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교수·연구자 195명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결단할 것을 촉구했다.

6일 오후 4시 30분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2019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예산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함께 처리하자고 주장했지만, 거대양당은 선거제도 논의를 외면한 채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안 협의를 하던 시각, 학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교수·연구자 긴급 선언'을 준비하고 있었다. 5일 정오부터 6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선언문 서명에는 189명의 교수·연구자들이 참여했다. 7일에도 6명의 교수·연구자들이 서명에 참여해 195명의 학계 인사들이 긴급 선언에 서명한 상태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4일 오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공동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결의대회 후 연좌농성에 돌입했다.(연합뉴스)

교수·연구자들은 선언문에서 "우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야3당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교수·연구자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같이 약자를 포함한 주요 사회경제 집단의 정치적 대표성을 두루 보장해줄 수 있는 '좋은 선거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목전까지 다가온 사회해체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포용국가, 복지국가의 건설은 그런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수·연구자들은 "그러니 선거제도의 개혁은 그 어떤 국정과제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며 "오죽하면 예산안 처리와 연계할 생각까지 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합의할 것 ▲민주당이 야3당이 결성한 '선거제도 개혁 연대'에 동참할 것 ▲선거제도 개혁을 계기로 협치가 제대로 작동하게 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5당 대표와 담판 회동을 개최할 것 등을 촉구했다.

아래는 선거제도 개혁 합의 촉구 교수·연구자 긴급 선언 전문.

<2018년 정기국회 종료 시점에 즈음하여 선거제도 개혁 합의 촉구 교수·연구자 긴급 선언>

12월 4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의 소위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예산안과의 연계처리 입장을 밝힌 후 무기한 국회 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민주당은 야3당이 “예산안을 볼모로” 선거제도를 개혁하겠다는데 대해 어느 국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우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야3당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자는 건 “그간 국민 의사가 선거를 통해 국회에 반영되지 않은 불공정한 경쟁구조를 합리적 선거제”를 통해 개선하자는 것일 뿐, 특정 정당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옳은 말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제2의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하는 민주평화당의 정동영 대표는 민주당이 “이 시대적 대의를 외면하면 (그 당을) 도울 이유가 없다”며, 그런 당을 돕는 건 ”기득권을 돕는 것이기에 현상 타파와 기득권 타파의 국민 요구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선거제도 개편은 협치와 합의제 민주주의를 제도화하자는 것이고, 촛불 민심에 따라 정치개혁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니 만큼, 지금의 이 귀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야당이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을 연계시키는 건 당연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모두 일리 있는 말이다.

다시 한 번 돌아보자. 우리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소상공인, 청년 등의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하루하루를 살아내기가 어려워 불안과 공포 속에 허덕이고 있는데, 막상 국회 안엔 그들을 대표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별로 없다. 시민이 주인이라고 하는 ‘민주’국가의 대다수 주인이 정치적 대리인 없이 방치돼 있다는 것인데, 이게 어떻게 ‘대의제’ 민주주의란 말인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같이 약자를 포함한 주요 사회경제 집단의 정치적 대표성을 두루 보장해줄 수 있는 ‘좋은 선거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그래야 목전까지 다가온 사회해체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포용국가, 복지국가의 건설은 그런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선거제도의 개혁은 그 어떤 국정과제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오죽하면 예산안 처리와 연계할 생각까지 했겠는가?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결단이 필요하다.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의 도입은 2012년과 2017년 대선, 그리고 2016년 총선 때의 민주당 공약이지 않았던가. 2015년엔 당시 문재인 당 대표의 주도로 ‘권역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 도입이 공식 당론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야당시절의 그 충정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하여 개혁 정국을 호도하거나 시간을 끌려고 “한국형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개념을 들먹이고 있다는 등의 비난에서 벗어나야 한다. 연동제를 부분적으로만 하자는 건 무슨 말이고, 정당 득표율 계산에 지역구 후보의 개인별 득표율도 포함하자는 위헌소지가 상당한 그 발상은 또 뭔가? 부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기본 원칙은 전체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여 나눈다는 것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항간에는 야3당이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 처리를 연계시키자 민주당은 현 선거제도의 고수에 뜻을 같이하는 자유한국당과의 거래를 통하여 예산안 통과를 획책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른바 ‘반개혁연대’ 혹은 ‘적폐연대’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여론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하여 개혁 전선에 더욱 신중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촉구하는 바는 간단명료하다.

첫째, 제 정당은 정기국회 종료 전 정당 득표율과 의석 배분율 간의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 도입에 합의하라. 지금으로선 총론 수준, 예컨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에 합의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각론은 추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면 된다.

둘째, 민주당도 야3당이 기 결성한 ‘선거제도 개혁 연대’에 동참하라. 그리하여 개혁의 맏형 역할을 수행할뿐더러, 자유한국당의 협조도 견인하라.

셋째, 집권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 연대를 계기로 협치가 제대로 작동케 하라. 그래야 여소야대의 난국을 극복하고 촛불 정신에 따른 개혁입법 작업을 훌륭하게 수행해낼 수 있다.

넷째, 대통령은 5당 대표와의 담판회동을 개최하라. 시간이 별로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인 개혁 동력은 역시 대통령의 권위에서 나올 것이다.

