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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도 엑소시즘도 어정쩡, ‘프리스트’가 먼저 답해야 할 합리적 의문[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12.10 10:31

OCN에서 처음으로 편성한 수목 밤 11시 드라마, 그 첫 테이프를 끊은 <손 the guest>는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는 말을 증명했다. 1.575%(닐슨 코리아 전국 케이블 기준)로 시작했던 드라마. 하지만 드라마에 잠시 출연했던 배우의 SNS에 궁금증의 댓글이 달리고,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드라마 중 악의 절대세력을 상징했던 박일도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그 정체가 밝혀졌음에도 외려 긴장감이 더해지며 끝까지 시청자들을 흡인시키며 주인공 세 사람 '김동욱, 김재욱, 정은채'는 열화와 같은 지지와 함께 4.073%로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엑소시즘'을 내건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종영 전부터 예고되었던 같은 방송사의 주말 드라마 <프리스트>로 이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열기가 식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제 6회를 경과하고 있는 <프리스트>는 기대와 달리 1.2%대 시청률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주제 드라마의 연속 방송이 주는 피로감?

OCN 수목 오리지널 <손 the guest>

아마도 편성을 하는 입장에서는 <손 the guest>로 불붙은 '엑소시즘'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관심은 이미 첫 회를 보는 과정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손 the guest>에 열광했던 건 어느 한 요소 때문만이 아니다. 연기, 연출, 심지어 조명에 이르기까지 엑소시즘의 분위기와 긴장감을 한껏 불러일으켜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 드라마 장르에서 생소했던 '엑소시즘’이란 낯선 주제가 거부감 없이 수용될 수 있었다. 반면 <프리스트>는 바로 그 대척점에서 드라마를 시작한다. 

드라마는 '남부가톨릭병원'이 배경이 된다. 긴박한 응급실, 그곳에 여주인공 함은호(정유미 분)가 있다. 때로는 병원 시스템이 요구하는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도 환자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정의감'이 앞서는 의사. 그는 어린 꼬마 환자 우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응급수술에 돌입하지만 안타깝게도 목숨을 살려내지 못한다. 하지만 고개를 조아린 채 환자의 가족 앞에 선 것도 잠시, 꼬마의 심전도 그래프가 다시 움직인다. 그리고 기적처럼 살아난 환자, 심지어 생명의 기로를 오가던 그 상처는 기적처럼 회복이 빠르다. 

그리고 병원 장례식장에서 쓰레기를 주워 먹는 등 구마된 상태로 돌아다니던 우주와 젊은 구마 사제 오수민(연우진 분)이 마주치게 되고, 오수민은 결국 꼬마의 몸에 들어간 악령을 구마하기 위해 소년을 납치하여 이제는 쓰지 않는 오래된 폐병원 건물로 가 구마의식을 한다.

OCN 토일 오리지널 <프리스트>

이렇게 1회 '구마'에 이르기까지의 장황한 과정에서 드라마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고자 한다. 양손을 다 쓸 정도로 능력자이며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는 융통성이 만랩이던 주인공 함은호는, 정작 이상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두고 '악령' 운운하는 사제 오수민과 필요 이상의 실랑이를 벌이며 사건의 진행을 막는다. 그런가 하면 아직 구마를 할 만큼 경험과 능력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오수민은 스승이자 또 다른 구마 사제인 문신부의 허락도 없이 대뜸 우주의 구마를 시도한다. 막는 의사와 열혈 젊은 사제의 실랑이 속에서 압도적으로 드러나는 소년 속의 악령의 존재. 하지만 그 악령을 만나기까지 시청자들에게는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1회를 본 시청자들은 당연히 <프리스트>란 제목과 달리 이 드라마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즉 이 드라마가 '의학’ 드라마인가, 아니면 사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엑소시즘’ 드라마인가이다. 물론 드라마는 이 둘을 합친 '메디컬 엑소시즘'이라 하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드라마는 5회에 이르기까지 계속 남부가톨릭병원을 배경으로 환자에 이어 전문의, 간호조무사 등 이 병원과 관련된 사람들이 악령에 씜으로써 배경 역할을 톡톡히 하지만, 이른바 드라마가 내걸고 있는 메디컬 엑소시즘이라는 콜라보 장르의 의미는 쉬이 다가오지 않는다. 

