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2019년도 예산안을 합의했지만, 끝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외면했다.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을 함께 처리할 것을 요구하던 야3당과 시민사회는 민주당, 한국당 양당을 상대로 투쟁에 돌입했다.

6일 오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안에 잠정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예산안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양당 원내대표와 합의를 보지 못하고 먼저 회의장을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담은 합의문을 양당 원내대표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예산안과 연계처리할 것을 주장하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을 제외하고 7일 본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3당과 시민사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단식에 돌입했다. 6일 오후 바른미래당 비상의원총회에서 손 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은 예산안 처리 결의를 취소하고 선거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제 나이가 일흔이 넘었는데 무슨 욕심을 갖겠나. 이 시간부터 저는 단식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손학규 대표는 "양당이 예산안을 처리하고서 그 다음에 선거법을 처리하겠나. 어림도 없다"며 "선거제 개혁과 예산안 처리는 함께 가야 한다. 함께 갈 때까지 제가 단식하고 그것이 안 되면 저는 의회 로텐더홀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7일 야3당이 민주당과 한국당의 예산안 합의를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야합을 규탄하고 짬짜미 예산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다시 검증하고, 선거제도를 반드시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에게 한 선거제도 개혁 약속 관철을 위해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우리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평화당과 녹색당, 우리미래 등 원외정당, 57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공동행동은 국회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촛불로 만든 정권 아래서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며 "어떻게 이 정부가 박근혜 정부를 닮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7일 민주평화당과 녹색당, 우리미래 등 원외정당, 정치개혁공동행동 등 시민사회가 민주당과 한국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발언하는 정동영 평화당 대표. (연합뉴스)

정동영 대표는 "개혁연대의 길을 요구하는 3당과 예산안 처리를 하고 여야 4당 연대를 이루고 국민과 함께 수구 자유한국당의 벽을 넘어 마침내 양극화를 해소하는 포용적 정치제도를 만들자는 게 우리 모두의 열망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산산조각 짓밟혔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대표는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며 "이제 시작이다. 굳건하게 연대해서 우리 모두 함께 진정한 새날을 열기 위해, 가짜 민주주의가 아니라 진짜 사회적, 경제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원내수석부대표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동행동 전략을 조율할 예정이다. 또한 시민사회는 국회 계단 앞에 마련된 천막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한다. 당초 정치개혁공동행동이 15일 국회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요구 집회는 민주당과 한국당을 규탄하는 집회로 성격을 전환할 예정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강행처리 한다면 국회 일대를 거대양당의 야합을 규탄하고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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