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2008 신년기획 교육 3부작 '열다섯 살, 꿈의 교실' 중 제1부인 <1년쯤 놀아도 괜찮아>의 한 장면이다.

지난 12일 밤 11시 40분에 방송된 <1년쯤 놀아도 괜찮아>는 MBC가 “교육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자”며 내놓은 야심작이다.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고1에 해당되는 아일랜드의 중등학교 4학년생들을 조명했다. 아일랜드에서 ‘전환학년(transition year)’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1년간 ‘논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웨슬리학교 4학년생인 조나단은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학교가 아닌 자동차 수리공장으로 향한다. 조나단이 ‘특별활동’으로 자동차 수리공장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자원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에 해당하는 이들은 이렇게 자기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1년을 보낸다. 평소 관심사였던 악기를 두드리고, 친구들과 야외 캠프를 떠나며 1년간 열심히 놀고, 꿈꾼다. 이게 다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란다.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부러움’은 당연지사요, 가슴 한쪽이 먹먹해져 눈물까지 나왔다. 우리의 교육상황은 어떤가. 누군가 “1년쯤 놀아도 괜찮아”라고 한다면 ‘현실감각 제로’라는 눈빛과 함께 돌이 무더기로 날아올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리는 “1년쯤 놀아도 괜찮아”가 아닌 “1년 놀면 인생 끝나”에 해당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필자의 학창시절은 아침 7시까지 학교에 가고, 끝나면 자율학습을 하고, 끝나면 또 사설학원이나 독서실에 가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잠자고 놀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성미 탓에 선생님으로부터 혼도 많이 났었다. 그 생활이 얼마나 끔찍했던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약 2,3년간은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는, ‘악몽’을 꾸곤 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 무지 공부 열심히 하는 것 같다.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너무 대단하고 불쌍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하루 종일 공부하지 않는다.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가까이 공부하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단 말인가.

실제로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간은 그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다들, 알아서 선생님의 눈을 피해 눈치껏 잘 자고, 잘 논다. 그러니까 책상 앞에 앉아있다고 해서 공부하는 게 절대 아니란 말이다.

아일랜드는 이 점을 잘 파악한 것 같다. 무작정 아이를 학교와 학원에 보내 하루 종일 그 곳에 앉아있게 하는 것이 결코 ‘경쟁’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전환학년에 해당되는 이들이 고등학교에서의 본격적 경쟁을 앞두고 1년간 자신의 인생 목표와 적성, 흥미를 점검하고 꿈꾸는 대로 살게 하는 거다.

조나단의 부모도 이렇게 말했다. “1년쯤은 뭐... 괜찮습니다. 그 이상이라면 몰라도. 전환학년 1년 동안 겪는 경험의 가치가 훨씬 큽니다.”

‘1년간 마음껏 노는 것’, 이것은 이후의 경쟁에서도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런 1년을 거친 아이들은, 1년 안 쉬고 ‘죽도록’ 공부한 애들보다 졸업시험에서 26점이나 더 높았다고 한다. 전환학년을 거친 후 학생들의 자신감과 공부 집중도가 더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이런 아일랜드의 경우를 “서구나라는 원래 우리보다 여유롭잖아” “한국과는 달라” “우리의 교육현실이 쉽게 바뀌겠어? 어쩔 수 없어”라고 쉽사리 체념하지 말자. 아일랜드도 우리처럼 사설학원이 넘치고 교육경쟁이 장난이 아니란다.

아일랜드인들은 ‘교육경쟁’을 제대로 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역발상을 선택한 셈이다. 그리고 그 효과를 이미 톡톡히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난마처럼 얽혀있는 우리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도 역발상을 해보자. MBC '2008 신년기획 교육 3부작'은 앞으로 2부작이 더 남았다. 이번 주 토요일에 방송되는 2부 <꼴찌라도 괜찮아>와 다음 주 토요일에 방송되는 3부 <엉뚱한 상상도 괜찮아>를 통해, 우리도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해 마음껏 상상하고 꿈꿔보는 시간을 갖자.

프로그램은 MBC 홈페이지(http://www.imbc.com/broad/tv/culture/spdocu/15dream/vod/index.html)에서 다시 볼 수 있다. 500원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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