2018년 12월 6일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교수·연구자 일동

※ 서명 시간: 2018년 12월 5일 정오 ~ 2018년 12월 6일 오후 5시 (총 29시간)
※ 선언문을 돌리고 서명을 받는 중, 본 선언문에서 우려를 표했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과의 연대가 실제로 성사됐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는 부디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 연대에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서명자 명단 (189명 : 2018년 12월 6일 오후 5시 현재)

강남훈(한신대), 강내희(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강봉수(제주대), 강사윤(제주대), 강수돌(고려대), 강신성(한남대), 강원택(서울대), 고부응(중앙대), 고세훈(고려대), 고영철(제주대), 고철환(서울대), 구춘권(영남대), 권순미(고용노동연수원), 김교빈(호서대), 김귀옥(한성대), 김규완(고려대), 김규종(경북대), 김남석(경남대), 김누리(중앙대), 김대영(제주대), 김동춘(성공회대), 김레베카(성공회대), 김맹하(제주대), 김명환(서울대), 김민정(서울시립대), 김병기(대한독립운동총사 편찬위원회), 김상균(성균관대), 김상현(한양대), 김서중(성공회대), 김선일(경희대), 김성재(조선대), 김세균(서울대), 김신동(한림대), 김양희(대구대), 김연태(고려대), 김영균(청주대), 김영순(서울과기대), 김용복(경남대), 김용일(한국해양대), 김용진(서강대),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찬(홍익대), 김윤상(경북대), 김윤철(경희대), 김윤태(고려대), 김은주(한국여성정치연구소), 김일규(강원대), 김정희(제주대), 김재석(경북대), 김종해(가톨릭대), 김준(동국대), 김진균(성균관대), 김진석(서울여대), 김진해(경희대), 김태일(영남대), 김헌태(한림국제대학원대), 김형철(성공회대), 김호균(명지대), 남기업(토지+자유연구소), 남중섭(대구대), 류동영(목포대), 문진영(서강대), 박경태(성공회대), 박기수(성균관대), 박명림(연세대), 박진희(동국대), 박배균(서울대), 박동천(전북대), 박순성(동국대), 박승호(성공회대), 박주원(영남대), 박지현(인제대), 박진도(충남대), 박창근(가톨릭관동대), 박태순(바른미래연구원), 박형준(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박혜숙(제주한라대), 배병인(국민대), 배재국(한국해양대), 백승흠(청주대), 백영경(방통대), 백종만(전북대), 서복경(서강대), 서영표(제주대), 선대인(선대인경제연구소), 선재원(평택대), 선학태(전남대), 손열(연세대), 손준식(중앙대), 손호철(서강대), 송원근(경남과기대), 송주명(한신대), 송태수(고용노동연구원), 신광영(중앙대), 신동면(경희대), 신승환(가톨릭대), 신용인(제주대), 신호창(서강대), 심광현(한예종), 심규호(제주국제대), 안용흔(대구가톨릭대), 양길현(제주대), 양재원(가톨릭대), 양해림(충남대), 염민호(전남대), 오세곤(순천향대), 오현철(전북대), 우석훈(성공회대), 우희종(서울대), 원효식(대구대), 위대현(이화여대), 유병제(대구대), 유성진(이화여대), 유세종(한신대), 유종성(가천대), 윤병선(건국대), 윤용만(인천대), 윤원일(수원여대), 윤찬영(전주대), 윤홍식(인하대), 은민수(고려대), 이계수(건국대), 이금숙(성신여대),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이대근(북한대학원대), 이도흠(한양대), 이병천(강원대), 이병한(원광대), 이삼열(숭실대), 이성헌(서울대), 이병훈(중앙대), 이봉수(세명대), 이상이(제주대), 이영제(한국정치연구회), 이원영(수원대), 이재민(제주한라대), 이종오(명지대), 이주하(동국대), 이창곤(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이태수(꽃동네대), 임강택(통일연구원), 임순광(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임운택(계명대), 임재홍(방통대), 임종대(한신대), 임춘성(목포대), 장동표(부산대), 장용창(숙의민주주의환경연구소), 장평우(청주대), 전강수(대구가톨릭대), 전재호(서강대), 전형수(대구대), 정기석(마을연구소), 정민(제주한라대), 정병기(영남대), 정슬기(중앙대), 정승필(경상대), 정원호(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정인환(협성대), 정재원(국민대), 조돈문(가톨릭대), 조문영(연세대), 조성대(한신대), 조승래(청주대), 조애리(카이스트대), 조영배(제주대), 조영재(명지대), 조현철(서강대), 진영종(성공회대), 천세철(건국대), 천정환(성균관대), 최갑수(서울대), 최무영(서울대), 최배근(건국대), 최상명(우석대), 최승제(경상대), 최영찬(서울대), 최유진(경남대), 최태욱(한림국제대학원대), 최현(제주대), 하선규(홍익대), 한성일(건국대), 허상수(지속가능한사회연구소), 홍경준(성균관대), 홍남선(목포대), 홍성학(충북보건과학대), 홍윤기(동국대), 홍진곤(건국대), 한상희(건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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