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공적 가치는 BBK 수사 검사들의 손배소송 대상이 아니다!
- BBK 수사 검사들의 <시사IN> 협박은 언론과 국민 알권리에 대한 도전이다 -

1월9일 BBK 수사 검사 10명이 이른바 김경준씨 자필 메모를 보도한 <시사IN>과 그 담당 기자를 상대로 6억 원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검사들의 이 같은 행동을 권력기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규정한다.

검사들은 <시사IN>이 “김씨의 일방적인 주장을 기사화해 검사 개개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사건의 중요 피의자가 검찰로부터 협박과 회유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은 누가 보아도 검사들 개개인의 명예보다 훨씬 중요한 ‘충분히 보도할 만한 공적가치가 있는 사안’이었다.

검사들은 또 확인 없는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했으나 이 기사가 보도된 다음날 검찰은 BBK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국 생방송으로 충분히 자신들의 입장을 얘기할 기회를 가졌다. 언론에 자신과 관련한 사안이 보도되더라도 마땅히 반론할 기회가 없는 일반인과는 처지가 다른 것이다. 검찰은 <시사IN> 보도 이후 보복 수사란 의심을 받을 정도로 김경준씨 본인을 비롯해, 변호인, 김경준씨의 어머니와 장인 장모까지 소환해 강도 높게 조사했는데 검찰은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마땅히 그에 관한 수사 결과를 밝혔어야 했다.

BBK 사건은 특검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마저 검찰의 수사가 미진해 특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이다. 특검이 시작되면 마땅히 김경준씨 메모에 대한 진실도 수사하게 될 텐데 지금 시점에서 굳이 검사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 또한 가장 중요한 피의자인 김경준씨의 신병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소송을 제기한 검찰은 권력 남용에 대한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 법 체계는 언론과 언론의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들간의 원만한 타협을 위해 민∙형사 소송 전에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마땅히 법의 취지를 존중해야할 검사들이 반론이나 정정요구조차 하지 않고 막 바로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검사들 스스로 법을 무시한 처사이다. 이는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언론사에 보복을 가하기 위한 감정적인 처사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검사들은 어디까지나 자연인으로서 이 소송을 제기했다고 강조했으나 검사 10명이 그것도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까지 해가면서 제기한 소송을 누가 개인행동이라 보겠는가. 명백한 언론 협박성 집단행동이다. 검사들은 지금이라도 소송을 취하하는 것이 순리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이 절제할 줄 모르고 언론을 상대로 힘자랑을 하려고 한다면 이는 언론 자유를 싹부터 자르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가뜩이나 검찰을 보는 국민의 눈길이 곱지 않은 상황 아닌가.

언론노조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자유의 이름으로 검사스러운 검사들이 검사다운 검사로 거듭 날 때까지 대응해 나갈 것임을 밝혀준다.

2008년 1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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