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런던 더비에서 토트넘이 이겼다. 지난 리그 경기에서 패했던 토트넘은 아스날 홈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컵 대회 준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준결승에서 첼시를 만나 결승행을 다투게 되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우리에게 첼시는 손흥민의 환상적 골과 겹치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감각적 골, 케인 없어도 문제없었다는 현지 반응이 증명

EPL 상위팀의 겨울은 참혹한 수준이다. 3, 4일에 한번 씩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리그 경기 소화도 벅찬 상황에서 챔스리그나 유로파리그, 그리고 각종 컵 대회까지 이어진다. 지독할 정도의 일정을 버텨내야만 진정한 강팀으로 남게 된다.

연이은 강행군을 버텨내는 힘은 단순히 체력으로는 부족하다. 얼마나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선수들을 기용하고 교체하느냐가 중요하다. 풀타임으로 경기를 뛰는 선수와 적절한 시간 체력 안배를 통해 교체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복잡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그 전제조건에 승리라는 결과는 당연하다.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아스날과 중요한 일전에 케인이 빠졌다. 현실적으로 토트넘 전력의 반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원톱의 부재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골 넣는 감각은 타고났다고 할 수 있는 케인은 상대 팀에게 가장 골치 아픈 선수가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연일 경기에 나선 케인에게 컵 대회는 휴식으로 다가왔다.

컵 대회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약한 경기다. FA컵에 비해서도 낮다. 당연히 리그나 챔스리그 경기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상대가 아스날이라면 전력을 다해야 한다. 라이벌과 경기는 그 대회가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 오직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케인의 빈자리는 손흥민의 몫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케인 대신 원톱으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케인이 부상으로 장기 부재 시 그 자리는 언제나 손흥민의 몫이었다. 하지만 과거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쉬움을 주던 시절도 있었다.

윙 자리와 달리 원톱으로서는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성장하고 있다. 2년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그의 몸놀림은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으로 다가온다. 특히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체력적인 안정을 찾은 후 손흥민은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최고의 모습이었다.

빠른 발과 공간 창출 능력, 그리고 완벽한 피니쉬. 최전방에 있는 선수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손흥민은 지니고 있고 이를 완벽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챔스 바르셀로나와 경기에서 아쉬움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 경기에선 많은 선수들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손흥민의 골 장면 [AP=연합뉴스]

손흥민의 뒤에는 알리가 나왔고, 둘의 호흡은 오늘 경기에서도 좋았다. 알리는 1골 1도움으로 경기 MOM으로 뽑힐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손흥민 역시 부족할 것 없는 멋진 모습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초반 터진 손흥민의 골이 없었다면 경기 흐름은 어떻게 흐를지 몰랐다.

아스날은 초반 결정적인 순간들을 가지고 토트넘을 압박했다. 조금만 더 정교했다면 아스날의 득점은 빠르게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기회를 놓친 아스날은 알리의 패스와 공간을 파괴한 손흥민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오른쪽에서 공간을 만들었던 손흥민을 알리가 확인 후 패스를 하는 순간 끝났다.

상대를 압도하는 스피드를 아스날 수비수가 막을 수는 없었다. 공을 달고 수비수를 제치며 질주하는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그리고 체흐와 마주한 상황에서도 스피드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이어가며 왼쪽 골 포스트를 향해 슛을 쏘는 손흥민에겐 자신감이 보였다.

첼시와 아스날 수비수를 완벽하게 무너트리는 손흥민의 능력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PL 최상위팀과 경기에서 골을 성공시키는 손흥민. 단순한 슛이 아니라 그를 특징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골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손흥민과 알리의 골 세리머니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의 이 골은 팀이나 개인에게 모두 좋았다. 손흥민은 데뷔 후 아스날과 대결에서 첫 골을 넣었다. 그 많은 골들이 터졌음에도 라이벌 아스날과 경기에서 골이 없었던 손흥민으로서는 이 골이 특별할 수밖에 없다. 포체티노 감독에게도 특별한 골이었다.

포체티노가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거둔 첫 승리였다. 그 승리를 이끈 이가 손흥민이라는 점도 특별하다. 원정 경기에서 토트넘 팬이 직접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는 모습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경기가 끝난 후 태극기를 든 현지 토트넘 팬에게 유니폼을 선물하는 손흥민과 그렇게 건네받은 태극기를 두른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절대적인 존재인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북런던 더비 라이벌인 아스날을 그들의 홈에서 완벽하게 이겨낸 토트넘. 이는 중요한 가치일 수밖에 없다. 손흥민의 완벽한 원톱 능력 증명으로 케인이 혹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을 팬들에게도 심어주었다.

손흥민과 케인이 함께 경기에 나서면 상대 팀은 두 명의 스트라이커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증명되지 않는 결과도 흥미롭지만, 모두가 인정한 상태는 또 다르다. 토트넘을 상대하는 팀들이 처음부터 손흥민에 대한 부담을 안고 시작하면 경기의 방향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도 손흥민의 날카로운 공격력과 원톱 완성은 특별했다.

절정의 폼으로 돌아와 선수 인생 가장 화려한 꼭짓점으로 향하고 있는 손흥민. 그의 움직임을 보면 올 시즌보다 내년 시즌 그는 더욱 화려하게 빛날 것이다. 최소 2, 3년 손흥민의 화려한 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행복하다. 전설이 되어 전설을 계속 써내려가는 손흥민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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