신부의 키스?

그렇게 '메디컬'도 '엑소시즘'도 어정쩡하게 시작된 드라마.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이미 1회부터 구마 의식에 걸림돌 역할을 하던 여주인공은 이후 조력자가 되었지만, 정작 엑소시즘의  과정에서 매번 중요한 계기가 됨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함은호는 착하고 헌신적이지만 그냥 그럴 뿐이다. 

OCN 토일 오리지널 <프리스트>

그런데 4회에서는 최면 과정에서 젊은 신부 오수민과 함은호의 '과거'와 관련된 사연이 복선으로 등장, 키스까지 하며 외려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논란은 '신부의 키스'가 아니라, 결국 4회에 이르기까지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캐릭터도 다가서지 못한 함은호나 오수민의 캐릭터에 기인한 바가 클 것이다. 심지어 6회를 앞두고 그녀 주변에서 벌어지던 사건들이 그녀를 가리키고 있으면서 신부와의 키스 이상 '사연'이 등장할 예정이지만, 그다지 구미를 당기지 못하는 게 <프리스트>의 안타까운 지점이다. ‘길영이 형’이라고까지 불리며 드라마의 든든한 한 축이 되었던 <손 the guest>의 강길영을 그리워한 이전 드라마의 시청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드라마에서 어쩌면 가장 큰 의문은 정작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활약을 하지 않음에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문기선(박용우 분)을 차치하고, 왜 모든 구마의식의 중심에 아직 이렇다 할 경험이 부족해 보이는 오수민을 내세우는지이다. 심지어 오수민은 비롯한 634레지아라고 하는 '구마' 레지스탕스를 만들고 그 대표인 듯한 문기선이지만, 늘 사건의 중심 그리고 구마의 중심에는 어설퍼 보이는, 그래서 최면 속에서 어머니의 환영에 고통 받는 오수민을 내세워야 하는가라는 '합리적 의문'에 드라마는 타당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즉, 선배 구마 사제의 갈등과 죽음을 목격하고 그럼에도 자신의 형을 찾아서, 그리고 그 형을 죽음에 이르게 한 박일도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을 구마하려고 했던 <손 the guest> 최윤(김재욱 분)에게 마음이 가닿았던 시청자들에게 오수민은 어설프고, 문기선은 무게만 잡는 존재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엑소시즘 드라마에 관심을 가진 시청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구마 과정이나 의식에 대한 긴장감을 드라마가 제대로 유지해 가고 있는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OCN 토일 오리지널 <프리스트>

희생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박일도의 정체를 따라가던 <손 the guest>처럼,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악령과의 '악연'을 가진 이들이 레지스탕스처럼 조직을 만들어 구마 의식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프리스트>는 동일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윤화평과 최윤, 강길영이 가졌던 처연하고도 비극적인 악령과의 악연은 <프리스트>에선 실감나지 않는다.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얕으니 그들의 비극적 사연조차 그저 한 에피소드처럼 스쳐지나가 버린다. 

물론 섣부르게 예단할 것은 아니다. <프리스트>는 아동학대의 희생양이었던 우주, 그에 이어 번아웃 증세를 보이던 견습의, 그리고 이제 직업적으로 소외된 간호조무사의 악령들림을 통해 병원이란 배경 속 캐릭터들을 활용해 나가고 있다. 또한, 최면과 폴터가이스트 현상 등 다양한 악령과 구마의식의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거기에 구마 레지스탕스의 사연과 활약도 기대해 볼 만하다.

안타깝게도 초반에 시선을 잡지 못하고 어설픈 캐릭터로 인해 관심을 놓쳤지만 오수민과 함은호, 그리고 문기선 등의 관계에서 매회 풀어놓는 사연의 곡진함은 유장하다. 부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풀어내 창대한 결말에 이를 수 있도록 <프리스트>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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