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5시 경 내년도 예산안이 야3당의 불참 속에 통과되었다. 졸속심사와 거대양당 야합이라는 논란 속에 늦장 통과라는 비난까지 떠안은, 말 그대로 상처만 남은 예산안 통과라 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수용하라는 요구조건을 내걸고 단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선 야당 대표들의 단식에 대해서 시민들 반응이 의미심장하다. 단식을 하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왜 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한국 국회의 문제점이 집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수 야당들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제 목숨을 바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에게 먼저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설득할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비판을 읽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예산처리 강행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7일 아침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뒤쪽으로 같은 이유로 단식농성중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자리해 있다. Ⓒ연합뉴스

거대양당에 대한 투쟁 이전에 이번 회기 소수 야당들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이 무엇인지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다. 국회가 거대양당들의 독주라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야3당이 힘을 보탰다면 얼마든지 적어도 거대당 1당의 일방적인 혹은 반대의 독주를 막아낼 수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결국 올해 법안 개정이 불가능해진 유치원 3법을 예를 들 수 있다. 민주당의 개정안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은 절충이나 합의가 아니라 단지 유치원 3법을 무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써 자신들의 법안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한 가지 길은 존재했다. 바른미래당이 유치원 3법에 동의한다면 표결로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대신 절충안을 내놓았는데, 그것이 여의도의 정치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국민들에게는 자유한국당과 달라 보이지 않을 뿐이다.

국회는 법을 막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일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올해 국회가, 야당들이 한 것은 법을 막는 것에 불과한 모습이었다. 판문점 선언 인준도 거부했고, 정부 개헌안도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것은 모두 국회에서 실종되다시피 했다.

물론 국회 운영의 공과는 큰 틀에서 거대 양당이 지는 것이 맞다. 그러나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야3당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만약 그런 말을 하고 싶다면 국회의원 뱃지를 반납하는 것이 옳다. 거대 야당의 뒤편에 서서 이도저도 아닌 태도로 결국엔 일 하지 않는 룸펜국회의 분위기에 절어 지낸 것뿐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미래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아교육법 24조2항 개정을 둘러싸고 국회 교육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바른미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며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솔직히 말해보자. 야3당이 예산안 심의도 거부하고, 대표들이 줄 단식을 할 정도도 절실한 것이라면 왜 그동안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국민들은 선거 때 표만 주는 존재들이 아니다. 거대 양당들과 싸우기 이전에 국민들에게 먼저 성실하고 겸손하게 설명을 했어야 했다. 정치체계가 크게 바뀌는 부분은 국회의원들의 쑥덕거림으로 할 것이 아니라 국민여론으로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은 것은 음모가 있거나 아니면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오만일 뿐이다.

어디 그뿐인가. 올해 긴 시간 동안 천원 남짓의 최저임금인상으로 정치와 언론이 정부를 공격하는데 죽이 맞아 돌아갔다. 그러고는 슬그머니 자신들의 세비를 2천만 원 정도 올린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국민이 이해를 하겠는가. 2천만 원 인상은커녕 연봉이 2천만 원이 안 되는 가장과 청년들이 수두룩한 시절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헌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국회의원 세비를 인상하겠다는 그 염치는 어떻게 가능한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만큼 임기 동안 국민을 위해 성실하고 겸손하게 일한다면 50명이 아니라 100명이 늘어나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 야3당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고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허로울 뿐이다. 야당 대표들의 줄단식에 국민들이 왜 무관심한가를 먼저 고민하고, 반성할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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