 당치 않은 것처럼, 아직 성숙되지 않았는데 일을 성사시키려 하면 부당하다. 현재 상황이 안 좋다고 안절부절하지 말고 절에라도 들어가서 마음을 다지시길 바란다”가 박나래의 신년운세였다.

처녀, 절, 농락 등 신년운세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은 표현들로만 구성된 두 문장에 모두가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단어 하나에 자료화면 하나가 나오는데, 마치 데뷔 30년 대배우의 자료화면이 방출되듯이 <나 혼자 산다> 속 박나래의 역대 활약상은 끝도 없이 흘러나왔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축하공연에서는 아무것도 준비 못했다더니 빨간 카우걸 모자에 호피무늬 티셔츠와 청바지, 가죽점퍼에 빨간 구두로 풀착장을 하고 왁스의 ‘오빠’를 개사해서 불렀다. 준비 안 한 정도가 이 정도였다. 한혜진의 ‘한’ 무대도 결국엔 박나래의 등장으로, 엔딩은 박나래의 차지였다. 누구의 무대에서도 기승전박나래. 화면에 잡히는 그 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은 박나래가 아니라면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이 주의 Worst: <골목식당> 다시보기인 줄! <가로채널> (12월 20일 방송)

처음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다시보기인 줄 알았다. 포방터시장 요약편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보니 SBS <가로채널>이었다. ‘맛장’ 콘텐츠 담당인 포방터시장을 방문해 돈가스집의 유명세를 소개하고 홍탁집을 감시한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지난주까지 방송됐던 포방터시장을 또 방문한 것이었다.

SBS 예능프로그램 <가로채널>

이쯤에서 <가로채널>의 기획의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스타들의 크리에이터 도전기다. 무엇을 창조한다는 것인데, 이날 <가로채널>의 ‘맛장’은 창조가 아니라 아바타였다. 혹은 우려먹기였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포방터시장’ 편에서도 이슈의 중심은 홍탁집이었다. 작가들이 비공식적으로 방문하고, 공식적인 촬영이 있고, 또 백종원 대표가 급습하고, 방송이 끝난 후에도 돈가스집 사장을 비롯해 이웃 상인들의 감시가 이어졌는데 굳이 타 프로그램 출연자까지 나서서 ‘암행어사’라는 이름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아예 새로운 곳을 발굴하지는 못하더라도 불과 지난주까지 방송에서 화제가 됐던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 크리에이터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양세형의 원래 목적은 포방터시장 돈가스집이었다. 낮 시간에 방문했지만 번호표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실패했다. 돈가스집은 이른 아침 번호표를 받아야 돈가스를 먹을 수 있다는 것, 백종원뿐 아니라 백종원의 장모님도 번호표를 못 받아서 못 먹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주 <골목식당>에서 나왔던 내용이다. 그러나 양세형은 마치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듯이 시청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백종원 대표에게 SOS 전화를 했고, 그에게서 돈가스집 대신 홍탁집을 방문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SBS 예능프로그램 <가로채널>

홍탁집을 방문한 양세형은 마치 새로운 음식을 소개하는 것처럼 홍탁집의 닭곰탕과 김치를 소개했고 스튜디오에 있던 패널들은 신기한 리액션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요리 개발 과정을 보여줬고, 김치는 어머니의 솜씨라는 사실 역시 아주 상세히 알려줬다. <골목식당>을 본 시청자라면 <가로채널>의 재방송이 지겨울 것이고, <골목식당>을 안 본 시청자라면 홍탁집 아들의 반성 인터뷰가 무슨 얘긴가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양세형은 누굴 위한 홍탁집 암행어사였을까.

무엇보다 가게 안에 카메라 다 설치해놓고 들이닥치는 게 왜 ‘습격’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방송이라고 해도 말이다. 양세형이 백종원 대표처럼 검정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식당에 들어가면 뭐하나. 이미 가게 안에 카메라는 풀세팅되어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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