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3법은 연내 통과가 사실상 무산되었다. 유치원 3법의 근간인 투명회계를 유명무실케 하려는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넘지 못한 탓이다. 또 거기에는 언론의 부화뇌동과 지원도 한몫을 했다. 유치원 비리가 터졌을 때 공분하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오늘 언론의 적은 ‘어제의 언론’이라는 말 그대로 한국 언론들은 자신들의 말은 너무도 쉽게 잊거나 혹은 잊은 척을 한다.

그러면서 유치원 3법의 무산이 마치 정부와 유치원과의 정쟁인 것처럼 호도되었다. 더불어 사립유치원들의 집단 폐원 협박도 언론들의 부화뇌동으로 충분히 선전되는 과정을 거쳤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가진 지역사회에서의 정치적 입김은 정치인들을 움직일 수 있었다. 자유한국당이 여론의 부담을 안고도 사립유치원 편에 바싹 붙을 수 있었던 것은 여론이라는 추상적 위력보다, 실제 선거 때마다 표를 움직인 원장의 힘을 신뢰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

어쨌든 자유한국당이 들고 나온 사유재산 프레임은 나름 그들의 대정부 전략과 맞물려 그들만의 논리로 자리 잡았다. 사유재산 프레임은 실제로 힘 있게 작동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작게는 수억에서 수십억 원을 투자해놓고 돈을 마음대로 못하게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터무니없는 주장은 유치원 비리에 분노하던 사람들도 적지 않게 흔들었다.

철학 없는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맹점을 건든 것이다. 또한 사유재산 프레임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색깔론적 공세도 저변에 깔려 있다. 이런 것들을 언론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언론은 이때부터 유치원 3법의 본질을 제쳐두고 비판자의 입장에서 ‘중계자’의 태도로 변신을 취했다. 대표적으로 많은 언론들이 돌림노래처럼 기사 타이틀로 채용했던 “네 탓 공방만”이라는 부분을 지켜볼 수 있다.

유치원 3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명확하게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이었고, 이 상황을 정쟁을 다루듯 양비론으로 끌고 간 것은 언론의 무책임이자 무비판의 본질이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매우 단순한 비리 문제라는 본질을 벗어나 이념과 정치적 문제로 만들고자 했다는 <저널리즘 토크쇼 J> 정준희 교수의 지적이었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늦었지만 그만큼 철저하고 쉽게 이 프레임을 깨고자 나섰다. 사유재산 침해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과 사립유치원에 대해서 참여연대 김남희 변호사는 “땅을 뺏겠냐, 건물을 뺏겠냐”며 맞받아쳤고, 최경영 기자는 애초에 사유재산 프레임은 억지였음을 강변했다.

유치원 3법이 규정하려는 것은 사립유치원으로 유입되는 정부 지원금 및 보조금과 학부모들이 내는 원비 등의 현금 흐름을 투명하게 하라는 것이고, 사유재산은 사립유치원이 소유한 땅과 건물이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의 부동산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유치원 3법은 아직 해결될 실마리를 남기고 있다. 민주당이 바른미래당 중재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려 비록 당장 처리는 안 되더라도 아예 무산은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 년은 매우 긴 시간이고, 그 과정에 또 어떤 정치상황이 벌어져 바른미래당 중재안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언론이 <저널리즘 토크쇼 J>처럼 본질에 충실했다면 유치원 3법의 표류나 무산은 없었을 것이다. 언론 적폐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를 유치원 3법 사태를 통해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고, 언론을 바꾸지 않는 한 사회는 정의로울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