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5시 경 내년도 예산안이 야3당의 불참 속에 통과되었다. 졸속심사와 거대양당 야합이라는 논란 속에 늦장 통과라는 비난까지 떠안은, 말 그대로 상처만 남은 예산안 통과라 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수용하라는 요구조건을 내걸고 단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선 야당 대표들의 단식에 대해서 시민들 반응이 의미심장하다. 단식을 하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왜 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한국 국회의 문제점이 집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수 야당들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제 목숨을 바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에게 먼저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설득할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비판을 읽을 수 있다.
거대양당에 대한 투쟁 이전에 이번 회기 소수 야당들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이 무엇인지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다. 국회가 거대양당들의 독주라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야3당이 힘을 보탰다면 얼마든지 적어도 거대당 1당의 일방적인 혹은 반대의 독주를 막아낼 수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결국 올해 법안 개정이 불가능해진 유치원 3법을 예를 들 수 있다. 민주당의 개정안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은 절충이나 합의가 아니라 단지 유치원 3법을 무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써 자신들의 법안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한 가지 길은 존재했다. 바른미래당이 유치원 3법에 동의한다면 표결로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대신 절충안을 내놓았는데, 그것이 여의도의 정치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국민들에게는 자유한국당과 달라 보이지 않을 뿐이다.
국회는 법을 막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일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올해 국회가, 야당들이 한 것은 법을 막는 것에 불과한 모습이었다. 판문점 선언 인준도 거부했고, 정부 개헌안도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것은 모두 국회에서 실종되다시피 했다.
물론 국회 운영의 공과는 큰 틀에서 거대 양당이 지는 것이 맞다. 그러나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야3당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만약 그런 말을 하고 싶다면 국회의원 뱃지를 반납하는 것이 옳다. 거대 야당의 뒤편에 서서 이도저도 아닌 태도로 결국엔 일 하지 않는 룸펜국회의 분위기에 절어 지낸 것뿐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야3당이 예산안 심의도 거부하고, 대표들이 줄 단식을 할 정도도 절실한 것이라면 왜 그동안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국민들은 선거 때 표만 주는 존재들이 아니다. 거대 양당들과 싸우기 이전에 국민들에게 먼저 성실하고 겸손하게 설명을 했어야 했다. 정치체계가 크게 바뀌는 부분은 국회의원들의 쑥덕거림으로 할 것이 아니라 국민여론으로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은 것은 음모가 있거나 아니면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오만일 뿐이다.
어디 그뿐인가. 올해 긴 시간 동안 천원 남짓의 최저임금인상으로 정치와 언론이 정부를 공격하는데 죽이 맞아 돌아갔다. 그러고는 슬그머니 자신들의 세비를 2천만 원 정도 올린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국민이 이해를 하겠는가. 2천만 원 인상은커녕 연봉이 2천만 원이 안 되는 가장과 청년들이 수두룩한 시절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헌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국회의원 세비를 인상하겠다는 그 염치는 어떻게 가능한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만큼 임기 동안 국민을 위해 성실하고 겸손하게 일한다면 50명이 아니라 100명이 늘어나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 야3당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고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허로울 뿐이다. 야당 대표들의 줄단식에 국민들이 왜 무관심한가를 먼저 고민하고,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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